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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평점 :
작가는 자신의 파트너를 잃는 상실을 경험하게 되고, 그 이후 자신의 세상에 구멍이 생겼음을 깨닫게 된다.
상실은 급격한 틈을 만들어내고 혼란을 일으켰으며, 삶의 나침반을 망가트렸다고 표현했다. 이 와중에 낯선 이가 새로움이라는 바람과 이방인이란 존재가 긍정적인 관계를 부를 수도 있고, 낯선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낯선 사람에 관한 책, 개인적으로 낯을 가린다고 표현할 만큼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인데, 낯선 사람에 관한 새로운 의견과 외로움의 문제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던 책이었다.
우선 우리에게 집은 생명체가 아니지만 생명체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장소이자 공동체이며, 나만의 공간이라는
인지적 느낌을 가져다주는 안식처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11만 년 전~4만 년 전까지 동물의 뼈가 뒤덮인 화덕을 발견한 것을 보면 꽤 오래전부터 인간은 집을 중심으로 공동체 생활을 했고, 위험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보호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상호 협력하는 집단을 이뤄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가의 집은 보통의 집보다 더 개방적이고, 소우주 같았다고 회상했는데, 작가는 지역 사제의 아들로, 어릴 적 살던 집은 사제관이었다고 한다. 개인의 공간도 아니지만 완전한 공공의 장소도 아니었던지라 누구든 인사를 하거나 불쑥 찾아올 수 있는 자유로운 장소였다고 한다.
언제나 거리의 신사들(노숙자들)에게 먹을 것과 차 그리고 얼마의 여비를 내어주고 한밤중에 손님이 찾아오면 침실을 내주기까지 했다고, 낯선 외부인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 없었던 어릴 적 기억들이 이방인에 대한 특별함을 인식시켜주고, 집을 지키는 방법을 안전장치 대신 문을 활짝 여는 것이라고 여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작가님의 어릴 적 기억만큼이나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방인에게 친절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원전 1500년경 중국의 청동 유물에서 손님을 뜻하는 글자를 찾아볼 수 있고, 기원전 9세기에서 8세기 사이 편찬된 시경에는 손님이 행운과 축복을 남기고 떠나므로 잘 대접해야 한다는 시를 발견했으며, 고대 문헌에는 이방인이 천사로 기록되어 낯선 이들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들로 가득했다는 걸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과거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특히나 낯선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실들이 꽤나 흥미롭고 훌륭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가 파키스탄과 청두에서 이방인으로 지냈을 때의 이야기들과 고대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 속 이야기들로 우리는 과거 사람들이 이방인에게 어떤 환대를 베풀었는지 속속들이 알게 해주었는데, 손님의 의무와 주인의 권리는 체계적으로 규칙화되어 있으며, 이방인들과 언젠가 겪는 이별조차 굉장히 예의 있고 능숙하고 당혹스럽지 않게 하는 의례가 존재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문학과 철학적 의미를 넘나드는 인류학적 인문학 이야기가 조금 어렵지만 낯선 진실들로 꽤나 집중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한없이 낯설기만 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반성하게 만들고, 이방인에 대해 배척하는 모습들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게 만들었다.
난민들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들에게 우리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 꽤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