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별 보림어린이문고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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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근과 채찍으로 대변되는 상벌은 예전부터 존재해왔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그 이전에도, 그리고 아마 지금의 교실에도. 그 기억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상벌을 위해서는 서열이 생기고 비교가 등장하며 자만과 열등감이 피어난다. 보이지 않는 선이 아이들 사이에 생긴다. 그 선은 기가 막히게 아이들 사이를 갈라놓고 무리 지었었다.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돌아보면 참 그랬었다, 씁쓸하게 기억난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떨까. 이 책은 스티커라는 보상으로 구분지어진 아이들의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이다. 어린 연령의 아이들이 읽는 책이기에 눈에 보이는 확연한 은빛 스티커가 등장한다. 아이들은 모자를 쓰고 스티커가 늘어날 때마다 하나씩 모자에 스티커를 붙인다. 언제나 받는 아이들이 있고, 하나도 받지 못한 아이도 있다. 선생님은 이 아이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같은 모둠에서 빵점을 받는 아이가 있으면 모둠 아이들 모두가 스티커를 받지 못한다는 규칙을 만든다. 의도와는 다르게 이 규칙은 아이들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낸다. 서로를 탓하고 미워하게 된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못하는 아이는 원망을 담아. 표현이 서툰 아이들이기에 갈등은 눈에 보이게 터져나온다.

 

  83년도에 출간된 작품임에도 지금 읽어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일본의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의 아이들 심리 이해는 탁월하다. 이 모든 갈등에서 자유로운 건 언제나 웃는 아이, 신이 하나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이야기 내내 행복한 것도 그 아이 하나이고, 모든 갈등의 시작이자 끝도 그 아이다. 가장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가장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건 신이인데 모두 신이 때문에 다툰다. 신이가 그럴 수 있는건 보상이자 욕망의 상징인 스티커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신이가 이상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티커에 가치를 두지 않을 때 우리가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느 하나에 치우쳐 세상을 보는 눈이 흐려지거나 불행해지지 않는 것 아닐까. 친구를 바라볼 때도 그 아이 하나를 깊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스티커 갯수로 평가할 때, 그 아이는 행복할 수 없다. 아마 아무리 많은 스티커를 가지게 된다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백 열여덟 개의 스티커를 화장실 가득 붙인 세 아이가 행복했던 건 함께 하는 친구들을, 그리고 나를 들여다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들의 마음이 빛나는 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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