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시공 청소년 문학
최이랑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그럴 줄 알았다면 그날,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았을 거야.
그럴 줄 알았다면 써버는 그날, 그곳으로 우리를 부르지 않았겠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날, 거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우리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따위는 애초에 없으니까! - <1분 中>


10대 소녀 유수, 서연, 소혜, 보미는 절친이다. 이들에겐 인기 아이돌 그룹 써버의 열혈 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써퍼의 '3주년 기념 팬콘서트'에 응모하고 함께 참석하기로 한다. 당첨되지 않은 소혜를 제외한 셋은 콘서트 당일, 콘서트가 열리는 서진타운으로 향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 도착한 소녀들. 헌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무엇보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다. 어영부영 다가온 시작 시간. 유수, 서연, 보미는 전력 질주하여 관객석 맨 앞줄을 차지한다. 헌데 유수에게 갑자기 복통이 찾아오고, 그녀는 어쩔수없이 맨앞줄을 포기한채 홀로 화장실로 향한다. 공연장에서 화장실로 가는 길.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뒤이은 강풍. 공연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간다. 단 1분만에. 그 1분 사이에, 유수는 공연장 밖으로 날아가고 정신을 잃고만다.

 참사 이후, 생존자들의 삶과 치유를 다룬 소설이다. 같은 아픔을 겪은 동갑내기 소녀들 유수, 서연, 소혜, 보미와 그들의 부모가 어떻게 상처를 극복해가는지, 또한 참사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과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세밀하고 정밀하게 묘사해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에는 '세월호 사건'을 생각했다. 10대가 주로 희생되었다는 점, 제대로된 진상규명이 없다는 점, 유가족들이 보상금에 눈 먼 장사치로 비하된다는 점, '그만좀 하자'는 인터넷 여론 등이 2014년 4월의 세월호 사건의 전개과정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헌데 본 소설의 모티프는 세월호 사건이 아닌 1995년 6월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였다. 


 본 소설의 작가 최은영은 긴 시간을 삼풍 백화점 사고의 '기억수집가'로 활동해왔다. 오랜 기간 참사에 얽힌 사람들을 인터뷰해왔고,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런 작업은 2016년에 발간된 <1995년 서울, 삼풍>이 탄생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작가는 삼풍백화점 사고의 유가족들을 인터뷰하며, 치유되지 않은 그들의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결국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선, 혹은 이런 참사가 다시는 잃어나지 않기 위해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민하며, 잊지 않고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본 소설 <1분>이다. 놀라운 점은 삼풍백화점 사고로부터 약 20년 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모습이 본 소설에 묘사된 삼풍백화점 사고의 전개과정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대한민국은 20년이 지나는 세월동안 변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작가가 이야기한 공감과 연민, 기억을 통한 치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1분>은 참사의 생존자 유수의 시선을 통해 공감, 치유의 메시지를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할 것을 이야기한다. 사고 이후 유수는 잠도,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두려움에 인터넷에도 접속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위해 꿋꿋이 살고자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희생자들을 계속 기억하기로, 또한 친구들의 죽음을 폄하하고 덮으려하는 무리들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실제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의식을 가지고 활동했던 사람들은 청소년들이였다. 어른들은 이제 잊자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그냥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또래의 죽음을 잊지 않았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었다. <1분>이 청소년 소설의 형식으로 출판된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세상을 바꿀수 있는 것은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좋은 소설을 읽었다. 참으로 슬프고도 피로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더는 우리 사회에서 '삼풍백화점 사고'나 '세월호 사건'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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