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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평점 :
나또한 저자처럼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불러볼 기회가 없었다.
스무 살때부터 타지 생활을 하고, 20대를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보냈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내려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매우 난감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어르신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온갖 사투리를 써가며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시고, 툭하면 고집을 부리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는 못 보던 얼굴이라며 텃새를 부리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어르신들은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많이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가 이 책의 소개 문구를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잃어버렸던 '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힐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내 태도에도 조금의 변화가 있기를 바랐다.
저자는 문예창작학을 전공하였고, <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 라는 글로 202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을 받았으며, 단편소설 <울어요, 제발>로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우수상, <아버지 오신 날>로 제1회 여순 10.19 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상, <행운을 빌어요>로 고즈넉이엔티 메타버스 장르소설 공모전 당선, <쿠오바디스>로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출간도서로는 <메타버스 장르문학상 수상작품집2 : 행운을 빌어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 2019> 등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 한연주는 올해 32세 10년차 7급 공무원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고 해서 '찔피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어린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많은 이들의 시기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타인에게 정을 붙이거나 살갑게 대하는 성격이 되지 못한다.
그녀는 현재 국비를 지원받아 수행하는 노인들을 위한 창업형 카페 사업의 책임을 맡은 '이원시 미류동 주민센터'의 주무관이다.
카페 사업의 목적은 70세 이상의 노령자들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녀는 이 사업을 통해 승진을 꿈꾸고 있다.
이 카페의 이름은 <카페 네버랜드>이다.
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카페 사업에 함께할 4명의 노인들이 등장한다.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하다.
1) 오만영. 올해 만 65세로 과거 흥신소를 운영했다. 오지랖 넓고 고지식한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굉장히 오만한 성격을 가진 어르신 중 한 분인데, 그래서 캐릭터 이름을 오만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2) 백준섭. 올해 만 65세로 오만영과는 동갑이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다.
매사에 사려 깊고, 묵묵히 할 일을 수행하는 책임감이 있으며 시인과 화가로 활동했다.
3) 신기복. 올해 만78세의 나이로 가장 연장자이다. 노인성 난청을 가지고 있고, 암기능력은 뛰어나지만 융통성이 매우 부족하여
매 번 직장에서 해고 당한다. 커피를 잘 다룰 수 있다고, 이력서에 적었지만 커피추출기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
4) 이석재. 올해 만73세의 나이로 과거 교직에 몸담았다. 수학이 전공이었다는 이유로 카페 사업에서 주문과 계산 업무를 맡게 된다.
억울한 감정이 들면 본인도 모르게 바지에 오줌을 누곤 한다. 우울증을 겪고, 의사의 처방으로 이 카페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적극 행정 우수 사례로 시장이 가장 관심있게 주시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다.
주인공 한 주무관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 그녀는 이런 노인들을 데리고 어떻게 카페를 운영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커피를 제대로 내려본 적도 없고, 진상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대처 능력도 없고, 손도 느리고, 의욕도 없는 노인들을 데리고 말이다.
3개월은 시범 운영이 된다지만 그 이후로는 매출을 올려야할텐데 어떻게 운영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데, 5장에서 카페 네버랜드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그 계기로 분위가기 전환되면서 노인들은 본인들이 자신있는 '잘하는 일'을 하면서 의욕이 샘솟는다.
또한 커피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요리에도 소질이 없으며, 고객 응대에도 서툰 '기복'은 처음으로 특기를 발견하게 된다.
입소문이 나서 이를 계기로 매장에 젊은 손님들의 방문도 더 잦아진다.
유튜버가 직접 카페를 방문하기도 하고, 잡지에 기사가 실리기도 하면서 카페 네버랜드는 인기와 더불어 매출도 고공행진한다.
그렇게 한 주무관은 본인의 바람대로 인사발령에서 6급으로 승진을 하고, 문화관광과 팀장의 자리에 오른다.
이제 다시는 노인들을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
새로운 업무에 바쁘기도 했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3개월만에 다시 방문한'카페 네버랜드'에는 기존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았다.
주문대 앞에는 항상 카운터를 지키던 '석재' 대신 키오스크가 놓여있었고, 젊은 여자 알바생이 한 쪽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을 마주하면서 마냥 기쁘지만은 못했다.
나라면 주인공 '한연주'처럼 노인들을 위해서 이 책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 같다. 지금의 나로서는 자신이 없다.
왜 마냥 기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소설 속 주인공 '한연주'를 보는 내내 내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소설을 읽으며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가 그동안 '정'과 '사랑' 그리고 '신임'을 잃어버리진 않았나 생각해봤다.
애써 잊고 지내던 감정들이 몽글몽글 올라와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쳐야했다.
누군나 나이를 먹으면 노인이 된다.
곧 내 부모님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다.
누군가 나의 부모님을 이렇게 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고, 점점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타인에게 피해만 입힌다고 생각하여 점점 움츠려들던 노인들이
본인들이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욕을 불태우고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이 보였다.
그들의 서툼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면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노인 세대에 대한 창업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나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득 영화 <인턴>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분명 그들에게 배워야할 지혜들이 숨어있다. 그들의 경험과 연륜은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함께 힐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