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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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소설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속도감 넘치는 그의 글을 읽노라면 속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한번 잡은 책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드는 힘.

그것이 그만의 매력이다.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재미있고, 황당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주인공 황만근은 부족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8달 만에 태어난 팔삭둥이라는 점이 우선 그가 완전한 사람이 아님을 시사한다.

더불어 어린 시절 혀짧은 소리도 놀림의 대상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후에도 성인으로써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

별 볼일 없고, 하찮은 존재로 여기던 그의 부재는 마을 사람들에게 허전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그가 결코 바보가 아니었음을 이야기한다.


황만근, 황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가며 차츰 신지(神智)가 돌아왔다.

그리하여 후년에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그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고 근면하였다.(p.38)


또 하나,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개성적이라는 것이다.

「천하제일 남가이」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한번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면 결코 그의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 황당한 내용이지만 남가이의 빼어난 외모와 독특한 행동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남가이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는 거의 씻는 법이 없었다.

천생적으로 남보다 수십배 강력한 페로몬을 발산할 수 있었는데 이 페로몬은 아무 냄새가 없어 일반 후각기관으로는 인지할 수가 없었다. 훗날 제2의 후각기관인 서골비기관으로만 맡을 수 있다고 알려진 이 향기에 여자들은 남자보다 백배는 더 민감했다.(p.157)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쉼 없이 읽어 가노라면, 문학평론가 정호웅씨의 해설에서처럼 ‘읽는 이의 호흡을 완전히 장악하는 힘’ 때문에 ‘성석제의 소설 안쪽으로는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그의 글은 재미있고, 유쾌하며, 쉽게 잊혀지는 그런 글들과는 달리 읽는 이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그것을 곱씹어 그가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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