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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의 비밀일기
앨런 스트래튼 지음, 이장미 그림, 박슬라 옮김 / 한길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장소나 시간, 컴퓨터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세상은 참 편리해졌다.
집에 앉아 시장을 보고, 옷을 사고, 은행일도 처리하고.
원하든 원하지 않던,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꼭 필요한 것만을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인 우리도 이럴진대 경험이 적고, 판단력도 미성숙한 우리의 아이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주인공 ‘레슬리’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도 쉽지 않았고, 거기에 부모의 다툼과 별거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충격이었다.
단짝 친구 케이티의 이해와 위로가 레슬리에게는 큰 힘이 되었지만 겉으론 강한 척, 불량한 척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면서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에 끊임없이 상처를 준다.
그때 나타난 제이슨.
부모님에게도 친구 케이티에게도 남자친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레슬리는 영어시간에 쓰게 된 일기에 모든 일을 적기 시작한다.
제이슨과의 설레는 데이트, 성에 대한 생각, 폭력, 집착 그 모든 걸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레슬리는 새로운 영어교사 제임스에 의해 그동안의 일들이 심각한 범죄임을 알고 제이슨과 헤어질 결심을 한다.
지금 우리의 10대들은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린 아이였을 땐,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겨’, ‘아기는 어디로 나와’하는 갑작스런 질문으로 부모들을 당황시키더니 정작, 성에 대해 알아야할 사춘기가 되면 대화가 적어진다.
아마도 우리의 성문화가 ‘숨겨야하고,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서는 아닐까.
우리나라 남자들의 경우엔 청소년기의 성경험이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취급을 받을 정도라니 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교육이 절실하다.
이 책의 제이슨도 사랑과 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부모의 무관심과 피해 소녀들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자신의 행동이 범죄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것이다.
잊고 싶고, 괴롭고, 두려운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용감히 맞서 싸우겠다고 결심한 레슬리의 용기가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제이슨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제이슨의 잔인한 미소가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감추어야할 ‘성’이 아닌, 소중하고 아름다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