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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다 읽고도 아리송한 기분.
마지막으로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이라는 작가의 말을 읽고, 정말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나는 작가가 쓰지 않은 이야기를 읽었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아니 안달나는, 그래서 쓱싹 읽어버렸더니 놓친 부분이 많다. 이제 내용을 다 알았으니 찬찬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주옥같은 말들이 참 많았다. 가만히 오랫동안 곱씹어봤어야 했는데, 할일이 많다는 압박감에 스물스물 생겨올라오는 상념들을 다 무시해버렸다.
특히,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없었을 테지요." ...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그 심연을 건너기 위해 날개가 필요하지만, 결국 날개는 꿈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가는 심연을 건널 방법이 없다.
해외 입양된 아이와 자살을 선택했던 열일곱살 미혼모 소녀, 그녀와 스캔들이 있었던 선생님, 그 선생님과 달콤한 신혼을 꿈꾸고 있던 아내, 동료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소녀의 아버지, 소녀의 아버지를 미워하고 소녀를 미워하는 소녀의 친구... 그들이 이렇게 얽힐 수 밖에 없었던 건, 결국 이 심연을 건너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분명 무엇인가를 느끼고 깨달은 건 확실한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능력부족으로...
따스하고 숙연해지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득한,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