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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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았던 로봇과 AI의 시대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제 chat GPT, 제미나이, 시리와 같은 AI가 낯설지 않다. 어떤 사이트나 서비스에서도 AI를 도입했다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에 AI는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나에게 인공지능은 편리함과 생산성을 "도와주는"시스템, 소프트웨어의 일종이었다. 즉 계급 피라미드에서 인간 하위에 위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이 이 생각을 부숴주었다.
 
AI가 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본 적 있나?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가? AI 서버는 어디서 돌아가고 있지? AI가 도입되어서 편리함만 주고 있나?
이 책에는 데이터 주석 작업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AI 물리적 서버를 관리하는 기술자, 예술가, 아마존 물류 노동자, 미국 실리콘 밸리 투자자, 노조 활동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와 역사적 맥락은 기업이 가리고 있는 AI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다.
책을 읽는 내내 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와 현실과의 괴리에, 충격에 휩싸였다. 최신의 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편리함을 제공한다고 표방하는 것에 비해 뒤편에는 저소득 국가의 빈곤층, 여성, 노동자 계층을 착취하여 AI를 위해 기계처럼 일하고 있었다. 얼마나 일했는지, 몇 건을 처리했는지, 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노동을 추출했다. 최신의 기술로 과거의 노동 착취를 답습하고 있었다. AI로 돌아가는 노동 시장은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이었다. 거대한 자본 아래 인간은 인공지능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다.
노동시장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환경 문제, 인간 노동 대신 AI를 활용하는 것의 문제 등을 지적한다. 공정한 것처럼 보이는 AI가 편향된 정보로 학습되고 있다면 공정한 것인지, 이미 있는 작품을 학습하여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창작으로 봐야 할 것인지와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내 이야기는 아니겠지,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AI가 시장의 주류로 올라왔고 자본이 흐르는 이상 언제 우리 위로 올라올지 모른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편향된 정보로 학습된 AI가 주류를 이룬다면 이 시스템 아래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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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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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이용하기 전에 읽어야 할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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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사이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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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나고 자란 뉴욕을 벗어나 헤이그로 이사왔다. 그녀는 5개 국어를 하고 여러 나라에 이동하며 살았기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국제 재판소에서 1년간 통역사로 일자리를 얻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헤이그에는 그녀의 남자친구 아드리안과 친구 야나가 있지만 그들 간의 관계는 모호하다. 아드리안은 별거 중인 아내가 있고 이혼을 하기 위해 아내가 있는 곳으로 떠나지만 소식이 없다. 친구 야나와는 친밀하게 지내지만 아드리안과 만나는 자리에서 묘한 플러팅을 던지는 것을 보고 거리가 생긴다. 그러던 중 중범죄를 저지른 서아프리카의 대통령의 통역을 맡게 된다. 범죄자의 통역사가 되는 것은 그의 귀가 되고 입이 되는 것으로, 능력을 인정받을수록 불편해진다. 나의 관계들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정착하고 싶은 마음과 이방인의 기질 때문에 여러 관계에서 거리감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나'가 헤이그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다. 뉴욕으로 돌아갈 생각도, 어머니가 계신 싱가포르로 갈 생각도 없고, 렌트 하고 있는 집도 가구가 채워져 있는 아파트, 인간 관계도 마음을 누이지 못한다.
섬세한 심리 묘사로 주인공이 느끼는 미묘한 친밀함과 거기서 수반되는 불편함이 잘 느껴진다. 주인공의 도덕성과 통역하면서 생기는 중범죄자와의 친밀함의 괴리감, 남자친구와 그의 아내가 살았던 집에 머무르면서 느껴지는 감정 등. 특수한 상황에 보편적인 감정이 뒤섞여 나에 몰입하게 된다. 사건은 잘 흘러가는 듯 하지만 긴장감이 잔잔하게 깔려 있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이런 감상의 이유를 알게 된다. 
'나'의 여럿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선이 "친밀한 사이"라는 제목에 힘을 더해주는 듯 하다. 통쾌한 전개라거나 극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지만 느릿하고 섬세한 시선이 오히려 일상적으로 다가왔다.
+
해외에 살았다면 더 공감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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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사이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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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문체 덕분에 내내 몰입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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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지음 / 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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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코올 중독자인 영숙의 딸 시영의 이야기이다. 시영이 자라면서 봐 왔던 영숙의 모습, 그리고 시영을 이루고 있는 어른들의 다정함이 담겨 있다. 

이 책 자체가 그간 저자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던 엄마의 모습,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고 나쁜 기억은 붙어 미워도 끊을 수 없었던 엄마에 대한 사랑. 술에 취해 집을 나갔다가 며칠 후에 취한 채로 돌아오거나 누군가가 찾으러 오라고 전화해서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엄마가 채우지 못한 구덩이를 좋은 어른들이 매워줘서 그런 걸까. 이런 환경에서도 착한 딸로 있는 저자가 안쓰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글자로 읽어 내려가는 엄마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순간, 용서할 수 없던 순간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애증의 관계. 행간 사이에서 무수히 흘렀을 감정과 시간이 느껴졌다. 모녀 관계의 끈은 왜 이리 질기고,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게 만드는 건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만든 이 환경을 탓해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남 탓도, 환경 탓도 아닌 내 탓이라는 것을 안다. 내 탓에서 주변 탓으로 넘어오기까지 자신을 몇 번이나 난도질 했을지. 빨간 크레파스로 적어 내려간 엄마의 죽음을 바랐던 마음도, 술을 끊겠다던 엄마를 믿는 마음도 모두 진심이다. 이제는 자신을 괴롭히던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냥 잘 버텨냈다는 말만 전해주고 싶었다.

+
잊지 말자. 중독은 질환이니 병원에 보내야 하고 낳아줬다고 해서 모두 부모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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