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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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었던 페미니즘 소설 치고는 세기를 앞서는 획기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다만 이러한 보편적이고도 당위적인 내용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 더 놀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부를 돌파했다고 하니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오스트리아 소설가 슈니츨러는 앞날이 촉망되는 의사의 길을 접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소설가의 길을 건는다. 그러면서 ‘꿈의 노빌레‘라는 작품을 발표한다. 같은 시기 프로이드는 정신분석학을 내놓지만 전자는 소설, 후자는 의학 이 둘을 대하는 세상의 태도가 철저히 달랐다. 소설은 열렬히 환영을 받았지만 의학은 철저하게 냉대를 받았다. 이에 프로이드는 슈니츨러에게 부럽다는 내용의 편지까지 쓰기도 한다.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이를 세상에 전달하는 창구가 다르다는 것 하나로 이런 상반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프로이트에게는 수용하기 힘든 현실이었을 듯...
슈니츨러 또한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프로이드에게 나의 정신과 영혼의 도플갱어라고 하기도 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당대 천대 당했던 프로이틐가 후대에서는 20세기를 연 석학이라 평가 받게 된다는 것.

나는 이 작품이 페미니즘을 다루는 방식이 다름이 아닌 소설이었다는 점에서 슈니츨러와 프로이트의 일화와 연결해 볼 때 신의 한수였다고 본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문학적으로 다가가는 것, 그것은 거부감은 줄이고 메시지의 힘은 키워준다.

빙의로 전개되는 시작, 정신과 의사의 시각으로 서술되었음을 나중에서야 알려주는 마무리는 참 신선하고 좋았지만 김지영의 일대기의 나열로 매워지는 대부분의 내용들 -그 와중에 문학다운 표현 몇 개를 빼면- 진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공론화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양성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말이다.


*책 속의 말말!*
1. 김지영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2. 가정이 있고 부모다 있다는 건 그런 짓을 용서해 줄 이유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대표님 생각부터 고치세요. 그런 가치관으로 계속 사회 생활하시다가는 이번 일 운 좋게 넘기더라도 비슷한 일 또 터집니다. 그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 제대로 안 한 건,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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