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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이 책은 사회에서 지워지는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를 담았다. 책 속 화자는 어린아이, 노인, 여성, 엄마, 실패한 복서, 육체노동자 등 행복한 사회를 그릴 때 지워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라오스에서 온 이민자, 2세라는 점이 이 이야기를 묶어 준다.
고국을 떠나 영어권 나라로 넘어와서 사는 일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영어를 배우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은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을 지우는 일인 것 같다. 자신의 언어로 내뱉는 이야기는 흩어지는 소리일 뿐임을 그들은 몸으로 느낀다. 이민자들의 이야기 일 뿐이라고 뭉뚱그려 놓기에는 개개인의 목소리가, 욕망이 살아있다. 그들을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이 사회가 그들을 지우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회가 그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다른 사람의 오뚝한 코, 네일샵 손님, 옆집 남자 등을 욕망하고 좌절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울타리를 넘나들며 자신이 여기 있음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듯하다.
타의에 의해 이민자가 된 이들의 생활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낯선 나라에서 다른 언어를 배우고, 다른 문화적 환경에 산다는 것. 나를 쌓아온 것들을 지우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새로운 사회에 녹아드는 것. 매 순간 차별과 싸워야 하며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 이 책에는 이런 상상이 현실임을 알려주는 살아있는 조각이 들어가 있다.
우리 사회가 지운 사람들은 누구일까. 무심코 지금도 지우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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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을 가리고 소수자들을 하나로 치부하곤 하지만 그들은 개별이고 차별의 내용은 단적이다. 우리 눈을 가리는 것들을 치우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