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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태와 콩 이야기 - 개정판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3
송언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평점 :
10월 책 읽는 가족 –병태와 콩 이야기
너무 늦은 독후감을 쓰게 되었어요.
추석이 있는 달은 엄마들은 아주 길고도 정신없는 달 이기도 하지요.
나중에 크면 알게 될거에요. 아니 모르면 더 좋죠.^^
병태와 콩 이야기는 단편 이야기 5편을 묶은 책 이에요.
아줌마는 이 5편의 이야기 중에서 ‘줄무늬 다람쥐’ 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해요.
이 책을 쓴 글쓴이 송 언 작가님은 여러 창작 동화들을 지었는데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저리기도 한 이야기들을 많이 쓰셨대요.
아마도 읽으면 깨달음이 많이 남을 것 같았어요.
단숨에 다 읽게 되는 병태와 콩 이야기의 다섯편 이야기.
줄무늬 다람쥐 이야기를 시작해 볼께요.
이야기를 해주는 주인공은 하늘이라는 아이에요. 할아버지는 넉 달 전쯤 하늘로 가셨대요.
그리고 아픈 할머니는 거동도 힘드시고 소화도 어려워서 일주일에 한번씩 관장을 해서
똥을 억지로 빼내야 한 대요. 그걸 바로 하늘이는 똥전쟁 이라고 부른대요.
전쟁이라는 단어를 붙일만큼 아주 힘든 시간이래요.
고모랑 작은삼촌도 오셔서 할머니 대변을 빼고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아마 쉽게 닦고 옷도 갈아 입겠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어른을 씻기고 입히려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요즘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원을 많이들 찾지요.
아줌마는 어려서 요양원에 자기 부모님을 맡기는 사람들을 보고 이해되지 않았어요.
고려장 이라고 생각했지요. 나이 든 늙은 부모님을 산 속 깊은곳에 집을 찾아 오지 못하게
버려두고 오는 걸 고려장이라고 했어요. 너무 어려운 시절이라 먹을 것도 없고 입을 것도 없는 시절
몸 불편한 부모님을 그렇게 버려두었대요. 참 나쁜 관습이지요. 현대에선 버리는 건 아니지만
모시지 않고 뚝 떨어진 곳에 내 부모님을 모신다는건 너무 슬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요. 아줌마가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뭔지 이제 조금씩 알게 되면서
요양원은 부모님을 버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부모님을 더 살뜰히 챙기고 싶어하고 더 적극적으로
치료 하고 싶어서 입원하는거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말이 길었지요.
하늘이 부모님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모셨대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줌마는 잠시 상상해보았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갑자기 더 쇠약해 지시면서 할머니도
곧 하늘에 가실거라는게 점점 더 자리잡았던거 같아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마지막 모습을 하늘이는 아는데. 할머니가 그 모습으로 주무시고 계셔서 하늘이가
엄청 놀랬었대요. 그런데 다행히 돌아가신건 아니였어요.
그 장면에서 하늘이가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느껴졌어요.
아마 다른 어린이였다면 할머니 무서워, 냄새나 그래서 싫어. 하는 아이가 대부분일텐데 말이죠.
하늘이가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검정색 갈색 줄무늬를 입고 집에 오셨다가 사라지셨어요.
하늘이는 그게 현실인줄 알고 깜짝 놀랬었대요.그런데 말이죠.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몇시간 후 집에 그것도 방에 줄무늬 다람쥐가 들어와서 도망갈 길을 찾고 있는거에요.
하늘이는 깜짝 놀랐어요. 다람쥐 색이 할아버지가 꿈에 입고 있던 줄무늬 티셔츠 색이였던 거에요.
그런데 그 순간.. 할머니 모습이 이상했어요. 가슴에 손을 대어보고 코에도 숨을 쉬시는지 손을 대어보았는데..
돌아신거 같았어요. 119 구급차를 불렀는데 도착하기 전에 돌아셨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 산소 바로 옆에 묻어 드렸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한 일이 생긴거에요.
무덤가에 줄무늬 다람쥐 두 마리가 장난치듯 있다가 하늘이를 쳐다보고 산속 어딘가로 갔어요.
아무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동안 하늘이 가족에게 수고 했다고 고생했다고. 그리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잠시 나타나 이야기 해주고 떠나신건 아닐까요?
아줌마에겐 외할머니가 있었어요. 아줌마가 6살 어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너무 많이 아프셔서 누워 계셨어요.
할머니를 보러 시골에 간 날엔 할머니가 좋아하는 호박 사탕을 사서 할머니 입에 하나 넣어드리고
내 입에도 하나 넣어서 질겅질겅 호박엿을 한참 씹어 먹고. 또 할머니 입에 하나. 내입에 하나...
그렇게 누워만 있고 뭔가 같이 한 시간은 없었던거 같은데요.
할머니가 이맘때쯤. 가을과 겨울 사이.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날 돌아가셨어요.
꽃상여를 타고 산소로 가시는 할머니 가시는 발걸음 발걸음을
6살이었던 아줌마는 그렇게 울고 목놓아 울고 또 울고.. 할머니 꽃상여를 따라 산 속까지 올라갔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 엄마의 엄마 였던걸 눈치껏 알았고, 엄마를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 이란것도 느낌적으로 알았고,
지금 생각해도 6살 아줌마는 너무 어릴 때 많은걸 알았던거 같아요.
할머니 모습이 아직도 선해요.
쪽 진 머리. 몸빼 바지. 목이 늘어진 메리야스 입고 퀘퀘한 냄새가 나는 어두 컴컴한 방에
누워있던 내 불쌍한 할머니.
아줌마가 요양원에 대한 생각이 바뀐건 이 장면이 지워지지 않아서 그런거 같아요.
하늘이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최선을 다한 하늘이 엄마, 아빠는 하늘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켜주면 좋겠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고 아리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아줌마가 6살 때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도 많이 나고요.
그리고. 아줌마도 늙어서 주름이 성성하고 흰눈 소복히 내린 머리가 되면
내 딸 아들, 손자 손녀를 많이 많이 사랑해주고 축복해 주리라 다시한번 마음 먹었어요.
동화는요.
아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에요.
나이 많은 아줌마도 동화책 보고 많이 깨닫는걸 보면 아주 큰 힘이 있어요.
이 책이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대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꼭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어요.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