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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이들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 슬픔과 두려움. 정든 곳을 떠나 그 무엇도 보호받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향한다. 돈도 없다. 일자리에 대한 희망도 없다. 반겨 줄 아는 이 하나 없다. 냉정하고 난폭한 사람들, 아니면 미치광이들 틈에서 살 길을 찾아야만 한다. 매 분, 매 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p.15)
신문지와 종이박스로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언제 씻었는지 짐작할 수도 없는 몸에선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온다. 애써 못본척 시선을 돌리며,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지만 저절로 찡그려지는 얼굴표정만은 숨길 수가 없다.
우리가 노숙자에게 느끼는 가장 큰 인상은 ‘게으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측은함(안쓰러움) 보다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가 더 많았다.
‘저렇게 창피를 무릅쓰고 구걸하느니 차라리 막노동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어쭙잖은 생각도 하면서.
그런 내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은 건 TV 프로그램에 나온 노숙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부터였다. 한때는 능력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 였지만 ‘노숙’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까지 감당할 수 없는 큰 고통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가슴 찡하기까지 했다.
성인 노숙자와는 달리 이 책의 주인공 링크와 같은 아이들의 노숙은 더 큰 불행을 초래한다.
암묵적 합의에 의해 노숙자가 된 링크, 최선을 다해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18세 미만이라는 점과 자발적 노숙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자립능력이 없는 아이들이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왜 스스로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심을 갖기보다 일상적인 일 인양 무표정한 시선을 보내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동안의 내 모습인 것 같아 부끄럽다.
링크는 추위와 굶주림보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p.70)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힘겹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연쇄 살인범 쉘터는 노숙자들이 거리를 더럽히는 인간쓰레기라 여기고 조국을 구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죄책감 없는 살인을 저지른다.
우리도 쉘터와 같은 시선으로 거리의 아이들을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가출을 하나의 훈장으로 여기며, 개선의 여지가 없는 한심한 아이들 쯤으로.
요즘 부모들은 무조건 내 아이만 최고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사회이니 만큼 남의 아이도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나누고 보듬는다. 그런 생각이 점점 확산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시선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일 때 링크와 같이 추운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이 적어지리라 본다. 그리고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