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460
이제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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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다만 빛이 부족한 것
따뜻함은 이미 넘치고 넘치는 것

뒤돌아가면 왔던 길이 남아있다
다시 되돌아가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새가 새를
나무가 나무를
구름이 구름을 불러 모으듯

어떤 믿음이 너와 나를 구별되게 했다

믿고 싶어서 믿기 시작하다 보면
믿지 않아도 믿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나를 나를 속이고 있었다
네가 너를 속이고 있듯이

그러니까 오늘 밤은 멀리멀리로 가자
아름다움 앞에서는 죽어도 상관없는 얼굴로
축제의 깃발을 흔드는 기분으로

우리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는데

얼굴과 얼굴로 오래오래 가만히 마주 보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의 일이었다고

그러니까
얼굴은 마주 보는 것
마음은 서로 나누는 것

사람은 우는 것 사랑은 하는 것

우리는 우리라는 이름을 얻는 대신
그곳으로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 얼굴은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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