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 단편을 모은 책으로 각 소설마다 여성 화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혜나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이전 작품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운에 젖어 멍하게 있던 날이 꽤 많이 있었다. 사건 중심의 소설을 많이 읽던 나로써는 소용돌이 치는 것 같은 인물의 생각의 흐름이나 내면을 따라가기가 당황스러우면서도 푹 빠져 버렸다. 작품은 전부 좋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가만히 바라보면 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요가 강사로 주인공이 속한 요가원 원장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무대를 준비하다 부상을 입는다. 주인공은 더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일을 그만두고 태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잠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고, 본인의 문제에서 답이 무엇인 지 알 수 없게 된 복잡한 심경을 안고 있는 주인공이 후천적으로 성별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잠과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해소되는 지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공감이 되었다거나 어떤 큰 사건 때문이 아니라 심리묘사나 화자의 생각이 술술 읽혀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 마저 들었다.모든 작품이 닫힌 결말로 끝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어딘가에서 계속 해서 함께 살아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귓가에 화자들의 이야기가 떠돌았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영향은 막대하다. 점차 회복하고 있다고 하지만 질병에 대한 위협에 벗어날 수 없도 우리 또한 지구에 가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수많은 쓰레기와 환경 오염 문제는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심해지고 기후위기가 찾아온 뒤에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이 책은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하여 우리 개개인이 일상에서 가하는 위협을 식량, 노동, 교육 등 다각도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위기속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약자들 원주민, 여성, 청소년, 빈곤층, 장애인의 차별 또한 조명하고 있다.책을 읽으면서 최근 읽은 책들의 결과 비슷해서 인 지 이미 알고 있거나 비슷한 내용이 많았지만, 각 챕터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위협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새삼스럽게 피해사실을 다시금 복기하게 되었다. “피해를 입는 정도 마저 차별이 있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내용이다. 직접 경험하기도 했고 지켜 보기도 했지만 텍스트로 바라본 현실은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개개인이 바꾸어야만 하는 태도들은 읽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도 나름 하고 있는 편이라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읽게 되었다. 특히 기후위기와 교육, 기후위기와 주거환경은 다른 책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이라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어떻게 보면 그래서 내가 뭐 어떡하라고? 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이상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알고 추구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작품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당대 사회의 모습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 작품이 제작되던 시기에서 한정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문제점 까지 이야기 한다.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은 몇십년에서 몇백년 전의 그림이지만 당대 사회의 모습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시대는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그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보는 작품이지만 가슴을 치며 읽게 되었다. 너무 빻은 배경이 너무 많았다. 아름답게만 보았던 그림들의 이면에 수많은 약자들의 희생과 차별, 혐오가 깃들어져 있는 것을 보니 그림이 달리 보였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바뀌지 않은 모습도 알 수 있었다. 뿌리 깊게 박힌 이 혐오는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책의 표지에 나온 여성은 사회가 강요하는 모습이 아닌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성 소수자 릴리이다. 자신의 모습을 “커버링” 하지 않은 그녀의 태도를 보며 성소수자 라고 욕을 먹는 이들을 생각했다. 다양성을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는 언제 오게 될까. 정상성을 강요받지 않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