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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네이버 인기 블로그 '풀각시 뜨락' 박효신의 녹색 일기장
박효신 지음 / 여성신문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가만히 눈을 감고 어릴 적을 떠올리면 내 기억의 대부분은 온통 초록색과 빨강색뿐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따던 고추의 붉은 색도, 강아지풀에 줄줄이 꾀어 밥 짓는 아궁이에 던져 구워먹던 메뚜기의 초록색도 지금은 모두 그리움으로 남았다.
그 그리움의 빛깔을 이 책에서 다시 보았을 때, 추억의 냄새와 함께 반가움에 코끝이 찡했다.
요즘은 흙이 귀한 세상이다.
흙을 한번 밟으려면 시간을 따로 내어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야 그나마 마음껏 냄새도 맡고 한줌집어 몇 안 되는 집안의 작은 화분에도 뿌려줄 수 있다.
거기다 이젠 학교 운동장에서도 흙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땅따먹기, 두꺼비집 짓기, 깃대 쓰러뜨리기와 같은 전래놀이를 아이들은 이제 어디에서 해야 할까.
그래서 일까?!
나이가 들수록 흙냄새가 그리워진다.
몸에 밴 편리함을 버리고 자연에 귀 기울이며, 일한 만큼 수확을 얻는 익숙하지 않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하면서, 막연하게 노후의 전원생활을 꿈꾸어 본다.
이런 꿈이 실현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보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전원생활을 꿈꿀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풍경화 같은 시골살이가 아닌 자연의 시간에 맞춰 하나하나 온 몸으로 새롭게 배워가는, 쉽지 않지만 가슴 뿌듯한 저자의 삶을 함께하다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하는 용기가 솟는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아직은 모르겠다.
소소한 것에 만족할 줄 알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힘든 노동의 참맛을 느끼는 그 순간이 그때 일지도.
그동안은 풀각시 박효신씨의 삶을 살짝살짝 엿보면서 그 기쁨을 함께 나누리라.
풀각시님의 꽃 띄워 얼린, 꽃얼음 동동 뜬 시원한 물 한잔 마셔봤으면 좋겠다.
꽃향기보다 더 진한 풀각시님의 정성스런 마음이 느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