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와 벽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62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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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그림책 친구 찬스로 아주 예쁘고 통통하고 사랑스러운 프레드릭 인형을 두 마리 데려왔다.

아이들과 함께 그토록 읽었던 프레드릭의 등장에 아이들은 환호했고 아이들의 놀이에 프레드릭은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인형 덕에 레오 리오니의 책을 나도 아이들도 최근 더 자주 꺼내보기도 했으니 녀석이 와주어 참 다행이다 싶은 요즈음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운명처럼 이 책이 찾아온 것이다.





실은, 레오 리오니의 책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에릭 칼 이후로 영어 그림책을 사모으는 엄마들 사이에 레오 리오니의 책이 전집처럼 묶음으로 판매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우리 집에도 레오 리오니의 책들이 원서로 많다. 특이하게도 눈에 띌만큼 레오 리오니의 책들은 활자가 작다. 그게 어른 독자인 내 눈에는 정말 아름답고 그 여백조차 감동이지만, 아이들은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더욱이 이 작가의 책은 그 층위가 몹시 깊어 한글로 읽어도 곱씹게 된다. 그래서 영어 원서를 두고도 한글책으로 꼭 보게 되는 것이 이 작가의 책이다. 


그림책은 항상 나 먼저 혼자 읽고 아이들과 다시 읽는다. 아이들과 함께할 때, 소리내어 읽을 때 느껴지는 것이 더 많은 것이 그림책의 매력. 틸리도 아이들과 읽고 아이들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다른 생쥐들이 벽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때)

나 : 왜 다른 생쥐들은 벽이 궁금하지 않은걸까?

6 : 왜냐하면, 다른 애들은 겨울을 대비해서 식량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벽을 궁금해할 시간이 없어요.


(틸리가 계속해서 벽을 따라 걸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때)

8 : 당연한거에요. 이어진 벽을 따라 걸으면 아무 것도 안나오는게 당연하잖아요!

나 : 아, 그럼 이건 담장인거야?

8 : 그렇죠! 쭉 이어진 담장이고 얘는 문을 찾지 못한거라구요.


(틸리가 굴을 파고 반대쪽에서 자신과 똑같은 생쥐들을 만났을 때)

8 : 당연하죠! 같은 땅인데 같은 생쥐가 있겠죠.

나 : 다른 괴물이나 이상한게 있을 수도 있잖아!

8: 어떻게 벽 하나 두고 다른게 있을 수가 있어요.


아이들은 냉전이니, 장벽이니, 이념이니, 대립이니, 갈등이니, 그런 어렵고 아프고 복잡한 이야기는 모른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말 속에는 다 담겨있다.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자, 그럼 아이들과 함께 놀아보자.

아이의 말 속에서 얻은 힌트를 얻어 틸리가 살고 있는 벽의 모습을 블록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만들지 그림을 그려 먼저 생각해본다.



뱅글 한바퀴를 도는 구조니까 지하부터 차곡차곡 만들고 잊지 않고 구멍도 뚫어줬다.




완성!

아이가 생각한 모양의 축소버전 쯤이다. 생쥐들에겐 높은 벽이 빙 두르고 있는 집이다.





친구들이 줄지어 올라서도 높고 높다. 돌고 돌아도 끝이 나지 않는 그런 벽!






자, 가자, 굴을 파고 안쪽으로!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책의 첫 두 문장이었다.


그 벽은 생쥐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어.

생쥐들은 벽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어.


레오 리오니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강자의 입장에 선 캐릭터가 없다. 성게 님의 말처럼 그의 책에는 고양이가 메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주로 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다수의 약자, 힘을 가지지 못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의 중심이고 다수이며 세상을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이 세상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 그것이 가장 지옥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벽, 그 벽에 대해 관심없는 대중들, 그건 독일만이 아닌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분단의 현실에 눈곱만큼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우리 세대의 모습이다. 익숙해진 불의한 현실에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눈곱만큼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우리 세대의 모습이다. 무관심은 가장 무서운 지옥의 모습이다. 




틸리와 벽이 '벽'과 '선'에 관한 유토피아적 이야기라면, 이와 관련된 그림책이 두 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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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세상에 관한 다양한 상상들. 꿈꾸지 않으면 세상은 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선을, 벽을 넘기에 앞서 먼저 꿈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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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를 부탁해! 엄마 편 오리그림책
박종진 지음, 신보미 그림 / 동심(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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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라 하니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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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알피
티라 헤더 지음, 지혜연 옮김 / 보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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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볼 수 있는 따스한 이야기에요. 반려견을 키우지 않아도 아이들 모두 공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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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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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먼 하늘은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의 모든 신들은 하늘 위에 존재하며 인간을 굽어 살핀다 여겨졌다. 하늘은 난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인간이 들어간다는 의미였기에 하늘은 인간에게 동경과 금기의 공간인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상상 속의 존재들은 날개를 가지거나 나는 능력을 가지곤 한다. 무엇이든 만들어내었던 그리스 신화 속 다이달로스는 새와 같은 날개를 만들어 이카루스를 날게 한다. 슈퍼맨은 날개 없이도 날 수 있고 엑스맨에서는 날개 달린 돌연변이가 등장한다. 난다는 것은 전지전능함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구병모 작가는 독특한 필체와 그보다 더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온 굉장히 매력적인 작가다. 작가의 지금까지의 작품을 살펴보면 구전되어 내려온 설화를 모티프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스스로가 옛이야기의 변주라 말한 '빨간 구두당',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피그말리온 아이들', 성경을 차용한 '방주로 오세요', 그리고 출세작 '위저드 베이커리'까지 대부분의 작품들의 시작은 설화에 있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는 그보다 먼저 성실한 독자라 생각된다. 혼재되어 사용되는 용어 또한 정확히 기술함은 물론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병모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할 것이다.


'눈가리고 책읽는당'을 통해 가제본된 책을 받았을 때 표지에 제시된 키워드는 단 3가지. 책 내용에 관련된 것들을 제외하고 남은 키워드는 '영어덜트 소설'이었다. 읽기 시작하자 그 독특한 필체에 작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랐다.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하던 작가가 이제는 새로운 신화를, 세상을 창조해낸 것이다.


날개가 있는 익인(翼人)이라는 종족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커다란 날개로 날아다닐 수 있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벽안인은 도시에서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살아가는 방식이나 태도 자체가 극명히 대비된다. 주인공인 비오는 익인으로, 루는 벽안인으로, 닿을 수 있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공동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소수자이자 아직은 혼자 힘으로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약자라는 점. 인간과의 혼혈로 태어나 생부를 알지도 보지도 못한채 다른 익인보다 작은 날개로 공동체의 모든 일에서 제외당하며 살아온 비오. 루 또한 인정받지 못한 혼외자라는 출신 성분으로 형제들에게조차 외면받는 존재다. 우연한 사건으로 루는 비오와 함께 익인들이 사는 곳에 머물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공동체와 처지에 공감하며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이렇듯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형태를 띈다. 그럼에도 식상하지 않은 건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가진 참신한 매력과 의외의 전개 때문이다. 뻔할 듯 진행되다 예상치 못한 내용이 등장하고, 의외로 전개되겠구나 싶을때는 오히려 단순한 내용으로 흐른다. 특히 좋았던 건 결말이다. 모두가 가능성을 가진채 그렇게 열린 방향성은 고루하지 않고 옛이야기의 전형성을 멋지게 비튼 것 같았다.


많은 청소년 문학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소외된 아이들을 그린다. 물론 이는 문학의 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정해진 설정은 상상할 수 있는,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짓는 듯 하다. 그렇기에 판타지가 필요하다. 판타지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 속에서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그런 면에서 우리 판타지, 영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생각된다. 배경도 주인공도 한국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우리의 정서가 깔려 있어 친숙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이 은유적으로 함의되어 그 낯선 세계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읽으며 생각해봤다, 이 책이 영화화되는 것을. 해리 포터나 헝거 게임이 멀지 않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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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할머니의 복숭아나무 New 이야기 그림책
탕무니우 지음, 조윤진 옮김 / 보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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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여기 봄에 꼭, 딱, 완전 어울리는 봄 그림책이 나왔어요.

온통 분홍색입니다. 주조색도 모두 다 분홍분홍합니다.

펼쳐드는 순간부터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설레이는 마음이 일렁입니다~






우리의 봄은 매화꽃과 산수유꽃으로 시작해 벚꽃으로 정점을 만나는데요,

이 책은 복숭아꽃으로 봄을 활짝 피우고 있어요.

지은이인 탕무니우는 타이완의 작가이기에 중국에서

복숭아꽃에 의미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복숭아는 중국 황하유역이 원산지로 중국의 농업과 그 기원을 같이 할 만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데요.

무릉도원, 도요시절의 '도()'는 복숭아를 뜻하는 글자예요.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유사'에 나왔을만큼 오래 전 전래되어

사랑받아 왔다고 해요.

중국의 종과는 다른 종이지만 '황성신문'에서 우리나라 국화로 정하자고

발론했을만큼 조상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꽃이었다고 하네요.

올 봄에는 복숭아꽃을 꼭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작가인 탕무니우에 대해 더 알아볼게요.

탕무니우는 현재 타이완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하나로,

2014년 '아무것도 안해'로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책의 작가 소개를 보니 어린시절 '톰 소여의 모험'의 톰처럼 자랐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필명을 탕무니우라고 지은듯합니다. 탕무가 톰을 뜻한데요.

톰 소여를 지향하다니 자유롭고 꿈꾸는 사람일 것 같아요.

그림책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외딴 곳에 홀로 사는 린 할머니 집 앞 복숭아나무에 꽃이 피더니

복숭아가 한가득 열렸어요.

동물들은 하나 둘, 나중에는 우르르 몰려와 복숭아를 얻어 먹고

이곳 저곳에 복숭아씨를 뱉습니다.



할머니는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동물들과 복숭아를 나누어요.

느림보 거북이 무리가 올 때쯤엔 복숭아가 하나밖에 남지 않자,

복숭아로 파이를 만들고 차와 함께 내어줍니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할머니는 무소유의 나눔을 실천하시죠.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 선에서의 덧셈, 뺄셈처럼 이건 바보같은 손해였을까요?

마지막 펼침면이 이 책의 백미인데요,

이 설레이는 봄 그림책의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길 추천해요~

일희일비하며 손해만은 절대 보지 않으려 안달복달하는 우리에게

린 할머니는 따스한 순간을 선물합니다.

살포시 찾아오는 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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