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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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에 읽은부분은 그거다.


이런적 많아요?
/백번은 될거예요. 아니, 적어도 20번은 넘죠.
(중략)
/난 당신이 많은 남자와 섹스했었다는게 좋아요. 더 많은 남자와 섹스했다면, 더 좋아요.

난 순결이 싫어요. 난 선량함이 싫어요. 난 착한거라는 전부 다 싫어요. 난 모든 사람이 뼈속까지 썩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난 완전 당신취향이겠네요. 난 정말이지 뼈속까지 썩은 여자예요.

윈스턴스미스가 줄리아와 섹스하기전에 주고받는말이다.
통제된 세상에 살면서 섹스는 온전히 낭만적이고 촌스러운 것이길 바랄것 같은데, 왜 저럴까?
저런취향(상대여자가 많은남자와 섹스했기를 바라는)은 위대한 개츠비씨한테나 어울리는 취향이 아닐까? 어째서 쪼다같은 느낌의 윈스턴이?

자기의 매력에 자신감이 없고, 자기가 그나마 지금 만나는 여자가 지금당장이라도 자기를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남자는, 그 여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남자와도 섹스한적이 없기를 바라는게 자연스럽다. 우리의 윈스턴 스미스씨는 뭘믿고 저러는 걸까?

 

윈스턴의 놀라운 상상력은
이를테면 리틀브라더의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과 섹스하는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상력이 결국 윈스턴의 마지막선택과도 이어지지 않나싶다.

 

상상력...

'너 사람이 왜 비겁해지는지 알아?상상력이 있어서 그래, 생각을 하지마.'

비슷한 대사를 어떤 한국영화에서 본적이 있다. 아마 고문장면이었던것 같다.

 

1984에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그 유명한 10번 방관련 대사로.

'By itself,' he said, 'pain is not always enough. There are occasions when a human being will stand against pain, even to the point of death. But for everyone there is somehing unendurable'-후략.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의 공포를 이용해서, 윈스턴을 굴복시킨다,

그러데 공포와 고통은 어디서, 어떻게 다른걸까? 공포와고통을 자로 재서 구분하는것은 어렵지않나?

공포는 고통보다 학습하기 어렵다. 고통은 즉각적이고 자명한데, 공포는 그럭저럭 뇌를 굴려야 습득할수 있다. 10번방은 고통이 아니라 공포고, 이런 공포는 현대인들에게 더 잘먹힌다.

 

오브라이언이 공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고통을 주었다면, 윈스턴은 버틸수 있었을까?

그것도 불가능할 거다. 고립된 개인은 약하다.

 

101번방이 나오기 좀전의 272페이지를 보면

 

'Do you believe in God, Winston?'

'no.'

'Then what is it, this princeple that will defeat us?'

'I don't know. the spirit of Man.'

'and do you consider yourself a man?'

'Yes.'

'If you are a man, winston, you are the last man. Your kund is extince;(후략)'

 

개인으로서 윈스턴이 패배하는건 당연한거고, 패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게 예외적인거다.

 아쉽지만 이게현실인걸 어쩌나.

 

현대사회에서 꾸준히 살아온 인간은 '어떻게 세상을 볼지, 어떻게 다른 사람과 어울릴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해야 하는지등등을' 꾸준히 배우게 된다.

그리고 사회와 맞서는 개인은 이기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1984같은 이야기에서 그리스비극의 주인공같은 주인공들이 필요하지 않은게 그런 이유다.

개개인은 약하고 보잘것없고, 세상과 싸우면 쓰러진다.

우리는 세상과 맞서면 쓰러진다는 끈으로 연대한다.

그게 다다. 물리적으로는.

 

그 끈이 아닌 믿음이니 동료애니 같은 단어가 끈이 되길 바라는게 지금의 사람들이다.

한때 , 그리고 지금도 먹히는 짤방중 하나가.

'너, 내 동료가 되라.'

다. 동료는 고사하고 친구도 구하기 힘드니까, '친구가 되어줄래?'라는 말한마디 건네는것도 부끄럽고 머쓱하니까, 저런 말이 아무런 앞뒤맥락없이 편하게 짤방으로 쓰인다.

다른 사람의 경우는 몰라도, 나는 '너, 네 동료가 되라.'라는 대사를 중2중2하다고 비웃으면서도, 멋있다고생각하게 된다. 지금의 한국이라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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