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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 세계 인류학의 패러다임 ㅣ 호모사피엔스
앨런 바너드 지음, 김우영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비교적 최근에 나온(2000) 인류학 개론서이다. 이번에 한길사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다: 호모사피엔스’라는 기획으로 번역 출간(복간)한 네 권(『인류학의 거장들』, 『금기의 수수께끼』,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인류학과 인류학자들』) 중 하나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인류학의 거장들』을 미리 읽었는데 독서 순서는 나쁘지 않았다. 『인류학의 거장들』과 비교하자면, 『인류학의 거장들』은 저자가 각 시대나 계보를 대표하는 인류학자 21명을 테마로 묶어 인류학의 흐름을 개괄하고 있다면 이 책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은 『인류학의 거장들』을 훌륭하게 보완하며 보다 폭넓고 다양한 인류학사를 설명해준다. 이 책은 말미에 『인류학의 거장들』을 단순한 ‘위인이론’으로 인류학을 설명한 책으로 언급하는데, 여기서 ‘위인이론’은 가치중립적인 의미로 읽는 편이 나아 보인다. 『인류학의 거장들』은 인류학을 개괄하기 위해 특정 학자들을 ‘거점’으로 마련한 뒤 서술한다. 이 작업의 장점은 거점이 명확하여 구조를 단순화시켜 논의의 흐름을 큰 줄기로 유지시켜준다는 점이다. 다만 단점도 명확한데, 21명 학자가 각자 1개 장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형식적인 면에서 모두 동등한 위상을 가진 것처럼 독자들로 하여금 인식되게 한다. 역사학에서 ‘위인이론’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며 인류학에서도 이런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겠지만, 개론서로서 서술과 이해의 용이함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면 인류학 개론서에서 취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을 듯하다.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안에는 『인류학의 거장들』에서 다룬 21명이 모두 등장한다. 이 책이 『인류학의 거장들』을 보완하는 첫 번째 장점은 학자들의 위상을 재정립시켜준다는 점이다. 가령, 프란츠 보아스나 에밀 뒤르켐, 레비-스트로스 등 굵직한 학자들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높은 위상과 지면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제임스 페르난데스는 포스트모던 인류학자의 일부로 서술된다. 두 번째 장점은 『인류학의 거장들』에서 미처 언급하지 못하고 지나친 수많은 학자들과 그들의 연구도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학의 거장들』의 거점과 거점 사이를 메워준다. 그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두껍지 않은 분량으로 인류학을 충분히 개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저자의 문체는 단호하고 명료하며 군더더기 없이 서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소 저자의 축약된 설명법이 난해하게 느껴질 소지가 있다. 두 책은 모두 같은 역자(김우영)가 작업했는데, 이 책은 역자가 중간중간 끼어들어 저자가 설명해주지 않는 개념들을 설명해준다. 때문에 또 다른 책을 뒤져가며 이해되지 않는 용어들을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크게 보면, 인류학적 흐름은 두 책 모두 다르지 않다. 초기 인류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진화론과 상대주의가 등장하고 기능주의,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여성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진다. 다만 이 책은 인류학자가 인류학적으로 서술한 인류학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 저자는 최대한 중간자적 입장에서 편중됨없이 서술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는 중간중간 논평을 추가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래서 저저는 “나는 나 자신이 읽는 방식대로 역사를 구성했다. 다른 사람은 그것을 다르게 읽고, 해석하고, 구성하고, 해체할 것이다.”라고 이 책을 끝맺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개론서이지만, 입론서의 성격도 충실하다. 각 장마다 말미에 더 읽을거리를 추가하고 있다. 또, 부록으로 주요용어도 정리하고 있다. 인류학을 그저 상식거리로 알아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인류학에 좀 더 빠져보라고 유혹한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인류학에 관심을 막 갖게 된 학부생이나 일반독자들에게 유용할 듯 하다. 이 책은 충분히 훌륭하지만, 입문을 유도하는 번역서인만큼 독자로서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 더 읽을거리에 추가된 책들은 국내에 번역된 책도 있고 그렇지 못한 책도 있다. 출판사에서 이 점을 고려하여 번역된 책이라면 국내에 언제,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있는지 병기해주고 번역되지 못한 책도 그 여부를 표시해줬으면 더 좋을 듯하다. 이 책이 입론서이고 저자가 그런 의도로 서술했으니 마땅히 그 의도를 반영하여 소개하는 것이 충실한 번역출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