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어클럽 ㅣ 창비아동문고 110
막스 폰 테어 그륀 지음, 정지창 옮김 / 창비 / 1989년 9월
평점 :
절판
'악어클럽'이라는 제목이 주는 묘한 매력때문에 이 책을 선뜻 들게 되었다. 왜 내 관심을 끄는 제목이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독일의 어느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담력시험을 거쳐야만 '악어클럽'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위험한 일까지 겪게 되지만, 아이들이란 늘상 그렇듯이 자기 또래들정도의 모임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니면 좀 더 특별하고 그럴듯해 보이고 싶어서 그런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한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한 장애아가 등장한다. 이 아이는 비록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대신에 오래도록 기다리고 참으면서 깊게 생각하는 힘이 있는 아이이다. 처음엔 아이들은 이 장애아동(쿠르트)과 같이 어울리는 걸 꺼려한다. 꺼려하는 이유는 단지 쿠르트와는 아무것도 같이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누군가가 계속 끌어줘야 되는 등 그들의 짐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쿠르트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 마을에 지속적으로 절도가 일어나는데 그에 대한 단서를 쿠르트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쿠르트를 중심으로 그 절도범을 잡기 위한 행동을 같이 하게 됨으로써, 쿠르트와 다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돕게 된다. 아이들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 만큼, 쿠르트가 자신들의 짐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또한 쿠르트와 같이 휠체어를 타야 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기에 너무나 불편한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고 개선의 소리도 높여준다.
하나의 사건을 매개로 장애아로서 천덕꾸러기로 여겼던 아이가 중요한 친구로 자리매김되어지는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다. 심각하게 장애아의 권리라든지,장애아로서의 슬픔이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구구한 소리가 없다. 또한 그런 장애아를 잘 돌보고 그에 따른 약간의 희생(?)같은 건 아름다운 행동이라든지 하는 도덕적인 소리 또한 일절 없다.
또한 이런 행동들에 대한 어른들의 개입같은 것 또한 전혀 없다. 그들은 어느쪽의 일방적인 봉사나 희생이 아니라, 서로 평등한 조건에서 각자의 장점을 들여다 보고, 서로 도움을 받는다는 식이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장애아에 대한(장애아로서 특별난 대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관심을 갖게 되어 가는 것이다.
동정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는 다정한 관심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장애아'에 대한 특별한 메세지를 직접적으로는 전혀 못 느낄 것이다. 그저 매우 흥미로운 아이들의 모험(?)정도로나 생각하며 읽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비록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했겠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몸이 불편한 아이도 아주 당당하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구구한 도덕적 설명, 교훈적인 말의 나열없이 이토록 깔끔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살짝 다루고 있는 부분이 독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것이다. 절도사건이 여러번 일어나자 일부 어른들은 그것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짓이라고 단정을 짓는다. 거기에는 그들이 독일에 몰려와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아무래도 그들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을 테니까, 멸시하는 심정이 많이 깔려 있다. 그런데 결국은 바로 믿었던 자신들의 자녀들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동남아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있다. 이런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아마 이런 비슷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주제들( 장애인에 대한 것, 외국인 근로자문제에 대한 것)을 구차한 소리없이 아주 깔끔하게 풀어나가는 아주 멋진 동화책이 쓰여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