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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보의 푸른 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7
마논 스테판 로스 지음, 강나은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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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렵다.

이전 세상이, 첨단 기술로 만든 컬러 화면 가득하던 회색 날들이. 인사하지 않고 서로를 지나쳐 가던 사람들이. 평범한 삶이. 헬리콥터가.

핵폭발 이후 혼돈이 거치고

살아남은 아들과 엄마

모든 것이 사라지자 나타나는 진짜 삶

전기가 끊기고 핸드폰이 들려주던 소리, 끊이지않는 소리의 공간은 책 읽는 소리와 조곤조곤 일상에 대해 생각과 느낌에 대해 서로가 나누는 말소리가 채우고

오지 않은 앞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채우던 빈틈은 온몸으로 살아내기 위한 노동과 선택의 순간들로 충만해진다.

무수히 많은 시간 속에서 의미없는 만남들에서 공허할 틈도 없다.

결핍에서 풍족할 수 있다는 걸

종말 이후 알게 되는 아이러니.

사람이 없고 부산함이 없는 거. 그 모든 없음.

삶.

음식을 구하고, 작물을 재배하고, 필요한 물품은 구하는 일상의 선택, 관계속에서의 선택, '우리가 믿는 것, 신념을 가진 모든 것은 우리가 믿기로 선택한 것'이다.

진짜 산다는 것은 자발적 선택을 통해 살아나가는 것, 그 과정이 고통스럽건 다행히 찬란한 결과를 불러오건 나를 만들어 간다는 진리.

삶의 가치와 성장이 모든 것이 사라진 후 시작되는 이야기.

아들 덜라과 엄마 로웨나가 엮어나가는< 네보의 푸른 책>은 인류가 살아내야 할 기적이자 희망이 아닌지.

♡출판사 다산책방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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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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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합에 어찌 인재가 없으리오(62쪽)

조선 유일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1759~1824)에 대한 궁금증을 소녀 덕주의 눈으로 담아낸다.

빙허각 이씨, 빙허각은 이씨가 머물던 거처의 이름이다.

빙凭 허虛 각閣 :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아무 곳에도 매이지 않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가난한 양반가의 딸 덕주가 조선 유일의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과 최초의 한글 실용 백과사전<규합총서>를 만드는 이야기. 여성이 직접, 여성이 하는 일을 정리한 백과사전이라니.

롤 모델이 필요했던 건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롤모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느냐 나아가 그 기회를 변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덕주는 운이 따랐던 걸까?

자신은 생계를 꾸려갈 능력도 그럴 마음도 없는 가난한 양반인 덕주의 아버지, 그런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참...



익히 알고 있는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삶,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자유로운 배움도 꿈꾸지 어려웠을 시절, 덕주와 빙허각은 언문으로 된 <규합총서>를 완성한다.

자기 뜻대로 말하고 움직여 본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끝내 자기 공부를 하고 글도 쓰게 된 거겠지.



뜻을 가진 여인들은 꺾이기 마련이라고 하셨지요? 저는 꺾이지 않을 거예요. 온갖 요령을 다 부려서 저를 지킬 거예요.



네 눈에는 불이 담겨 있거든. 그건 나도 잘 아는 불이란다.

꺾이지 않고, 꺼지지 않은 여인들이 이 땅에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음에 위안받고 용기를 얻는다.

그 여인들은 덕주, 빙허각이라 불리웠다.

기록의 나라였다는 조선, 그 기록에서 여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웃집빙허각#채은하#창비아동문고


*본 도서는 출판사 창비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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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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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출간 22주년을 맞이한 기념 개정판.

심윤경 작가가 30년 동안 만난 단 3명의 소년들의 빛나는 아름다움이 이 책의 열살 동구를 우리 앞으로 데려왔다.



소년 동구의 눈을 통해 동구 가족과 이웃, 격동의 1977~1981년을 통과해온 이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속에서의 소년 동구의 성장담이 바로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읽고 눈물 펑펑 쏟았던 바스콘셀로스의<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와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의 진희를 잊고 있던 내게 동구가 다가왔다.

1977년 인왕산 화강암 바위따라 이어진 작은 집들, 산동네를 배경으로 동구의 동생 영주가 태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동구가 사는 동네 마을을 따라 올라가듯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70년대를 살아나온 우리 모두의 서사를 만나게 된다.

읽고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동구와 달리 만인에게 사랑받고 영특함을 타고난 동구의 동생 영주, 가부장적 세계관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일 모를 일상의 모습, 군부독재에 저항하거나 언저리에서 분통터져 하거나 주변으로 물러났지만 나름의 이상을 실천하는 젊은세대, 상처받은 사람들간의 연대(위로와 위안).

2024년인 지금까지 흘러오다 보니 잊어버린 풍광들, 그 때의 향수가 책을 읽는 내내 퍼지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맞지, 맞아 우리 동네에도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호랑이 할머니 집이 있었지, 우리 할머니도 출산한 엄마 대신 환자라고 누워버려서 미역국 한 사발 못 먹고 추운 겨울 병수발 했다고 했어. 그래서 엄마는 내 생일만 되면 아프지, 할머니나 고모가 다녀가시면 엄마와 아빠가 부부싸움을 했었지, 대통령이 죽었다고 주인집 아줌마랑 엄마가 부둥켜 안고 울었지, 80년 아빠는 계속 비상이었어, 그리고 뭔가 쉬쉬 했지, 전라도가 고향인 엄마, 아빠는 그 후로도 내내 한숨 짓고 분통터져 했었지. .

푹 찌는 한 여름 8월이라고 한다. 인간이 나고 죽기까지의 시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소년의 발걸음에서 열리는 것인가. 아름다운 만큼 슬플 수도 있겠다. 정원안 꽃이든 열매든 잎이 사그라들고 꽃의 시듦이 있어야 피어내고 열리는게 가능하니 말이다.



삶은 직선으로 나아가진 않는다. 어린 동구에게도 이 섭리는 비껴가지 않는다. 가장 화려하고 뜨겁던 그 시절 정원의 새소리가 멎는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 남아 있던 모든 새들이 울기를 그만둔 건 아니었을까?



영주가 가장 좋아해던 오렌지색 크레파스, 가슴이 태양같이 빛나던 곤줄박이. 그리고 광주로 떠나 돌아오지 못하는 박선생님.

하지만,

여름이 지나갔듯, 느리게 느리게 겨울도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움이 틀 테고, 곤줄박이새도 노래 하겠지.

동구에게 빼꼼히 문을 열어준 아름다운 정원에서 다시 날개짓하는 태양같이 환한 새처럼 말이다.

​같은 우주에 사는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가슴 안에 저마다의 정원을 가꾸고 날고 지저귀는 새 한마리쯤 품고 있지 않을까? 그 생명력을 발견하고 고이 키워내길. ..



지금쯤 동주는 또 다른 동주의 박선생님이고 주리 삼촌이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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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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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감기 걸린 날』의 작가 김동수님의 신작 『오늘의 할 일』.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올 여름이 가장 선선할 것이다. .'라고 어느 분인지 인터뷰하는 영상을 봤다.

지금 우리가 환경에 관심갖고 행하는 것들은 100년 후에나 효력이 드러나며, 산업화 이후 인간이 환경에 가한 폭력은 100년 동안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올 여름 숨막히는 더위 속에 갇혀 본 영상에 충격을 제대로 받았다.

어쩌면 우리가 버리는 썩지 않을 쓰레기와 온 세상의 숨통을 쥐어 짜는 오염 물질들에 둘러싸여서도 목숨 부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연유는 오늘의 할 일을 묵묵히 했을, 여전히 하고 있을, 미래의 오늘에도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할 일은 그 이야기를 색채와 간결한 그림체로 보여준다. 꼭 있을 것만 있는 자연과 닮았



풀대롱을 입에 문 아이와 그 뒤를 따르는 물새.

아이의 표정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즐기는 걸까? 요리조리 물 속에서 흐늘거리는 봉투의 움직임을 즐기는 걸까?

물새들도 그 소리와 움직임에 반응하는 건지, 아니면 아이를 경계하는 건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오늘의 어린이가 건져 올린 깡통 하나, 종이 봉투 하나가 물 속의 생명 한 방울 한 방울의 숨통을 트이게 했을 거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움과 자연은 닮았다. 그대로 그 자리를 있게 하는 것. 아이의 순수함을 그대로 지켜주듯, 그 마음으로 우리 둘레를 지켜주는 것이 어떤 건지 시급히 배워야 할 때이다.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도 연상되는 오늘의 할 일.

포뇨의 어머니, 바다의 여신 그란마 마레가 서구에서 말하는 온 세상 창조와 생명력의 여신으로 상징된다면

김동수 작가가 그려낸 물의 정령은 우리의 정서로 그려낸 생명과 탄생, 죽음을 관장하는 어머니 같다.

생물학적 어머니가 그러하듯, 자연 어머니, 물의 어머니들이 우리 인간들이 풍요를 누리게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듯이 이젠 우리가 그들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그 돌봄이 결국 나를 넘어 미래의 오늘을 살 아이들을 살게할 테니 말이다.


******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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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초록에 닿으면 창비청소년문학 128
배미주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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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안에서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_작가의 말에서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흐르며 서로 연결되기에, 우리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외따로 떨어진 공간들이 어딘가에서 연결되기에 우린 타인을 꿈꿀 수 있다

배미주 작가는 전작『싱커』 이후의 먼 미래를 『너의 초록에 닿으며』에서 담아내려고 했다.

『싱커』의 아이들이 개척한 지상 세계와 긴 시간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는 인공의 열대 우림 아마존.

두 세계를 대변하는 지상 개척 대원 라르스와 지하 세계의 연결자인 이경의 이야기는 인물들의 나이에 걸맞게 잔잔하고 성숙하게 흘러간다.

배미주 작가는 두 세계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섭씨 영하 25도가 일하기 딱 좋다는 지상 세계와 숨막힐 정도로 밀도 높은 지하 아마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라르스와 이경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세계의 양극화, 분절된 세계를 비춰볼 수 있다. 보너스로 두 인물의 풋풋한 사랑까지.

영화 <그녀>에서 자신의 말을 귀기울여주는 인공지능 운영 체제 사만다로부터 위로를 받고 급기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지금은 그때 만큼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너의 초록에 닿으며>에서 보여지는 AI는 부모 자리에서 오는 결핍과 불안함, 먹고 사는 문제, 밀도 높은 공간과 반비례하는 고독감을 대신해주는 것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작가 이다혜는 추천사에서 '연결'을 통해 너를 구하고 나를 구원하는 것을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른다 라고 썼다. 연결, 연대란 말의 무거움과 중대함이란 단어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너와 나가 차가운 시스템과 프로그램일 수는 없다. 다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책 말미에서 확인하시길). 따뜻한 온기와 손길이 닿아야 연결은 연대로 이어질 것이다.



또 4차 혁명의 폭풍 속에 휘말려 들어왔지만 도무지 무슨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나에겐 신어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증강현실, 가상현실, 뇌-인터스페이스. . . 적지 못한 말은 아직 익숙치 않아서고 말이다. 깨알 같은 과학 지식도 등장.

말랑말랑한 SF의 전형이랄까.

『싱커』와 『두번째 엔딩』에 수록된 <초보 조사관 분투기>를 읽었다면 3부작의 완결판을 마주했구나 라는 걸 알아차릴 것이고, 설령 전작을 보지 못했다 해도 이야기의 흐름에 금세 실려 갈 수 있을 거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우리의 과거에 있다면, 부탁할게.작은 것들이 온기를 나누려 서로를 끌어당기는,이 애틋한 세계를 파괴하지 말아 줘'

☆출판사 창비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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