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4.여름호 - 82호
최희주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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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 여름호는 여름 휴가에 걸맞게 호러, 스릴러를 주제로 묶었다. 단편 소설과 인터뷰, 리뷰로 다양하게 엮은 이 책은 지난 봄 호에 이어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은 한국형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이 잡지에 소개된 소설은 어떤 힌트도 보지 않고 읽는 것이 제일 좋겠으나 신인상 수상작 <탁묘>에 대해 짧게 후기를 남기겠다. <탁묘>는 동창 여성 두 명의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 효진과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애희가 카페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약간 늦게 도착한 애희는 더운 여름인데 한 손에 가죽장갑을 낀 채로 애희는 본인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한다. 이야기하면 할 수록 땀 냄새와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손가락이 다쳤다는 애희는 병원에 가는 것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 한다. 


두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지루할 법 한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화자 효진의 입장에서 애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긴박하고 약간의 긴장하며 끌고 간 이야기의 절정과 끝 부분이 허무해서 게 마무리되어 아쉬웠으나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학대와 징그럽거나 잔인한 장면이 묘사되어 있으니 읽기 전 주의) 

이 소설 외에 4편의 소설 모두 여름에 읽기 좋은 호러 스릴러이니 꼭 읽어 보시길.

이 잡지의 좋은 점은 소설 뿐만 아니라 인터뷰와 르포와 한국 미스터리를 알 수 있다는 점인데 이번 호에서는 르포르타주 <당신 옆의 가해자 - 딥 페이크 업체 추적기>가 인상적이었다. 글이 첫 번째 였는데도 뒷 부분을 읽고 나서도 계속 생각 났다. 나를 포함하여 분노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을 시작으로 온라인 성 착취가 뜨거운 감자였는데 딥 페이크 기술이 이런 곳에서 사용 될 줄은 몰랐다. 이 충격이 꽤 길게 남았다. 지인의 sns 사진을 가지고 포르노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고 이를 공유하다니. 이를 취재하면서 느꼈을 정신적 고통을 상상할 수 없다. 너무나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이 행태를 지인이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제는 사진을 올릴 수도 없게 되었다.

이 외에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한국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고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에 대한 리뷰가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알찬 내용을 여름 휴가동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는 현실에 너무 있음직한 일이 많이 나와서 더 이입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 몰입하게 돼서 장점이자 단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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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의 도축이 시작되었다. - P105

    아. 다행이다. 그가 다시 나의 은우로 돌아왔어. 나도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들의 시간이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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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스터리 2024.여름호 - 82호
    최희주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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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스릴러를 순한 맛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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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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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마드란 개념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 이전에는 한국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그들이 존재했음을 알고 있어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역사적 맥락에서 노마드를 고려하지 않았고 저자가 역사에서 그들의 존재를 찾으려고 할 때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역사, 신화에서 유목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의 삶의 방식과 유목주의를 이야기하며 우리 유전자에 남아있는 유목민의 생활을 다룬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이동하는 유목민이 역사에서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워진 역사를 전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자가 실제로 유목민과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책을 썼다. 그 덕에 존재에 대한 긍정을 생각하며 왜 그들을 지웠는가? 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하며 저자가 이끄는 역사를 따라갔다. 역사적으로 꽤 큰 조직이었고 그들의 역할이 작지 않았음에도 왜 역사책에는 없을까. (있어도 약탈, 침략, 파괴에 대한 내용만 기술되어 있다)

    1부에서는 수렵채집에서 농경, 목축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시작을 다룬다. 2부에서는 유목 생활과 이동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만든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3부에서는 자연을 따르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삶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된 사람들의 활동을 다루며 정착 생활, 도시에서 살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것들을 일깨우는 내용이 담겨 있다.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아 정착민이 기술한 일방적인 역사가 전부일 것이라 여겼던 점이 부끄럽게 했다. 내가 유목민이었다면 나의 역사가 지워지고 일방적으로 쓰인 역사를 역사라고 인정할 수 있었을까. 당사자가 아니면 이렇게 무지하겠구나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정착민이 대부분인 지금 자연을 받아들이고 어쩌면 자연과 가장 많은 공명을 하는 유목민의 삶을 짚어보고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
    솔직히 이 책은 쉬운 책은 아니다. 중간중간 지도 같은 삽화가 수록되어 있지만 그래도 어렵다. 

    노마드는 벽 없이 생활하며 경계 너머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중략) 노마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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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음엔 무적의 여름이 숨어 있다 - 꺾여도 다시 일어서는 몸과 마음의 과학
    바스 카스트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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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나를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나를 힘들 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식습관,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운동, 수면, 마음챙김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무기력과 자기혐오로 지쳐 있을 때 였다. 목차만 보고 좋은 거 먹고 운동하라는 당연한 소리를 하겠구나 싶었는데 이 당연한 소리를 이해하기 쉽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잘 정리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회생활과 경제적 요건에 따라 좋은 거 먹는 것도 힘든 일이고 운동이나 마음을 챙기는 것도 시간을 내야 하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시도 해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이 책이 지닌 힘이다.

    내게는 식습관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몸 챕터)보다는 마음챙김(마음 챕터)이 도움이 되었다. 명상도 해 보고 괜찮다, 괜찮다 하는 에세이도 읽어보았지만 생각이 증폭되고 반발심만 들었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스토어철학을 이야기를 읽으며 나를 직면하고 불행을 겁내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무기력을 극복하진 못 했지만 스스로를 다그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이 책은 내가 무기력과 불안, 우울을 겪는 한 완독은 없을 것 같다. 나를 불안과 무기력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먹는 것부터 하나씩 바꿔 볼 생각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시간을 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쾌락이 중요한 세상에서 이런 책이 계속 나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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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 예민한 나에게 필요한 반경 5m의 행복
    나오냥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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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남들과의 비교가 지친 사람
    남들은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는 너무 힘든 사람
    가족과의 관계가 힘든 사람

    저자는 출판사를 다니다 우울증과 적응장애를 겪어 휴직기를 거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sns에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며 세상에는 본인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알게 된다. 가족에게도 꺼내 놓지 못할 고민과 본인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며 소소한 팁을 공유한다.

    이 책은 저자 냐오냥의 글과 그림,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댕댕선생의 짧은 팁을 담고 있다. 각 장의 주제들은 대부분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니 가볍게 읽기 좋고 부담이 적다. 처음부터 후루룩 읽는 것도 좋지만 바쁘다면 내게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것도 좋겠다. 만능 종합 감기약처럼 언제든지 필요한 부분을 펴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는 용어가 sns에서 유행하면서 책과 방송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단순히 개인의 책임(너무 나약해서, 적응을 못해서..)으로 몰아갔던 증상들을 용어가 만들어지면서 책임감은 비교적 가벼워 졌지만 이런 내용이 범람하면서 개념이 오염되어 오히려 병원에 가야하는데 잘못된 지식을 배워 못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보다 온라인 상의 관계가 중요해져 영향을 받는 영역이 더 넓어졌다. 덕분에 밖에서 아무리 마음을 굳건히 먹고 멘탈을 관리한다고 해도 온라인에는 새로운 관계와 삶을 전시하는 콘텐츠가 난무하니 이전보다 본인을 지키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다. 특히 HSP인 사람은 더욱. 나 또한 과거에는 이 책에 나오는 나오냥의 힘든 시기를 겪었고 일부는 진행중이다. 이 책에서 해결법을 찾기도 했고 지난 과거를 되새기기도 했고 위로도 얻었다. 보편적인 이야기이고 당연하고 뻔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나를 위한 방패가 더 필요한 요즘 이런 이야기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
    빨리 빨리가 익숙하고 당장의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멈추면 낙오될 것 같고 뒤쳐지는 것 같고. 이런 마음에 나를 돌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
    ++
     푸근한 토끼의 얼굴을 보면 위로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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