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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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41노트의 감상을 솔직하게 담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작가의 신작이다!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글을 쓰는 그가 세상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소설. 스릴러 장인이 쓴 힐링 소설은 어떤 맛일까? 기대감을 안고 책을 마주했다.
본업에도 충실하면서 단편과 앤솔러지를 포함해 총 6권의 책을 집필한 최이도 작가님은 누구보다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 '작가의 말'에서 의외의 문장을 마주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되는가. 슬프게도 그냥 어른이 되고 만다. 이 점이 항상 나를 울게 했다. 어쩌면 나의 좌절도 재희의 것과 닮아있다.
내 꿈은 바람처럼 불어왔다가 파도처럼 흩어졌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을 거다.”

작가는 처음부터 재희의 끝을 정해두고 썼다고 했다. 재희는 꿈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다. 재희의 곁을 지키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의 '내면 아이'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주말마다 꾹꾹 눌러썼을 문장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져 왔다.
이 책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올해 중3이 되는 딸아이의 영향이 컸다.
평소 F1을 좋아해서 작년엔 관련 영화도 함께 보러 갔었고, 경기의 룰도 빠삭하게 알고 있으니 분명 이 책도 딸아이가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검증된 작가의 신작이니 스토리는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역시나, 책이라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던 딸아이도 표지를 보고는 기꺼이 받아들여 학교 가방에 쏙 넣어 다녔다. 딸과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라 이번 책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원래 사람들은 타고난 것을 열망하며 저주했다.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재희는 타고나기를 1등으로 빨랐다. 하지만 정작 재희가 좋아했던 건 1등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체이스(CHASE)', 즉 무언가를 쫓는 행위 그 자체였다.
재희의 엄마, 소라는 재희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다.
재희의 꿈에는 엄마 소라의 욕망이 투영되어 섞여 있기도 했다.
“아빠는 이 차를 타면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종종 어디까지 왔는지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소라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여기에는 소라의 욕심이 대부분이었지만, 재희의 미련도 담았으니 더는 말을 얹지 않고 묵묵히 카트를 밀었다.”
“소라는 서론은 없고,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재희는 그 점이 서론이 길고 결론이 희미한 자신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초반부가 엄마가 설계한 트랙을 달리는 '수동적인 질주'였다면, 가로도에 내려가 엄마와 거리를 두면서 비로소 재희는 '자신의 트랙'을 찾기 시작한다.
“변하는 건 좋은 거야.”

아빠 정수가 따뜻하게 품에 안고 건넨 이 말이, 어느 지점에서 재희를 정말로 변하게 한 걸까? 그 한마디가 재희 인생의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도착한 엄마의 고향 가로도. 그곳에서 재희는 핸들 대신 드론 조종기를 잡게 된다.
재희가 평생을 바친 레이싱이 결승선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치열한 속도의 세계였다면, 드론이 나는 하늘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풍경을 넓게 내려다보는 시야의 세계였다.
"망가진 게 아니라, 잠시 멈춘 거야."

드론은 날다가 추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품을 갈아 끼우고 다시 날리면 그만이다. 
재희는 서툴게 아이들과 드론을 날리며, 한 번의 사고가 인생의 끝이 아님을, 멈추는 것이 곧 실패는 아님을 깨닫는다.
가로도에서의 시간은 엄마 소라와의 관계도 다시 보게 했다. 
드론이 높이 올라가야 풍경 전체가 보이듯, 멀어지고 나서야 엄마라는 사람의 전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또한 나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했던, 그저 서툰 어른이었음을.

책을 덮으며 제목 《체이스》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본다.
타인의 욕망이 섞이지 않은 온전한 나 자신, 그리고 넘어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일깨워준 멋진 책이었다.
직장인 최이도 작가가 고단한 평일의 시간을 견디고 주말에 써 내려간 이 이야기가, 오늘 밤 유독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 또한 40대의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를 위한 레이스를 펼치고 싶다.
딸아이에에게도 늘 해주는 말이 있다.
재능이 뛰어난것보다, 끝까지 오래 버티는자가 승자라고. 그 과정은 빠를 필요도 뛰어날 필요도 없다고. 지치지 않고 멈추지 않고 너만의 속도로 너의 길을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 책을 딸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최이도 작가의 신작 《체이스》!
속도에 지친 모든 어른과, 이제 막 자신의 트랙 위에 선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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