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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평점 :
추천
✔️여성
✔️여성의 몸에 대한 대상화, 상품화가 불편한 사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
여성에게 몸의 자유를 말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 드라마, 영화, 광고, 유튜브, sns 등을 보면 여성의 몸은 쉽게 상품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른 몸, 다이어트, 거식증 등등 단일화된 몸만 인정하는 냉혹함.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라고 느꼈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은 직업을 가졌음에도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나 품평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분위기의 뿌리부터 궁금해졌다.
이 책은 여성의 몸, 신체, 육체,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 역사, 인문학적인 시선과 저자 개인의 의견까지 더해진 이 책은 문제가 되는 이 사회를 한 발짝 떨어져서 상황과 맥락을 보게 한다. 목차를 보면 조금 기괴하게 느껴질 것이다. 얼굴, 가슴, 엉덩이, 각선미, 피부, 손, 혀, 이빨, 항문 등 몸의 구성부터 섹스와 출산, 포르노와 성폭력, 거식증, 성형까지 여성의 몸에 향해지는 압력을 다룬다. 여성 스스로 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런 생각이 어떻게 주입되어 왔으며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나노 단위로 나누며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전유물로 여기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 착취, 죽음에 얽힌 역사를 지켜보며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몸의 자유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떤지 한국뿐 아니라 외국의 사례까지 전 범위 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역사적 맥락을 알 수 있어 좋았고 비교적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살아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의 성격상 읽는 내내 불편했고 징그러웠다. 살아있는 몸이 아니라 몸을 조각조각 나눈 마네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여성을 제외한 담론에서 기준을 정해 놓고 여성을 재단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매일매일 다른 기준을 두고 여성은 거기에 맞춰 수술대에 오른다. sns 발달과 기술의 발전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했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아직도 여성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형처럼 그저 "아름답게"만 있으면 되는 것처럼 당사자를 제외하여 합심해서 가스라이팅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여성으로 태어났을 뿐인데 우리들이 너무 가엽고 멍청한 세상에 제발 가만히 두라고 소리치고 싶다. 우리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들과 싸워야 한다. 가끔은 스스로가 만든 족쇄는 좀 풀어주고 자유를 느껴보자. 이 책은 족쇄를 푸는 시작이 되어 줄 것이다.
+
아쉬운 점은 각 장에서 역사와 사회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저자의 견해를 덧붙이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를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인상이 들었다.
++
유명한 철학자, 운동가, 사상가들도 대대적으로 빻은 말을 했던 것을 보면 힘을 가진 남성은 유전자에 박혀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