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약속
윤정은 지음 / 양철북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탈북자 문제. 중국과 북한은 그들이 불법 밀입국자이니 강제 송환해야한다 주장하고, 그 외 국가나 단체들은 그들이 난민이니 국제난민규칙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나 이념에 휘둘리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안타깝다. <오래된 약속>과 같은 책들을 통해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되찾았으면 한다!

 

책을 펼쳐 들고 첫 장면부터 커다란 충격이 다가왔다. 이 정도까지 북한 동포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이 있을까? 처음 등장하는 인물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절박함만이 남았을 뿐. 오히려 그걸 바라보는 제 3자가 더 조바심을 내고 괴로워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바로 옆에서 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눈도 깜박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도 그들이 잔인하거나 냉혹하다는 말은 감히 나오지 않는다. 그냥 참담할 뿐이다.

“어떤 이는 쉽게 죽고, 어떤 이는 쉽게 살아간다. 어떤 이는 어렵게 살아가고, 어떤 이는 어렵게 죽는다. 이유는 없다. 삶과 죽음엔 이유는 없는 것이다. 왜냐는 질문은 무색할 뿐이다. 생존의 절박한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죽어야 할지, 살아남아야 할지,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다 죽고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갈 좋은 시절이 아니다.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지는 것이다.”

 

철저히 사회주의적이었던 만금. 인민은 조국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생존의 욕구까지 잠시 뒤로 보류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믿었던 만금은 굶주리는 자식들에게 어미가 죽는 모습까지는 보여주고 싶지 않아, 죽을 자리를 찾아 중국으로 넘어온다. 훗날 알게 되지만 도강을 도와준 이들은 인신 매매단이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망명 신청을 하지만 거절당하고, 제 3국으로 넘어가 다시 망명 신청을 하려 하는데......

 

남한 사람들의 이유 없는 친절을 끝없이 의심하면서 극명한 이념대립까지 보여주는 그네들을 보며 절로 한숨이 나온다.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탈북자 뉴스들을 보면서도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만 들리던 것들이 이 글을 통해 현실로 다가온다. 정치나 이념을 넘어서서 도와주려하는 이와 도움을 받으면서도 정치 이념을 버리지 않는 이들. 이러한 북한 사람들을 보며 사상 교육의 무서움을 깨닫는 한편 그렇다면 과연 남한 사람들 또한 이와 반대되는 이념에 물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탈북을 해서 남한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수는 없으리라 본다. 다만 미래조차 꿈꿔보는 일없이 그저 살아지기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붙들고 본인의 의지로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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