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은 내가 약한 부분에 강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할 때 완전하다. 우리 둘은 각각 필요한 것의 절반은 바깥 세상에서 얻고 나머지 절반은 서로에게서 얻는다. - p. 45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 p. 52

이중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정신병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겁이 났다. 그런 곳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언제든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되지 않아 정말 어려운 일은 환자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향해 점점 커져가는 나의 무관심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p. 77

우리가 사는 집에 있는 목재 한 조각 한 조각(창틀에서 가구, 서까래에 이르기까지)이 한때는 살아 있는 생물의 일부로, 탁 트인 야외에서 수액으로 고동치며 활기에 넘친 모습으로 살아 있었다. 목재의 나뭇결을 살펴보면 나이테 한두 개 정도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섬세한 선들은 그 나무가 살았던 한두 해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을 줄 안다면 각각의 나이테들은 비가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바람이 불었는지, 어떻게 날마다 해가 여명을 앞세우고 나타났는지를 이야기해줄 것이다. - p.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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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사랑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없다는 태도의 배경이 되는 두 번째 전제는 사랑의 문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라는 가정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고, 사랑할 또는 사랑받을 올바른 대상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 p. 13, 14

성숙한 ‘사랑‘은 ‘자신의 통합성‘, 곧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사랑은 인간으로 하여금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하면서도 각자에게 각자의 특성을 허용하고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시킨다. 사랑에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 p. 38

스피노자는 감정을 능동적 감정과 수동적 감정, 곧 ‘행동‘과 ‘격정‘으로 구별한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 p. 39, 40

그러나 준다고 하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물질적 영역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역에 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자기 자신,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 다시 말하면 생명을 준다. 이 말은 반드시 남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준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기쁨,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이해, 자신의 지식, 자신의 유머, 자신의 슬픔 ㅡ 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의 모든 표현과 현시(顯示)를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생명을 줌으로써 그는 타인을 풍요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의 생동감을 고양함으로써 타인의 생동감을 고양시킨다. 그는 받으려고 주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주는 것 자체가 절묘한 기쁨이다.
그러나 그는 줌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에 무엇인가 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에 야기된 것은 그에게 되돌아온다. 참으로 줄 때, 그는 그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을 받지않을 수 없다. 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주는 자로 만들고, 두 사람 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쁨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 p. 42-43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꽃에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린 여자를 본다면, 우리는 그녀가 꽃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만일 사랑의 세 번째 요소인 ‘존경‘이 없다면, 책임은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 존경은 두려움이나 외경은 아니다. 존경은 이 말의 어원(respicere = 바라보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이와 같이 존경은 착취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p. 47

어린아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에 따른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p. 62

모성애는 어린아이에게 살려고 하는 소망뿐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을 천천히 길러준다. 이러한 사상은 성서의 다른 이야기에서도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약속된 땅(땅은 언제나 어머니의 상징이다)은 ‘젖과 꿀이 넘쳐흐른다‘고 묘사되고 있다. 젖은 사랑의 첫 번째 측면, 곧 보호와 긍정적 측면의 상징이다. 꿀은 삶의 달콤함, 삶에 대한 사랑, 살아 있다는 행복감을 상징한다.
대부분의 어머니가 ‘젖‘을 줄 수 있으나 ‘꿀‘까지 줄 수 있는 어머니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꿀을 줄 수 있으려면 어머니는 ‘좋은 어머니‘일 뿐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사실상 어린아이 ㅡ 그리고 어른 ㅡ 사이에서 ‘젖‘만 먹은 자와 ‘젖‘과 ‘꿀‘을 먹은 자를 가려낼 수 있다. - p. 73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의 힘의 생산적 전개에 바탕을 둔 동일성, 곧 자아를 인식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우상화‘하기 쉽다. 그는 자기 자신의 힘으로부터 소외되고 이 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최고 선, 곧 온갖 사랑, 온갖 빛, 온갖 지복을 간직하고 있는 자로서 숭배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힘에 대한 모든 감각을 박탈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 p. 134

사랑은 휴식처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고 성장하고 일하는 것이다. - p. 139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가 상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프롬이 1973년부터 1980년 세상을 뜰 때까지 살았던 로카르노에서 내가 그의 조수로 있었을 때, 그는 내게 아주 간단명료하지만 정확히 정곡을 찌르고 차츰 심도 깊어지는 질문들을 자주 던졌다. 가령 그는 지금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어떤 계기로 하필 그 책을 읽게 되었으며, 읽으면서 무엇이 와 닿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물었다. 내가 별 내용이 없다거나 지루하다고 말하면 왜 그런 사소한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나 자신에게 실제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정말로 마음에 와 닿으며,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에도 관심을 보였다. - p. 18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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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스며들면서 변한다 - p. 19

이건 왜 찍은 거니?˝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 해도 지울 수 없는 사진이 있는 법이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 p. 57

어두워진 들판 여기저기에서 반짝이는 인가의 불빛 그리고 저녁 바람. 그 저녁은 먼 훗날 정말 아름다웠다고 회고하게 되리라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 p.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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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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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 p.43, 44

요즈음 그녀는 책 한 권을 읽는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 p.57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 준다. P.57

˝사실 저는 연기를 하고 있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저는 촉망받는 젊은 변호사이자 사랑에 빠진 연인이자 버릇 나쁜 아이 역할을 연기했지요. 하지만 당신을 안 이후 제가 연기한 그 모든 역할은 당신을 위해서였어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 p.63, 64

그녀로서는 시몽이 그 디너파티 전체를 비춰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시몽의 눈길이 등대처럼 2분 간격으로 그녀의 얼굴에 머물며 혹시 그녀에게 틈이 나지 않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도 이따금 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럴 때면 그는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가 너무나 애정과 갈망에 차 있는 나머지 그녀 또한 미소로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90, 91

˝사랑해.˝ 라고 말하며 시몽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박스 밖으로 나오면서 그녀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기계적으로 머리에 빗질을 했다. 거울 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 라는 말은 들은 얼굴이 있었다. - p.111

익숙한 그의 체취와 담배 냄새를 들이마시자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울러 길을 잃은 기분도.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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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Honor (Mass Market Paperback)
Steel, Danielle / Dell Pub Co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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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o wanted everything in a wife, ancient traditions mixed with dreams of the future. He didn‘t expect her to know many things, but he wanted her to have the same hunger for learning that he did. -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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