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말로만 들었던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을 읽게 되었다.
누구나
잘 아는 철학자나 학자들의 서적은 의무적으로라도
읽게 되지만 애써 찾아서 봐야만 하는 책이나 우연히
만나게 되는 책들도 있게 마련이다.
이 우신예찬은
나에게 후자에 속하는 경우이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페이지 수가 아주 크지 않아 내심 안심을
했다.
금방 읽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어 가면서 그런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냥 빨리
읽기에는 내용이 너무 마음이 와 닿아서 진도가 빨리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빨리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읽은 부분을 다시 한
번 더 읽곤 했었다.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들은 과거의 얘기라고 할 수
없다.
현재의
상황과 다름이 없다.
아니
오늘날 이데올로기에 의해 감추어져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이 책에서는 더 잘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우신예찬은 바로 오늘의 우리 모습에 대한 해설이고
풍자인 것이다.
도저히
5백년도
휠씬 전에 씌어진 책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신예찬에서는
각 주제별로 어리석은 사람이 현자보다 더 나은 이유에
대해서 유쾌하게 떠들썩하게 얘기를 늘어놓는다.
우정과
결혼에 대해서,
전쟁에
대해서,
의사와
법률가에 대해서,
시인과
수사학자에 대해서,
법률가와
철학자에 대해서,
군주와
교황에 대해서 신랄한 풍자를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관객석에 앉아 단상에서 종횡무진하는
우신의 단독 토크쇼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책 속의 현란한 이야기 속에 빠져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결국 나와
내 주변과 TV에서
보게 되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것을 알게 된다.
책은
손에 잡기 좋은 크기와 재질에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은 형태이다.
주석은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 들어가 있어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적어서 독서를 방해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을 내어 우신의 토크쇼에 한 번 빠질 것을 권한다.
끝으로
책출판과 관련해 쓴 편지에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에게
살며시 다가가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재미를 더한 조언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라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