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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깊고 먼 하늘은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의 모든 신들은 하늘 위에 존재하며 인간을 굽어 살핀다 여겨졌다. 하늘은 난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인간이 들어간다는 의미였기에 하늘은 인간에게 동경과 금기의 공간인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상상 속의 존재들은 날개를 가지거나 나는 능력을 가지곤 한다. 무엇이든 만들어내었던 그리스 신화 속 다이달로스는 새와 같은 날개를 만들어 이카루스를 날게 한다. 슈퍼맨은 날개 없이도 날 수 있고 엑스맨에서는 날개 달린 돌연변이가 등장한다. 난다는 것은 전지전능함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구병모 작가는 독특한 필체와 그보다 더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온 굉장히 매력적인 작가다. 작가의 지금까지의 작품을 살펴보면 구전되어 내려온 설화를 모티프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스스로가 옛이야기의 변주라 말한 '빨간 구두당',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피그말리온 아이들', 성경을 차용한 '방주로 오세요', 그리고 출세작 '위저드 베이커리'까지 대부분의 작품들의 시작은 설화에 있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는 그보다 먼저 성실한 독자라 생각된다. 혼재되어 사용되는 용어 또한 정확히 기술함은 물론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병모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할 것이다.
'눈가리고 책읽는당'을 통해 가제본된 책을 받았을 때 표지에 제시된 키워드는 단 3가지. 책 내용에 관련된 것들을 제외하고 남은 키워드는 '영어덜트 소설'이었다. 읽기 시작하자 그 독특한 필체에 작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랐다.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하던 작가가 이제는 새로운 신화를, 세상을 창조해낸 것이다.
날개가 있는 익인(翼人)이라는 종족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커다란 날개로 날아다닐 수 있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벽안인은 도시에서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살아가는 방식이나 태도 자체가 극명히 대비된다. 주인공인 비오는 익인으로, 루는 벽안인으로, 닿을 수 있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공동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소수자이자 아직은 혼자 힘으로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약자라는 점. 인간과의 혼혈로 태어나 생부를 알지도 보지도 못한채 다른 익인보다 작은 날개로 공동체의 모든 일에서 제외당하며 살아온 비오. 루 또한 인정받지 못한 혼외자라는 출신 성분으로 형제들에게조차 외면받는 존재다. 우연한 사건으로 루는 비오와 함께 익인들이 사는 곳에 머물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공동체와 처지에 공감하며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이렇듯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형태를 띈다. 그럼에도 식상하지 않은 건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가진 참신한 매력과 의외의 전개 때문이다. 뻔할 듯 진행되다 예상치 못한 내용이 등장하고, 의외로 전개되겠구나 싶을때는 오히려 단순한 내용으로 흐른다. 특히 좋았던 건 결말이다. 모두가 가능성을 가진채 그렇게 열린 방향성은 고루하지 않고 옛이야기의 전형성을 멋지게 비튼 것 같았다.
많은 청소년 문학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소외된 아이들을 그린다. 물론 이는 문학의 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정해진 설정은 상상할 수 있는,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짓는 듯 하다. 그렇기에 판타지가 필요하다. 판타지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 속에서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그런 면에서 우리 판타지, 영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생각된다. 배경도 주인공도 한국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우리의 정서가 깔려 있어 친숙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이 은유적으로 함의되어 그 낯선 세계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읽으며 생각해봤다, 이 책이 영화화되는 것을. 해리 포터나 헝거 게임이 멀지 않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