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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춥고 더운 우리집
이 책은 작가가 거처를 옮기면서 겪은 일화를 엮은 산문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집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단순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고 정의하기엔 의미가 너무 좁다. 나의 흔적이 묻어있는 안락한 장소라 하기엔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더웠던 짧은 시기동안 살았던 그 곳은 나의 집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 돌아갈 장소라 하겠다.
나는 저자처럼 많은 장소를 거쳐오지도, 불안한 마음으로 눈칫밥먹으며 ‘방’에서 살지도 않았다. 그래서 집과 방을 전전한 저자의 삶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돌아갈 곳을 잃어 불편하고 몸을 마음편히 뻗을 수 없는 그 마음을 잘 안다. 마치 몸을 둥글게 말아 새우처럼 구부린 채 겨우 숨을 내쉬는 것만 같은 마음.
나와 시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쓰는 용어도 다른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마음을 두드린다. 저자의 먼지와 눈물이 켜켜이 쌓은 그간의 경험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고 가족의 따뜻한 기억도 작가가 소중히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새삼스럽게 나의 집,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짚어보기도 하며 씁쓸한 향수에 젖기도 했다.
집이 어떤 공간이고 어떤 장소인지 정의 내리는 것은 아무래도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생각이 다른 것처럼 계속 살아가면서 새롭게 정의를 내릴 것이다.
“절대로 울지 않아야 할 만큼 울음으로 꽉 차있던 그 아가씨들은. 기숙사 방 같은 이 매장한 세상을 어떻게 견디고들 살고 있을까”
“아이를 키워보고 나서야 나는 아버지의 돈 없다고 말하는 그 순간에 아버지가 정말 아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픈만큼 가없이 느꺼운 말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