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 한국어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
허새로미 지음 / 현암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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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언어에속지않는법
#허새로미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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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맥락 문화」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메시지 전달보다, 암시적이며 때로는 숨겨져 있는 신호로 소통하는 문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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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은 고맥락 문화를 아주 잘 반영하는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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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눈치가 있다 없다 등으로 내심 평가가 이뤄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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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렇게나 말해도 상대가 알아들을거라는 전제, 더 나아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나를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믿으며 자의적으로 만드는 이상한 생략들. 혹은 돌려말하다 그야말로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 일이 한국어에는 꽤 많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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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어는 저맥락문화에서 통용되는 문화이다 보니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공간적 개념, 예를 들어 '위'를 표현하는 것도 up, over, above 등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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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래시제가 엄격하게 구분되는 언어와 문법상 현재와 미래에 거의 차이가 없는 언어적 차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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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자막과 원어의 불일치를 느끼며 어렴풋이 뜻이 많이 다른데 저렇게 두루뭉수리하게 번역을 하였을까 하며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그게 단순히 뉘앙스 문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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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실화'에서 '감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였을까? 를 처음 생각해봤다. '눈치'가 있다 없다도 세세하게 따져가며 생각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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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가장 무서울 때가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라고 묻는 순간이라며 우스개 삼는 어떤 남자들을 보면 그의 여자친구가 그간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적당한 언어를 찾느라 얼마나 애썼을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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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었을 때 흠칫했다. 나름대로 언어에 예민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고맥락문화에서 나름 주변과 잘 소통하며 살아온 탓인지 그런 부분은 세세하게 생각하지 못했구나 하며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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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이 상당히 섬세한 언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위계나 분위기를 잘 읽어내며 주변을 배려하는 언어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른바 '눈치없는', 언어의 개념 용처를 세세히 따지는 분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언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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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허새로미 작가는 Bilingualism을 내가 무얼 보고 있는지, 무얼 말하고 싶어하는지 판별해주는 렌즈이자 너무 따가운 모국어로부터 나를 숨겨주는 양산일 수도 있다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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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하는 내가 보지 못하는 신나는 가능성과 미세한 감정의 눈금들을 영어를 통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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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방식, 가치관, 세계관이 표현되는 것이 언어라고 보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감정의 표현을 한국어처럼 뭉떵거리는게 아니라 영어처럼 세분화해서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된다면 그로서 납득되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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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영어원서도 나름 읽어보고 해서인지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게 뭔지 잘 짚었던 것 같다. 이 책 읽으니' 다시 영어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생겨난다. 영어책 좀 다시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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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언어화하고 더 나아가 두 언어를 오가며 감정의 스펙트럼을 시험해보는 일은 당신의 마음에, 그리고 우리의 소통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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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완독 #책읽기 #책추천
#독서의유익함
#영어공부좀해야겠다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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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 언어로 나와 상대의 거리를 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도로 발전한 형태의 말하기 인가를 생각해보면 한편 감탄할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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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김도헌 지음, 이병률 사진 / 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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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끝에살고싶은섬하나
#김도헌 글
#이병률 사진
#달출판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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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인줄 알았다. 아니면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섬에서 살아보기' 류의 글일 줄 알았다. 다 읽은 지금, 이 책의 장르가 뭔지 모호하다. 소설인가?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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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추크'섬에서 살고있는 김도헌 작가의 글이다. '달출판사'에서 펴내는 책들은 소위 힐링에세이를 닮지않아 좋다. 이 책 역시 힐링이라기 보다는 「사람이 뭐라고 생각해?」 내지는 「사람의 생명의 본질이나 속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첫머리에서부터 대놓고 물어보고 그걸 차분히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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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이 세상에서 사십년 가까이 생존에 성공했다면 충분히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생명의 속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자격이 있는 것 같아서 물어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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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까지 살면서 이렇게 대놓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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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크섬에서 만난 베네딕이라는 인물과 관계를 쌓아나가면서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사변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고귀한 핏줄'이라는 '베네딕'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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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그저 저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알수없는 내일로 안내해주는 존재만으로 충분한거야. 그러니 이곳 사람들이 나를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것으로 충분하지.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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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천연덕스러운 반문으로 자신의 실재와 실체에 대한 질문을 맺어버리는 베네딕. 여기서 이 글의 장르는 '에세이의 탈을 쓴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한다. 그 배경은 '추크섬의 전설'. _
에세이이든 소설이든.
논픽션이든 픽션이든.
그게 중요하진 않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점차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가 마음에 새겨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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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시선에 매여사는 우리들에게 이 책이 던져주는 이야기가 파도 같다. 태산같이 높고, 어둠의 침묵을 보여주는 파도이기도 하고, 미풍에 살랑이는 파도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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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마라. 네가 빛을 발하고자 한다면 너만의 빛을 밝히면 된다. 너의 빛이 세상에 의미가 있다면 언젠가는 세상사람들이 너의 빛에 공명할거다. 세상은, 우주는, 그렇게 빛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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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읽었던 '정이현' 작가의 「우리가 녹는 온도」에서 "인간의 생명은 좀 더 길 뿐, 결국 눈으로 만들어진 저 눈사람의 숙명과 다를 바 없다. 언젠가 죽을 걸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의 마무리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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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섬에서 살고 있는 김도헌 작가는 내게 '빛을 밝히라' 고 이야기한다. 이제 나는 나의 빛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는구나. 어찌되었건 이 세상에서 오십년 가까이 생존에 성공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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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완독 #책읽기 #책추천
#독서의신비로움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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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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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녹는온도
#정이현
#녹을줄알면서도눈사람을만드는당신을위하여
#달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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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녹는 온도」가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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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그 순간들은 아름다웠다는 것을
사실, 어는 점과 녹는 점은 같다는 것을
쌓인 눈의 일부는 녹아 물이 되고, 또 일부는 승화되어 허공으로 더 넓게, 더 멀리 퍼져나간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라는 탁월한 문장을 읽고도 「우리가 녹는 온도」에 대해서 가늠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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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이현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토막(그들은)과 이어나오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나는)의 열묶음을 읽어나가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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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좀 더 길 뿐, 결국 눈으로 만들어진 저 눈사람의 숙명과 다를 바 없다.
...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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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사람과 같은 숙명일진대, 한때는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존재였다가도 거리를 더럽히는 눈과 같지만, 녹아 물이 되어 흐르기도 하지만, 일부는 승화될 수 있는 그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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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좋다. 가까이에 두고 차를 한잔 할 때, 맥주를 한잔 할 때, 소리내어 읊조리며 다시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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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읽기 #완독 #책추천
#독서의행복함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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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양들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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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양들
#이정명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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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묘사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이 집행된 골고다 언덕. 그곳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뿐만 아니라 양옆에 십자가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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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양 옆의 두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하며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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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양들」은 그 두 사람의 이야기다. 처음 읽어나가면서, '마카베오 마티아스'가 유다의 죽음이후 다시 제자단에 합류한 '맛디야'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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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그리스도의 죽음이 있던 그 금요일. 그 전의 일주일간 예루살렘에서 4건의 연쇄살인사건이 나는데 그 피해자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을 체험하거나 목격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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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자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에서 목숨을 건진 여인 헬레나. '달리다굼'이란 말로 죽음에서 부활한 회당장 야이로의 딸. '오병이어'를 내민 소년 벤자민.
그리고 자신의 부하의 치유를 부탁하고 응답을 받은 백부장 티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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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마티아스', '테오필로스'. _
예루살렘 성전 지하에 생각지도 못한 비밀이 숨겨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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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명' 작가님의 작품은 잘알려진 일들(그것이 팩트가 아닐지라도)을 둘러싼 인물들, 사건들에 대한 상상력으로 얼개를 다시 구성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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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추리-미스테리-공포를 아우른다. 다만, 성경에 대한. 특히 신약성경의 복음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거나, 예수그리스도의 3년간의 공생애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훨씬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기독교 베이스의 신앙을 가진 분들도 자신의 신앙에 손상을 가하지는 않으니 염려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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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기가 막힌 상상력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일주일간 예루살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당시의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그려볼 수 있었다.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잘 번역되어 소개되면 그럴수도 있을 듯. 그만큼 글이 비쥬얼라이징이 잘 된다. 그렇다면, 멜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엮어 감상해도 좋을 듯. #일독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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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완독 #책읽기 #책추천
#독서의즐거움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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