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아, 나를 꺼내 줘 - 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10
김진나 지음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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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나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아, 나를 꺼내줘>는 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참고로 사계절문학상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시상하는 상으로 청소년 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소년아, 나를 꺼내줘>는 감성적인 표지디자인 만큼이나, 아련한 소설이다. SF나 스팩터클한 재난물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 달리 내용은 감성적이며, 소소하다. 주인공은 18살 여고생 '신시지'이다. 그녀는 그 나이대의 여느 소녀들처럼 반항적이고 까칠하다.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히 10년 전에 친구로 지냈던 동갑내기 소년 '얼'과 마주한다. '신시지'는 '얼'과 재회한 순간 변한 그의 모습에 반하고 만다. '얼'은 '신시지'와 헤어지며, "언제 한번 같이 서촌으로 놀러가자. 연락할게"라고 말하는데, 그 한마디가 신시지의 세계를 뒤흔들어 놓고 만다. 신시지에게 아주 모질고 지독한 상사병이 찾아온 것이다.  

앞에 서술한 줄거리가 사실상 본 소설에서 '사건'이라 칭할만한 것의 전부다. 이후로는 '얼'의 연락을 기다리는 '신시지'의 내밀한 심리묘사가 이어진다. 첫만남 이후 연락없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욱더 괴로워하고, 온갖 망상과 자책에 빠져드는 시지의 심리가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듯 자세히 묘사된다.

"얼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세상에선 얼이 가장 힘이 세다. 얼은 내가 선망하는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어떤 정치인보다 어떤 재벌보다 더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얼은 신화 속 신들처럼 내 운명을 쥐고 있다. 언제라도 나에게 "안녕 시지야"하고 말해서 나를 구할 수 있다."

"나는 비굴했다. 나는 얼을 봐야했다. 얼이 보고 싶었다. 얼이 말하는 걸 듣고 싶었다. 얼이 웃는 걸 보고 싶었다. 그래서 뭘 어쩌겠다고? 모른다. 얼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싫지만 않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얼을 만나고 싶었다..."

지독한 짝사랑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위와같은 그녀의 심리에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년아, 나를 꺼내줘>는 짝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의 심리와 성장통을 세밀한 묘사를 통해 전달하는 좋은 책이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서 재미가 없다. 별다른 사건없이 심리묘사로 200여 페이지가 이어지니, 읽다가 지치고 말았다.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했을 때, 끝까지 읽을 만한 학생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재미(가독성)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마트폰 세대들에겐 특히 중요하다. <소년아, 나를 꺼내줘>는 훌륭한 소설이지만 재미는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가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둔해진 공감능력에 슬퍼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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