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섭 단편집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주요섭 지음, 이승하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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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섭의 문예작품은 빈곤, 혼란, 소외 죽음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독자의 시선을 항시 잡아두고 있는 문인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주요섭의 천재성에 대해 감탄...
‘소설은 바로 이렇게 쓰는 것이다.’의 산 증거와 증인

1. 인력거꾼-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너무도 흡사한 30년대 사실주의 소설, 인력거꾼은 인력거를 끌기 시작한지 매일 과도한 달음질으로 8~10년 만에는 모두 죽는다는 공보국 조사를 그들은 모르고, 동전 10푼에 오래도 더 되는 거리를 가서 억울한 나며지 동전 두푼만 더 달라고 하다가 맞기도 하고, 사람 셋을 태우고 십리되는 길을 끌고 가서 은전 한 푼 받고 기막혀 더 내라고 야단치다 머리를 맞아 터지기도 한다.
지난 밤 주인공 아찡의 뒤숭숭한 꿈자리로 예감을 했던 불행한 결말은.. 의사의 치료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길바닥에 ˝꿍˝하고 쓰러져 죽는,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해 아무도 슬퍼할 사람이 없는..가난한 한 인력거의 비참한 삶의 마지막 장과 함께. 끝맺음을 한다.

2. 아네모네 마담
아네모네 마담의 눈길을 끄는 한 남자는 매번 슈베르트의<미완성 교향곡>을 신청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남자는 마담이 틀어 놓은 그 음악에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파뭍었다. 그 고막을 찢을 듯이 강렬한 고함소리, 그리고 깨어진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판,, 정신을 잃었었던 마담에게 남자의 친구가 와서 사과를 하며, 슈베르트<미완성 교향곡>과 관련된 남자의 사랑 얘기를 들려준다. 한 여자를 사랑했으나, 그 여자는 불행히도 대학교수의 아내,
그 둘의 사랑의 정신적 교감은 지극했다 물론 그들의 사랑의 추억이 담겨 있는 <미완성 교향곡>에 대한 남자의 애착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또 한가지 이 남자는 자신의 애인을 <모나리자>라고 불렀었는데, 이 카페는 그 그림이 유일하게 걸려있는 (그래서, 남자가 그림을 볼 때마다 마담 자신을 본다라는 착각 속에 있게했었던) 곳이라, 그 남자는 이 카페에 자주 왔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의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마담은 자신의 귀에 짤랑짤랑하며 달려있던 예쁜 귀걸이를 떼버렸다.

3. 개밥
사람의 팔자보다 더 나은 개, 이 개의 밥은 흰밥에 고깃국이었다. 이 집에서 일을 하는 어멈은 이 밥을 세살 난 귀여운 딸에게 가져다 주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개는 무럭 무럭 자라 개밥의 량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 급기야 자기가 먹은 밥을 뚝딱 치우고도 더달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양실조로 많이 야윈 딸이 몸도 안좋아 의사를 불렀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약도 못지어줬다. 그렇게 생사를 오고가는 딸의 마지막 애원은 흰밥에 고깃국, 어멈은 개가 먹던 밥을 뺏어 주려고 작정하고 개밥공기를 들어서 국물을 죽그릇에 쏟으려 하니까 다 자란 개는 어멈에게 달려들어 이리저리 물었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개밥 얼어붙은 것을 긁어 모아쥐고 집에 갔으나..
이미 딸은 개밥조차 못먹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개만도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처절함이 베어있는 단편이다.

4. 추물
너무나 못생긴 언년이가 애를 가졌다는 것은 온 세상 사람들이 놀랄일이다. 물지게꾼의 딱 한 번.. 관계로 임신을 한 것이다. 언년이는 자신의 외모로 그간 세상 사람들에게 받았던 온갖 설움을..
외모가 출중한 아이를 낳음으로써 갚게되기를 간절히 바래왔다. 그러나, 언년이가 낳게 되는 아이는 언청이에 자신과 똑 닮은 못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었다, 너무나 실망한 언년이는..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가져본다
˝아이가 좀더 자라믄.. 좀더 자라믄 좀 나아디갔디..˝

5. 북소리 둥둥둥
내용면에서는 별 것 없는 거 같으면서도.
읽는 내내 마음을 앗아갔었던 소설이 바로 북소리 둥둥둥이다.
주요섭의 글재주는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표현력은 사람의 눈을 떼게 할 수 없는 마력과도 같이.. 시선을 시종일관 책에 고정시키게끔 해 준다.
북소리를 듣고 총을 가지고 나간 남편(북간도를 개척한 조선 사람의 생활에 있어서 끊임없는 투쟁은 한 일과로 되어 잇고 용간한 아내들은 언제나 남편의 총메고 나설 때 이를 만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남편을 잃은 인선모.
허나, 아들 인선이가 17세가 되면서부터 북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알몸으로 비를 맞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를 해대기도 하고...
그러다가 인선이는 북소리가 이끄는 강력한 힘에 의해 집을 나가고 말았다,. 어머니가 아무리 불러도.. 어머니의 울음이 아무리 그를 붙잡아도. 그의 그림자조차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6. 해방 일주년
열심히 일해봤자, 기생이 가져가는 팁만도 못한 월급.
네~다섯 시간을 기다려봤자 타올 수도 없는 배급소! 사람들을 허탕치게 만드는 비극들..영양실조에 걸린 어린 아이의 치료와 식사 문제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내용.. 혼란스러운 사회상 들을 제시


7. 여대생과 밍크코트
현재-과거-현재에 이르는 역순차적 구성으로 이뤄진 소설
큰 부잣집 딸 정옥이, 이와는 비교되게 가난한 영옥 이 둘의 만남은 교통사고로부터 이어진다. 영옥의 과외비도 다 대주고 생활비로 다 대주기로 하고 시작된 이 둘의 동거 생활...
비현실적이라 할 지몰라도.
정옥이는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것만 같은 아이긴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버지께 받은 10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붙들고 우는 불행한 아이였다.
정옥이가 바라는 것은// 값다가는 선물이 아니라..˝사랑˝이라는 두글자..였기 때문에/

8. 열줌의 흙
70년 전 하와이에와 사탕 농장을 한 노인, 그에겐 정옥이라는 딸이 있었다. 아내를 일찍 여의고 딸을 금지옥엽 키웠더니, 흰둥이와 검둥이 트기를 데려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지만, 그 둘이 이듬해 임신을 했다는 소리에 마음을 풀었는데, 정옥이가 난 것은 검둥이었다. 그 사위 녀석은 정옥이가 흑인하고 간통했다고, 집을 나갔고, 결백을 주장한 딸은 자결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외손을 키웠는데, 그녀가 바로 낸시,
노인은 화분과 함께 낸시를 황군에게 맡기고 한국에 돌아갈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노인은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혼수상태로 빠지게 된다.

9. 대학교수와 모리배
아무리 정직하게 분수를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교수도 기본적인 생활조차도 할 수 없는 광복 당시의 삶의 고난 상을 제시, 광복된 조국의 새로운 정부에 기대를 건 당시대의 지식인 일반의 배반감이 적절히 집약된 소설이다. 빈곤한 대학교수, 그의 친구 모리배가 그에게 한 뭉치 돈을 주었지만, 교수는 그것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소매치기에게 털려 빈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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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은 알지요 일공일삼 27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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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내가 손에 쥐게 되는 책은 소설보다 수필을 더 많은데.. 가끔씩 이렇게 접하게 되는 소설들이 남기는 여운이 상당한 것 같다. 기대 없이 읽었는데, 넘 괜찮았던 책. 올해 세종학교 학생들한테 장기려박사에 대해 가르치면서 이산가족에 대해서도 다뤄볼 생각이었는데, 이 책도 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참고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살면 한국보다 북한 문제에 관한 기사들을 더 많이 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북한 뉴스가 거의 매일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또 북한을 김정은 하나로만 단정짓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이산가족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왜 우리 민족이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했나.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전 CNN에서 북한이 미국을 싫어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전쟁을 짚어보던데,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사람하나 미친놈 만드는 것보다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요한 내용이 이산가족은 아니다. 무당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시골 소녀 송화에 관한 것이다. 할머니를 좋아하지만, 무당집 아이라고 놀림 받고 따돌림 당하는 건 무척이나 힘든 송화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아빠의 가정 폭력에 못 이겨 엄마가 집을 나간 영분이와의 우정.. 이런 것들이 참 따뜻하고 잔잔하게 다가왔다. 어느 잘 나가는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픔이 있는 조그마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그냥 이 이야기 자체에 정이 갔다.

할머니가 왜 무당이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바로 이산가족 관련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때 총각은 군인으로 뽑아가고 처녀들은 공장이나 정신대로 뽑아가니, 이를 피하기 위해 어린 소년 소녀들이 조혼을 하기도 했는데 할머니가 그렇게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해방이 되어서는 공산당원들이 들어왔고, 지주로 몰린 시댁 식구들은 고문을 당하고 재산마저 빼앗기면서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헌데 공부한다고 먼저 서울로 갔던 할아버지가 삼팔선을 넘어 북으로 간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6.25가 터진 것이다. 그렇게 피란을 가다가 된비알에서 미끄러져 기절했는데 그때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산에 치성드리고 내려오던 만신이 금순네를 하고 그 날 할머니는 죽은 아기를 낳았다. 그러다가 만신을 신어머니로 모시고 내림굿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잃어버린 아들을 만났지만 아들은 무당 어머니 때문에 동무들의 놀림감이 되는 것이 싫고 창피해 말수가 적은 아이로 자라게 되었다.

송화의 아버지가 장난감 공장을 하고 먹고 살만해지자, 고향에 있는 할머니와 송화를 데리러 왔다. 그렇게 한 가족이 모여살게 되었다. 송화의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굿을 그만 두라고 했다. 송화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통일굿을 마지막 굿판을 벌인다.

작가의는 송화네 이야기를 빌려 가족 간의 끈끈한 살항을 그리고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더 욕심을 내어 한 맺친 이산 가족의 슬픔도 보듬고 싶었다고, 그런 작가의 의도가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에게 잘 전달된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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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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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소설을 늘 옳다. 헌데 이 책은 내가 도서관에서 3~4차례 빌렸던 것 같다. 읽으려다 못해 반납하고를 반복했던 것이다. 소설, 특히나 미사여구가 많은 소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한다.그래서 이 소설이 쉽지가 않았던 거다. 이번에도 빌린 책 중에 가장 마지막에 읽었다. 헌데 한 번 진입이 되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각 페이지가 한편의 운문시이고, 그것들이 모여 한 편의 소설이 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표현 하나하나 허투루 읽을 것이 없었다. 특히 은림의 유고일기로 시작되는 각 챕터, 이 형식이 참 좋았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적은 주요섭, 박지원 이 둘 뿐이었는데, 이번에 고등어를 읽으면서 우리 시대에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이 그냥 참 감사해졌다. 공지영 소설에 나오는 사랑이야기에는 늘 아픔이 있다. 그냥 술술 풀려나가는 로맨스가 아니다. 그늘이 있어 어둠이 한 데 어우러진 우울이 있다. 헌데 이번에는 시대적 아픔까지 담고 있어서. 더욱 무게감이 있었지만 그러했기에 더욱 좋았다.

문학에서는 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틋함이 오래 남는 법이고, 그런 것들을 좀 더 선호하는데, 이 역시.. 그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어 뭔가 더 긴밀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해 언급이 될 때.. 나와 동갑이었지만 한 학년 선배였던.. 선화선배가 생각이 났다. 말 그래도 동갑인데.. 선배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한 번은 한강에 같이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전태일 얘기를 꺼내면서 전태일이 한강이 흐르는 방향을 보고 자기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다는 점에 대해 놀랐다라는 걸 전해준 적이 있다. 가끔씩 왠지 모르게 나는 그 얘기가 종종 떠오를 때가 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류일 수도 있다는 것... 틀린 것일 수 있다는 것들을 생각할 때.. 대학 시절 나는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내 친구들은 운동권이어서 그들이 하는 얘기들을 자주 듣곤 했다. 이 장면이.. 진짜 잊혀지지가 않는다. 데모 나가서 다치는 이야기, 그렇게 목숨걸고 데모했는데, 신문이고 방송이고 그저 어디 일대에서 교통 체증이 되었다는 한 줄 기사로 나오면 그것이 그렇게 속상하다는 얘기... 그런 얘기들 말이다. 근데 참 웃긴 것이.. 내가 애를 낳고서.. 그들에게 참 미안해졌다는 거다. 그 때 난 왜.. 방관자처럼 시대를 살았었나.. 가슴속에 원죄처럼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작가 후기를 보면 작가는 의무감으로부터 소설을 썼다는 내용이 나온다. 80년대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이런 이야기들은 당신 외에 다른 소설가들이 글로 옮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아무튼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글마냥..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작가의 전유물이 아닌게 되듯이, ˝내가 나 하나가 아니고 내 글의 나의 글이 아니며 나의 이름이 나를 부르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아프게 깨닫게 한 것은 ..... 이제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80년대를 아파한 모든 젊은이들은 영원히 젊을 수 있으리라고... 왜냐하면 과거라는 시간이 꼭 흘러가 사라져 버리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 알았게 때문이다.˝ 이런 언급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땅에 대한 사랑이 깊었기에 먼저 이 지상을 떠난 나의 지인들과 아직도 이 지상 위 한구석 한반도에서 자기자신만큼 이 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나의 소중한 친구들-생각해보면 테니스 하나 배우지 못하고 생각해 보면 연애 한 번 멋들어지게 한 녀석도 없는,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 폭력보다 위대하다는 걸 가르쳐준-과 한 번쯤 아픈 역사에 청춘을 상처입어본 그리하여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젊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예전 나는 꼼수다 시절부터 공지영도 정치적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안다. 시대를 바로잡고 싶던 청년들을 보고 왜 그 소중한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냈을까 하는 회의에 찬 시선에 대해 작품속 은림은 그들이 바로 ‘진짜‘라고 말을 한다. 그 진짜들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시대 진짜들을 생각해봤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조명도 받고 세상의 지지도 받는 시대가 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참 감사했고..

암튼 작품이 내 삶과 연계되어 다가오고, 그를 통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그건 그만큼 작품이 훌륭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면에서 지 작품은 탁월하게 훌륭했다.

*책 속의 말말!*
1. 난 스물일곱이고 스물일곱 해를 살아온 힘으로 너를 사랑한다. 바람 부는 저녁에 널 사랑한다.

2. 난 여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그런 욕심에 대해 우선 정직해야 하구.

3. 한강변에 나가 강물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죄스러운 시절이었다. 왜냐하면 그 한강이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에서 발원하여 홍천의 내린천을 지나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양수리에서 합쳐지고 양수리를 지나 팡당으로 팡당을 지나 잠실과 여의도와 노량진을 지나 서해로 이르기까지 그 물결에 스며들었을 민중들의 한과 땀과 눈물을 헤아려 본다면 그것은 결코 아름다울 수만은 없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스물한두 살의 나이에 강가에 나가서 강물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조차 죄책감을 가졌던 세대가 또 있을까? 강물이 그런데 하물며 사랑이야.

4. 다시 회복될 수 없는 것들을 빼앗겼던 사람들. 잃어버린 그들.. 아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의미를 그는 갑자기 느껴버린다. 그저라 그는 찬바람 속에서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뜨거운 소주의 취기를 느낀다.

5. 그것은 환희의 빛살이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 떼 화살처럼 자유롭게 물 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초록의 등을 한 탱탱한 생명체들 서울에 와서 나는 다시 그들을 만났지 그들은 소금에 절여져서 시장 좌판에 얹혀져 있었어. 배가 갈라지고 오장육부가 뽑혀져 나가고..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떄 그 바닷속을 대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6. 바보 같은 게 런던 노동자들이 비참한 게 지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노동자들이 돼지 우리 같은 곳에서 비비고 살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이라고 연구를 하고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발표하는 거야? 세계의 끄트머리 한심한 나라의 학생으로 태어나서 무슨 세상을 구원해보겠다고 부모들 가슴에 못을 쾅쾅 박으면서 지랄들을 한 거야? 그래서 무슨 세상이 왔지? 어리석었어. 하다못해 그 시간에 운전이라도 배워 두었어야지. 영어 회화를 익히고 그도 아니면 테니스를 치거나 샤갈의 그림이라도 보러 갔어야 해. 뱃속의 아이까지 죽여가면서 이루어야 할 일이 대체 무엇이었단 말이니?

7. 그래, 슬프지. 기가 막힌 이야기야. 하지만 알아야 할 이야기이기도 해. 더 이야기해 줄까. 이제 와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든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이제 와서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거라고. 적당히 빠져나갔어야 해. 나 하나쯤 어차피 대세를 바꿀 수 없다는 걸 현명하게 알아차렸어야 했다구 끌려가서 왜 고문을 견뎌? 대체 무엇 때문에 벌거벗겨진 채로, 하염없이 자신을 짐승처럼 느껴야 했던 거지? 어차피 고문 앞에서 굴복하고 말건데, 어차피 다 불 거면서 미쳐서 미쳐 버린 채로 제 똥을 주워먹으면서 다 불어버릴 거면서 대체 뭐하러.

8. 뭐가 그렇게 절망스럽나요. 뭐가 그렇게 어리석었었나요? 연애도 제대로 못해 보고, 우전면허 하나 따지 못하고, 고시공부 한 번 하지 못하고 보낸 젊은날이 그래서, 이제 와서 그렇게 안타까운 건가요? 그래서 이제 와서 우린 어리석었다고 우린 다 잃어버렸다고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건가요? 고작 그의 회환이라는 게 이런 건가요? 우리가 애썼던 날들하고 바꿀 수 있는 게 고작 운전면허에요? 이니요, 절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잊지 않는 사람들, 죽어간 친구와 미쳐간 친구와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는 이들... 그들이 곧 이 나라를 이끌어 가게 돼요. 이제 곧 우리 세대에게서 그래요. 형 말대로 우리 세대를 거치느라 운전면허 하나 따지 못했던 젊은이들이 그들이 대통령이 되고 그들이 예술가가 될 거라구요. 가짜들 말구 진짜들 그것두 권력이라구 운동하지 않는 불쌍한 친구들 주눅들게 하면서 거들먹거렸던 사람들 말구 이제 와서 어리석었다고 그 세월 전체를 매도하는 인간들 말구 진짜들 끌려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미안해서 정말 미안해서 테니스채를 사 놓고 한 번도 치지 못했던 친구들, 고시공부하다가 도서관 밖의 집회 바라보고는 머리 싸매고 그날은 그냥 집으로 돌아갔던 사람들 길거리에 누워서 끌려가지 않으려고 서로서로 사슬을 얽어매고 울어던 그 친구들

9.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 이 세상에서 가장 올바르고 가장 정직하게 세상과 대결하려 했던 고귀한 영혼들의 저술
-올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
-저녁 아홉시가 지나면 천오백원으로 값이 내리는 이천원짜리 장미 한 다발
-나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
-그리고 열정적이고 용감무쌍한 하루하루

10. 그녀의 속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시간들은 뜨거워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11. 가끔씩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고 싶어진다. 너는 무엇을 바라는가 하고 부산 햇살과 흰신작로 멀리서 일렁이는 호수 파스스 떠는 진초록의 나뭇잎, 그리고 모란이 지는 그와 나와 또 미래 아이들의 뜰 돌정구와 연못 그리고 대청마루에 깃드는 서늘한 평화 그를 만나기 위해 몰래 밤거리로 뛰쳐나갔을 때 어느 집 담장에 핀 월계꽃 향기 모든 이들의 가엾음 모든 부당한 권력에 대한 분노 모든 여린 것들에 대한 사랑에 점점 무디어져 가는 네 자신을 경계하라. 다시금 다시금 경계하라 깊은 밤과 환환 낮 제 몸에 달린 천 개의 눈 중 단 한 개는 언제나 감지 않는 용처럼 마지막 한 눈은 언제나 가장 충혈된 채로 그 밤 잠 못드는 가장 고통스러운 이를 지켜보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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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을 변화시키는 치유의 8단계
마태오 린 외 지음, 김종오 옮김 / 생활성서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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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작가 손을 떠나면 독자의 것이 된다고..
이 책은 내가 두 번째 읽는 건데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미 나의 기억력을 믿지 않아 온 지.. 꽤 오래 되었다.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하지 않는 일 중 하나였던 ‘읽은 책 다시 읽기‘를....하기 시작했다.

책이라는 것이 그것을 접할 때의 상황에 따라 감상과 느낌이 다르다는 건.. 이미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통해 경험했던 터였는데.... 그거야.. 내가 학생들을 가르쳐야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읽었던 거 또 읽고 가르쳤던 거 반복해서 가르치고... 이래야해서 내 선택이 아닌... 그저 상황으로 경험했던 건데..

이번 책을 읽고서 또 다시 새롭게 느껴졌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구절이, 멕시칸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경비대원들에게 저자가 똑같이 비인간적인 태도로 대하는 걸 깨닫고 놀랐다는 부분이었다. 이건 여전히 기억에 남는 구절이었는데.. 두번째 읽었을 때는 그게 그닥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거....

하기사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책 읽었을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농약먹고 자살한 아들 둔 노모가 택시타라고 의사가 건낸 돈을 주머니에 넣고 버스타고 가는 장면, 처음엔 그게 마음에 안 닿았었는데 두 번째 읽었을 땐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었으니..

암튼 이런 이유로... 요즘 읽을 책이 많아 좋긴 하다.. 아싸1

*책 속의 말말!
1. 인간은 성장한 후에라도 교정될 수 없는 것이 거의 없고, 또한 많은 일들은 아에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막을 수 있는 것들이다.

2. 우리의 상처는 우리 무보들과 연관되어 있다. 과거 어린 시절의 상처나 특히 가족이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들이 치우되면 우리는결혼이나 그밖의 현 상황들에서 드러나는 과민 반응들을 치유할 수 있다.

3. 부모의 사랑과 정서적 양육의 결핍은 후에 자녀에게서 나타나는 감정과 관련되어 파생되는 문제의 가장 큰 요인은 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4, 치유는 부정적인 기억을 치료함으로써뿐만 아니고 우리의 긍정적인 기억으로부터 힘을 얻는 것으로도 일어난다.

5. 버지니아 사티어- 심지어 어른인 우리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에 네 번의 포옹이 평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덟 번의 포옹이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열 두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6. 신체적 접촉이 많은 문화권에서 상대적으로 폭력과 잔인함을 덜 보인다.

7. 환자들이 자살을 시도한 날짜가 바로 그들의 어머니들이 임신 중절을 하려고 했던 날짜와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8. 알코올 중독에 구타까지 일삼던 남편으로부터 결국 임신 중에 도망쳐 나와야했던 한 어머니의 극단적 예- 남편은 아내를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였고 그러는 와중에 창문에 벽돌을 던지기도 했다. 아기는 태어난지 24시간 만에 피를 토하며 죽었다,

9. 만일 신생아에게 사랑과 관심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아기는 자신을 불신하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비롯해 어쩌면 모든 관계로부터 위축된다. 아기는 세상과 그 자신까지 불신하게 되면서 세상은 공허하며 좋지 ㅇ낳다고 느낀다. 아기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을 탓하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그러한 자신의 욕구 들은 나쁜 것이라고 가정하게 된다. 만일 사랑의 극심한 결핍을 겪거나 갑작스럽게 버림 받게 되면 그 아기는 만성적으로 비탄에 잠겨 나중에 치유가 일어나지 않는 한 살면서 우울하게 보내게 된다.

10. 엄격함 굳건함이 아이에게 필요하다. - 아이는 작은 히틀러가 되어 온 식구가 아이가 하자는 대로 아이가 하는 모든 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다. 결국 그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11. 마침내 에디슨이 생각하기에 제대로 된 전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 너무 흥분한 조교가 그만 전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밤을 새워 또 다른 전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에디슨은 다시 새 전구를 그 조교에게 시험해 보도록 했다. 에디슨은 조교가 자신감을 다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보단 전구를 또 떨어뜨릴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단지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들에게 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협동심과 자신감을 불어 넣는 방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때 에디슨과 같은 훌륭한 인재들을 더 많이 키워 낼 수 있을 것이다.

12. 독수리는 닭으로 살다 닭으로 죽어갔다. 왜냐하면 자신이 다보 닭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앤서니 드 멜로

13. 정체성에 관해 : 네가 누군지 안다는 자신의 깊은 내면의 확신을 갖기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아량을 베풀기는 어렵다. 나는 나 자신을 싫어했기 때문에 아량을 베풀 수 없었고 그래서 건전한 정체성을 선택할 수 없었다. 나에게 건전한 정체성이 있었더라면 부모님 선생님 교회 권위자 등에 의해 제시되었던 모든 가능성 중에서 나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해 주고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의미를 주는 건강한 삶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14. 아주 격렬한 십 대 시기는 아주 잘 적응하는 성인이 되기 위한 좋은 징조

15. 쾌활한 십 대들에 대해 그들 어머니들은 대부분 그들이 활동적이고 매력적이고 귀엽고 온후한 아기였다고 말한다. 이는 에릭슨이 말하는 기초 신뢰심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16 괴물 - 어느 마을에 사람들은 수박을 보고 괴물이라고 불렀다. 헌데 한 사람이 나타나 이것은 괴물이 아니라 수박이라고 하고 한 조각 잘라내 먹었다. 사람들은 그를 괴물보다 더 두려워하며 쫓아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을 죽일 거라고 ... 그 일이 있은 후 다른 한 사람이 그 마을에 갔다. 그는 수박을 보고 괴물이라고 하며 정말 위험하니까 피해가야한다며 발끝을 살금살금 피해 도망갔다. 그러면서 신뢰를 얻었다. 그후 오랜 시간에 걸쳐 함께 살면서 마침내 수박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수박에 대한 공포증을 없애는 것은 물론 수박을 음식물로 재배할 수 있도록 꺠우쳐 주었다.

17. 가장 강한 면역을 가진 사람들- 신혼 부부

18.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친밀감은 우리를 치유해준다.

19 고등학교 시절에 운동 선수로 이름을 날린 남학생들과 예쁘고 인기 있었던 여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은 청년이 되었다.

20. 긍정적 반응과 정서적 친밀감 - 우리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

21. 정서적 상처는 긍정적 반응의 결핍에서 온다.

22. 아주 작고 단순한 것들은 친밀감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 방법이다. - 꾸밈없는 웃음과 따뜻한 포옹

23. 가정 생활의 형태 또한 친밀감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가족의 모든 구성원과 관게를 잘 형성하면 다른 사람들과도 무리 없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24. 각자의 가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 가정에서 겪은 어려운 가정 생활 형태를 자신의 결혼 생활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15. 나는 여동생이랑 열살 차이가 났고 여자들과 가까이 지내는 법을 배울 수가 없었다. 여자가 접근해 오면 여동생에게 하듯이 놀려대는 경향이 있었다. 쉐일라 같은 여친은 나의 부정적인 가정 생활 형태를 치유해줬다. 진정한 친밀감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함께 치유해 나갈 공동체의 모든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열도록 해준다.

16. 순찰대원들이 포로들을 비인격적으로 댛는 것에 내가 분개하는 것은 옳았을지 모르지만 그 분노를 표현했던 방법 그리고 순찰대원들을 똑같이 비인격적으로 대한 것은 잘못이었다.

19. 간디는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과 같은 사회 계급에 속한 사람들뿐아니라, 인도의 모든 국민들을 돌봤다. 그는 비록 상류층 가정 출신이었지만 천민들과도 거리낌 없이 교류했다.

20. 사랑하기 힘든 사람- 우리와 가장 다른 사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라.

21. 성장하는 공동체- 자신과 다른 사람 양쪽 모두를 돌보는 생성력 있는 돌봄

22. 부모는 신이 아니라 상처받은 한 인간이다.

23.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세요,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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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빛문고 1
이문열 지음 / 다림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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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등학교에서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과 함께 많이 다뤄지는 소설인데 요즘은 이게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어린이 독자들이 배운다. 하여 작가는 어린이에게 맞는 문장구조를 손봐야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왜냐면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썼던 소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설이 다르고 있는 메시지를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를 해야하는지.. 참 읽는 나도 이해가 잘 되진 않는다.

서울에서 전학온 한병태가 시골초등학교 교실 안에 형성되어 반장 엄석대에게 집중된 절대권력을 보면서 바위에 돌던지는 격으로 대항하다가 결국엔 가장 가장 보수적인 태도로 권력에 편향하는 모습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부임하면서 무너지는 엄석대의 절대 권력 앞에 한병태의 태도와는 다르게 제일 먼저 등돌리는 최측근 아이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개인과 집단 간의 문제점을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배경을 통해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원래 젊어서 진보주의였던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가면 단단한 보수로 성향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사실 나는 이에 대해 크게 공감을 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의 한병태를 보고는 정말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절대 권력에 혼자 대항할 때의 그 느낌.. 이런 것들이 나에겐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책 속의 말말!
1. 가엾으신 어른. 이제니까 나는 당신을 이해할 듯도 하다. 그 때, 당신은 중앙의 좋은 자리에 있다가 시골 군청의 총무과장으로 밀려나 굴욕과 무력감을 짓씹고 계실 때였다. 새로 부림한 장관이 순시할 때 달려나가 마중하지 않고 자기 일만 보고 있었다고 과잉충성하는 직속 국장에게 찍혀 그리된만큼 힘에 대한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크셨을 것이다.

2. 이미 합격 불합격은 내노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석대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안 이상 헛수고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3. 너무도 허망하게 끝난 싸움이고 또한 그만큼 어이 없이 시닥된 굴종이었지만 그 굴정의 열매는 달았다.

4. 나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빼앗기고 분한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것도 한 학급의 우등생인 녀석들이 만약 너희들이 계속해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도 없을 만큼 클 것이다.

5. 백정도 칼을 버리면 부처가 될 수 있다.

6. 석대의 보이지 않는 손발이 되어 옳지 못한 그의 질서가 가차없이 우리 반을 위압하도록 만들어 준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 내가 혼자서 그렇게 힘겹게 석대에게 저항하고 있을 때, 가장 나를 괴롭게 한 것도 그들이었고, 갑작스런 반전으로 석대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 되었을 떄, 가장 많이 부러워하거나 시기한 것도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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