인생에 한 번은 나만을 위해 - 한국의 평범한 의대생이 혼자 힘으로 미국에서 변호사가 되기까지
김정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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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이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란 고민을 해본 지도 참 오랜만이다. 그저 바쁘게 사느라, 지금 해결해야 하는 일을 헤쳐 나가느라 정작 진짜 내가 원하던 것은 등한시하고 살았다.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기보다 내 가슴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자’, 행복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으레 하는 말. 그런데 바로 이 한 문장을 제대로 받아들여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가슴이 원하는 말을 아직도 이루지 못했다면 남의 눈을 의식했거나, 가슴이 원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그래서 행복한 성공을 이룬 사람이 흔치 않은 것이겠지. 그래도 나는 행복한 성공을 꿈꾼다.

 

한국에서라면 남부러울 것 없을 의대생이 무엇이 부족해서 홀로 미국까지 건너가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을까. 정말 사서 고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행로다. 하지만 지은이는 정해진 길을 마다하고 심장이 뛰는 일을 찾아 미지의 길로 떠나는 모험을 감행한다. 열정 하나만을 들고. 물론 처음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두근거림을 느끼고, 결심한 후 바로 떠났던 것은 아니다. 이래저래 알아보다 시간을 보내며,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과정을 마치고, 연애를 시작하며 의료법학 석사과정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슬쩍 그대로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른 누구와 다를 것 없이.

 

하지만 지은이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안정과 풍요로움을 과감히 뿌리치고 확실한 길을 정한 후에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의료법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의사로서의 실무 경험을 위하여 진료를 하고, 의료 체계를 이해하는 동시에 유학비를 벌기 위해 컨설팅 일을 하고,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 대비 공부를 한다. 이거 정말 가능한 일일까, 란 말이 절로 나오는 스케줄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이 일들을 지은이는 모두 해내고 이러저러 하다가 결국에는 미국으로 떠난다.

 

떠나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그 뒤로 탄탄대로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말 그대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의 첫 발자국이나 다름없을 뿐. 제대로 된 뜀박질을 하기 까진 아직도 까마득하다. 세계 30대 로펌으로 꼽히는 곳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는 지금은 그래도 가볍게 달리는 수준이라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지은이는 스스로 아직도 걸음마를 배우는 중이란다. 목표를 향한 욕심이 넘쳐난다. 그리고 나는 그 욕심이 부럽다.

 

이십 대 중반을 넘긴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저보다 어린 나이의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내가 저 나이만 되었어도, 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나 역시 그랬다. 조금만 더 젊었어도 용기를 내어볼 텐데. 조금만 더 어렸어도 다시 시작해볼 텐데. 별 생각 없이 지나온 젊음을 아쉬워만 했다. 지금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꼽아보기만 했다. 내 용기 부족이 아니라, 용기를 내지 못하는 핑계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찬 물 한바가지 뒤집어 쓴 느낌이다. 기분 좋은 서늘함. 그렇게 나는 이 책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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