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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 삶의 가장 소중한 대화로 이끄는 22가지 질문
마이클 헵 지음, 박정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마이클 헵은 우리가 좀 더 죽음에 친숙해져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음에 관해 더 자주, 많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러 사례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담담하고 차분한 느낌의 표지 디자인을 넘어 목차를 쭉 살펴보니 꽤 흥미로운 질문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볼만한 질문들 말입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옮겨적어 보자면,

▶살 날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마지막 날,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자신의 장례식이나 죽음을 기리는 기념물을 직접 준비한다면 어떻게 기획하고 싶은가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의료 개입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의 장례식에서 어떤 노래를 누가 불러 주길 바라나요?
▶당신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얼마나 늘리고 싶은가요? 20년? 50년? 100년? 영원히?
▶장기를 기증하실 생각인가요?
▶당신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길 바라나요?
그렇다고 해서 어떤 구체적이거나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답을 제시하지는 않았더군요. 그는 그저 독자들이 스스로 그 해답을 찾기를 바라며 다양한 케이스의 사례들을 채워놓았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깊은 통찰력에 관해 읽을 때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책에서 보았던 인상깊은 구절을 옮겨보자면, "저는 항상 삶이 동전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쪽 면이나 다른 쪽 면을 볼 수는 있지만, 양면을 동시에 볼 순 없잖아요. 이쪽 면이 삶이고, 다른 쪽 면은 죽음이에요. 하지만 원래 모두 하나예요."

평소 저와 이메일을 종종 주고 받는 친구에게도 위의 질문들을 했었는데, 그 친구의 스스럼없는 답변에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 친구는 본래 죽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전혀 꺼려하지 않았기에 좀 더 쉽게 대화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그의 꾸밈없는 대답에 저 역시 영감을 받아 위 질문들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나의 죽음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생이 다하기 전, 마지막 식사로는 무엇이 좋을지, 죽고 난 뒤 시신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내 장례식에서 어떤 노래를 틀지, 장기를 기증할지, 사후세계를 믿는지 혹은 살 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마지막 시간을 보낼지 등등 이렇게 세세하게 계획아닌 계획(?)을 짜다보니 오히려 조금은 즐겁기 까지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은 부정적인 것이라 치부하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Memento Mori'를 떠올려야합니다.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기에 더더욱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합니다. 더 효율적으로, 더 편안하게 죽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굉장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