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의 거장들 - 인물로 읽는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호모사피엔스
제리 무어 지음, 김우영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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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에서 인류학 관련 도서를 4권 출간했다.  인류학의 거장들, 금기의 수수께끼,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인류학과 인류학자들』. 이 중 인류학의 거장들,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를 읽게 되었는데 먼저 인류학의 거장들』를 정리했다.


이 책은 인류학의 주요이론과 주요 학자들을 시대별, 계파별로 나누어 설명하며 인류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초기 인류학부터 최근의 포스트모던 인류학까지 폭넓게 개괄하면서 시대별로 논점이 꺾이는 순간들(변곡점)을 파악하기 쉽게 알려주고 사상적 계승도 밝혀준다. 옮긴이가 말한 바, 학부 수업용으로 좋을 듯한데 일반인들이 인류학을 처음 접할 때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번역은 대부분 직역에 가깝다. 평소 직역위주의 사회과학 번역서들을 섭렵하신 분들은 잘 읽힐 것이다.
 
1부는 인류학의 초기 학자 네 명을 나열한다. 주요한 두 흐름이 보인다.
에드워드 타일러, 루이스 모건, 에밀 뒤르켐 등 세 명은 과학에 가까운 인류학을,
프란츠 보아스는 인문주의 인류학을 주창한다.

먼저, 1. 타일러는 인종주의를 타파한 공로가 있다. 인종 간 우월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밝혔다. 그는 균일론과 잔재라는 두 개념을 통해 인류문화가 단선적으로 진화함을 주장했다. 2. 루이스 모건 역시 진화론적 관점에서 친족체계를 분류했는데 그는 비서구적 사회에 대한 서구사회의 우월성을 드러냈다. 3. 뒤르켐은 보다 과학에 가까운 인류학적 관점을 보였다. 사실 뒤르켐은 사회학자로 더 유명했는데 사회를 객관적 실체로 놓기 때문에 보편적인 법칙성을 찾으려 했다. 특히 그는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인류학을 주창했다. 뒤르켐의 관점은 모스, 래리클리프-브라운, 에번스-프리처드, 메리 더글라스 등 3부에 등장하는 학자들이 계승했다.

한편, 4. 프란츠 보아스는 이들과 달리 역사적 특수주의를 주장했다. 그는 타일러류의 학자들이 주장했던 단선적이고 보편적인 진화관을 거부했다. 문화적 행위를 일반적인 진화단계와의 관련 속에서 설명할 것이 아니라 특수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말하며, 문화적 특징은 특수한 문화적 맥락에 의해 우선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아스는 인류학을 보편법칙을 찾는 과학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는 역사학과 같은 인문주의 학문으로 규정했다.
 
보아스의 인문주의 인류학은 초기 인류학 이후 학계의 주류가 된다.
2부는 보아스의 영향을 받은 인류학자들이 등장한다.
5. 앨프레드 크로버는 문화를 독자적인 실체로 만든다. 그는 뒤르켐이 언급한 유기체적세계관을 문화로 가져왔는데 그의 비유를 뛰어넘어 문화는 유기체 중에서도 유기체 즉, ‘초유기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문화결정론인데, 문화가 그 문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그 문화에 종속된다. 심지어 위인들도 어떤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를 대표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6. 『국화와 칼로 유명한 루스 베니딕트는 생물학과 대조되는 문화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그녀는 문화는 그것을 이루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녀는 각 문화별 맥락을 중시했고 그녀의 연구결과는 문화상대주의에 가까웠다.
7. ‘사피어-워프 가설로 유명한 에드워드 사피어는 인류학에 언어학을 접목한다. 그는 언어가 문화의 다른 차원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언어는 인간에 의해 지각되는 세계를 반영하고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언어 습득 과정에서 경험의 지각을 조직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을 통해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데, 언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환경의 측면을 반영한다. 다른 문화의 언어를 연구하는 것은 그들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조사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하며 언어연구에 천착했다.
8. 마거릿 미드는 인류학에 육아를 들여온다. 육아 관습이 인성을 형성하며 이것이 특수한 사회에 본질적 성격을 부여한다고 말함으로써 문화에 인성을 결합하는 독특한 관점을 보였다.
 
보아스 류의 인류학이 시대를 지배하자 점차 이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 생겨났다. 3부에서는 뒤르켐의 뒤를 잇는 학자들을 배열한다. 인문주의 인류학(2)에서 다시 과학적 인류학 흐름을 서술한다.
9. 마르셀 모스는 뒤르켐과 마찬가지로 특정 사회가 가진 분류체계가 사회생활의 범주에 바탕을 둔다고 주장했다. 분류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기초를 둔다. 객관화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회이다. 그의 사상은 메리 더글러스(5)와 레비-스트로스(5)에 영향을 준다. 다만 그는 비서구사회가 고대사회 유형의 원시적 잔재를 표현한다는 가정을 엄밀히 검토해보지 않았다.
10.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는 문화기능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문화에 일정한 기능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기능을 연구하려 했다. 그에 따르면 문화는 개인의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이 기능주의는 사회인류학에 영향을 준다.
11. 래드클리프-브라운는 사회인류학을 주창했다. 그는 과학적 인류학을 사회인류학으로 규정하고 보아스류의 인문주의 인류학을 민족학으로 떼어냈다. 그는 사회인류학이란 용어는 인류사회의 발달에서 발견될 수 있는 규칙성(원시인 조사에 의해 예시되거나 증명될 수 있다면)을 연구하는 것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사회의 과학적 법칙, 구조와 기능 사이의 통문화적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인류학을 꿈꿨다. 다만 그는 말리노프스키와 달리 문화적 제도의 기능은 개인적 욕구의 충족(말리노프스키)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를 유지하는데 차지하는 역할이라고 결론지었다.
12. 에드워드 에번스-프리처드는 독특한 학자이다. 초기엔 래드클리프-브라운과 마찬가지로 사회관계의 구조와 기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기엔 정반대로 돌아선다. 그는 사회인류학은 사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계주의적인 사회이론을 부정하고 인류학의 과학적인 방식에 반대했다. 그는 역사가 없는 사회연구를 비판했다. 역사적 차원을 배제한다는 것은 정치조직을 이해하기 위해 확인 가능하고 필요한 지식들을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라 여겼다. 심지어 래드클리프-브라운의 구조 기능주의를 조목조목 반박했고 인류학이 과학보다 사회사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문주의적 인류학을 추구함을 명확히 밝혔다.
 
마르크스주의가 인간 지성사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류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4부에서는 마르크스주의를 인류학과 접목한 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보아스 계열 때문에 철저하게 잊혀졌던 타일러와 모건(1)를 부활시킨다.
13. 레슬리 화이트는 보아스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문화가 초생물학적 성격을 갖는다고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문화의 목적과 기능은 인간이라는 종을 위해 삶을 안정되고 영구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의 진화는 에너지를 확보하고 전환시킬 수 있는 상대적 능력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르크스의 역사진화론을 인류학에 들여와 문화진화론을 주창했다. 그는 문화는 네 가지 범주가 있는데 그것은 각각 기술적, 사회적, 관념적, 감정적(이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음) 범주이다. 그런데 이 중 기술적 범주는 사회적, 관념적 체계가 일어나는 기반이 된다. 기술체계는 기본적이며 근원적이며 따라서 기술적 요인은 총체적인 문화체계의 결정인자이다. 유물론적 시각이 엿보인다.
14. 줄리언 스튜어드는 보아스의 특수주의를 비판한다. 그는 전혀 다른 사회에서 비슷한 문화현상이 나타나는 점을 들었다. 다른 문화들 사이의 명백한 유사성은 유사한 자연환경에 대한 평행적인 적응으로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단선적인 진화모델은 거부했고 각기 다른 형태의 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생태학을 주창하며, 문화생태학은 사회가 그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며, 주요 문제는 이 적응이 진화적 변화라는 내적 사회변형을 일으키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아스류의 특수주의에서 환경은 문화적 차이를 설명할 때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는데, 환경과 문화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면 어떻게 환경을 무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스튜어드 역시 유물론적 관점을 보였고 인류학에서 인과적 설명이 역사적 재구성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15. 마빈 해리스는 보다 본격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해 문화유물론을 주창했다. 그는 문화를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나누고 하부구조의 설명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하부구조에서의 혁신이 다른 영역의 변화를 초래할 확률이 훨씬 크다는 것, 즉 그 개연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부구조의 우위를 인식한다고 해서 의식적인 인간행위의 중요성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문화유물론은 인간의 문화를 의식주와 번식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16. 엘리너 버크 리콕은 인류학에 페미니즘을 결합한다. 그녀는 여성의 종속이 보편적 조건이 아니라 역사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특이하게도 문화적 유형의 역사적 맥락을 수립하는 보아스류와 현실참여를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를 결합했다.
 
1960년대 이후부터 마르크스주의와 유물론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진행된다.
17. 클로드 래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인류학은 사회생활의 무의식적 기반을 검토해야 하는데 그가 생각하는 사회생활의 기본구조를 찾는 작업은 분류체계, 친족이론, 신화의 논리라는 세 가지 분야였다. 그는 사피어와 달리 언어가 문화적 지각행위를 그렇게 직접적으로 형성하는 것(사피어)은 아니고 그보다는 언어와 친족, 교환, 신화같은 문화의 특정한 측면들 사이에 상사점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의사소통의 형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의 무의식적 활동은 본질적으로 내용에 형태를 부여하는 데 있으며 언어에 표현된 상징적 기능의 연구가 뚜렷하게 보여주듯 이러한 형태들이 기본적으로 모든 사고(원시인부터 문대인의 사고까지)에 동일하다면 각각의 제도와 관습의 근저에 있는 무의식 구조를 파악하는 작업이 지상 과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18. 빅터 터너는 상징과 사회적 드라마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상징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과정에 개입하므로 의례적 상징들은 다른 사건들과의 관련하에 연구해야만 제대로 분석이 된다. 상징의 구조와 특징은 최소한 적절한 행위의 맥락에서는 역동적인 존재의 구조와 특징이 된다. 그의 주장에 따라 상징이 역동성을 갖게되면, 문화적 유형이 사회적 안정을 성취하게 도와준다는 래드클리프-브라운이나 파악될 수 있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말한 말리노프스키의 주장은 힘을 잃는다.
19. 클리퍼드 거츠는 인류학에 기호학을 끌어들인다. 문화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기호학적인 것이며 인간은 그 자신이 짜낸 의미의 그물에 걸려있는 존재이고 문화는 그러한 그물이다. 따라서 문화의 분석은 법칙을 추구하는 실험적 과학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해석적인 과학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저마다 다를 가능성이 큰데 어느 해석이 우위인지 밝히기가 애매해진다. 결국 해석의 풍부함만을 얻을 수 있을 뿐 결론내기 어려워지며 인류학은 과학에서 멀어진다.
20. 이 책에서 메리 더글러스가 가장 재미있었다. 그녀는 오물에 대한 연구를 한다. 그녀는 오물이 있는 곳에는 체계가 있고, 오물은 사물의 체계적 정리와 분류의 부산물이라고 여겼다, 또 그녀는 집단성행동준칙이라는 두 변인을 기준으로, 사회는 네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누고는 각각을 설명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21. 마지막으로 인류학에 포스트모더니즘을 끌어들인 제임스 페르난데스는 다른 문화들을 기능주의, 문화유물론, 구조주의같은 거대이론의 전형 사례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관찰자적이며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통해 다른 문화를 기록하는 경험의 민족지가 인류학적 조사의 목적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학을 본질적으로 이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여겼다.
 
이 책은 맺음말 부분에서 인류학이 겪어온 논쟁들을 다시한번 언급하고, 그럼에도 인류학에서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점들을 몇 가지 밝히며 서술을 마친다.
1. 인종은 인간 행위의 다양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2. 다른 문화는 인류 진화의 초기단계를 대표하는 화석이 아니다.
3. 개인과 문화는 변증법적 관계. 개인은 체험하는 문화에 의해 형성, 동시에 문화를 형성.
4. 문화는 잡동사니도 아니고 통합된 기계도 아니다. 문화 요소는 인간 실존의 적응적 요구를 충족하고 상징을 사용하는 인간 행위의 창조성을 표현하고 전승된 인류의 경험을 반영한다.
5. 다른 집단에 대한 우리 지식은 우리 자신의 문화적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 책에 이어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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