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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걸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0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11년 1월
평점 :
10년 후, 혹은 10년 전의 나와 만나다. 17살 오예슬과 27살 오예슬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모델 지망생 오예슬. 자신의 미모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공주병 말기 소녀. 물론 외모도 몸매도 그에 받쳐준다. 엄마와 언니 오예진과 마이애미로 가는 길, 쓰러진 예슬이는 10년 뒤 자신을 만난다. 하지만 톱 모델이 되어있어야 하는 자신은 끔찍이도 싫어했던 공부만 죽어라 하는 공무원 수험 준비생. 이게 무슨 일이지? 키 175cm에 48kg, 44사이즈를 입는 자신이 아닌 키는 같아도 55사이즈를 입고 음식도 마음대로 먹는 오예슬이 있었다. 하지만 27살 오예슬에게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자신이 모델이 되고 싶었던 본 이유를 잊고 다른 모델들과 비교하며 무리하게 살을 빼다 거식증까지 걸리고 결국 모델 일을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며 공부하고 있지만 정작 마음은 행복하지 못하다. 이 때 17살 때 오예슬의 등장으로 다시 모델에 대한 꿈을 깨닫고 청바지 모델 대회에 나간다.
17살 오예슬과 27살 오예슬이 번갈아 이야기를 전개해 더 재미있었다. 내가 10년 후로 날아가 나를 만난다면 어떨까? 예슬이처럼 '모델'이라는 꿈이 분명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10년 후의 나를 만나더라도 난 그녀에게 왜 이것밖에 되지 못했냐고 생색낼 수 없을 것 같다. 반대로, 10년 전의 나를 지금 만난다면? 글쎄, 아무래도 6살은 너무 어리다. 그럼, 내가 27살이 되어 17살의 나를 만난다면. 아, 이것도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되어있을지 몰라서 상상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냥 원하는 대로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나보다. 때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27살 오예슬이 인생은 할인이 되지 않는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쉽게쉽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문득 미래를 마주하기 두려워진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위하여 준비해야겠다. 예슬이는 미스 노를 보며 자신을 되돌아 본다. 미스 노는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한 명에다가, 십년을 사귄 첫사랑과도 자신의 잘못으로 헤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 한명은 너무 적다. 첫사랑과도 자신이 살이 쪄서 헤어진 줄 알았더니, 먼저 밀어낸 거였다. 민준이에게 너무 막 대한 것은 아닌가. 이 책에서 17살 예슬이가 37살 오예슬이 되어 27살 예슬이에게 쓴 편지가 기억에 남는다. 자주 들을 수 있는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것을 딛고 올라서는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고난의 시간도 더 잘되기 위한 시간이라는, 그 시간을 마음껏 누리라는 이야기. 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자주 생각하는 주제의 이야기라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깨달은 한가지. 언제나 미래만을 보고 살아왔는데, 때때로 과거를 뒤돌아 보기도 해야한다는 것. '십 년 전의 나, 오 년 전의 나, 일주일 전의 나, 어제의 나, 그리고 오늘의 나. 무수한 내가 켜켜이 쌓여 살고 있다.' 그렇다. 과거의 '나'가 쌓여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가 되는 것이다. 오예슬처럼 나도 안부 인사를 건네본다. 내 과거들, 다들 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