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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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엄마는 뭐는 안 하고 싶고, 뭐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장차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한심할 정도로 요령부득이었다. p.59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 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졌다. p.70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p.102

 

아무것도 안 그리워하면 무슨 재미로 살겠수. p.306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 이상은 추억의 무게이다.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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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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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날마다 이어진다. 누구의 삶인들 고단하지 않겠는가. 이러니 남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한 생애를 늙히는 일은 쉽지 않다. p.35-36

 

자의식이 물러서야 세상이 보이는데, 이때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늘 보던 것들의 새로움이다. 너무 늦었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다. 이 것은 '본다'가 아니라 '보인다'의 세계이다. p.74

 

결혼이란 오래 같이 살아서 생애를 이루는 것인데, 힘들 때도 꾸역꾸역 살아내려면 사랑보다도 연민이 더 소중한 동력이 된다. 불같은 사랑, 마그마 같은 열정은 오래 못 간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대개 이기심이 섞이게 마련이고 뜨거운 열정은 그 안에 지겨움이 들어 있어서 쉽게 물린다. 연민은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다. 연민에는 이기심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사랑이 식은 자리를 연민으로 메우면, 긴 앞날을 살아갈 수 있다. 오래 연애하다가 결혼한 부부가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연애를 오래했으면 서로 성격을 잘 알 터인데,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는 말은, 이른바 사랑이 사그라진 자리에 연민이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은 단거리이고 연민은 장거리이다. 빚쟁이처럼 사랑을 내놓으라고 닦달하지 말고 서로를 가엾이 여기면서 살아라. p.83-84

 

가난은 다만 물질적 결핍이 아니다. 빈곤은 그 결핍을 포함한 소외, 차별, 박탈, 멸시이다. 이 구조는 이제 일상화 되어서 아무도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이며 시장의 자율적 기능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말들은 힘이 세다. p.170

 

왜 대한민국의 태극기는 촛불의 대열 앞에서 펄럭이지 못하는가. p.238

 

한글을 모르는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은 정부가 시행한 노인정책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노인을 보호나 관리, 수용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을 세상 안으로 끌어들여서 그들의 말을 사회적으로 통용시켜 주었다. p.265-266

 

맛은 인간 정서의 심층부를 형성한다. 삶은 설명될 수 없고, 다만 경험될 뿐인데, 맛 또한 그러하다.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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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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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계속해서 생기에 차 있을 때야. p.68

 

의욕이 없어지면 늙기 시작하는 거야. p.69

 

니나는 두서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런데 그것은 그들 탓이야. 그들은 운명을 원하지 않거든. 단 한 번의 큰 충격보다는 몇백 번의 작은 충격을 받으려고 해. 그러나 커다란 충격이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거야. 작은 충격은 우리를 점차 진창 속으로 몰아넣지만, 그건 아프지않지. 일탈이란 편한 점도 있으니까. 혹은 마치 파산 직전에 있는 상인이 그것을 숨기고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한 후 일생 동안 그 이자를 갚아가며 늘 불안하게 사는 것과도 같지. 나는 파산을 선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쪽을 택하고 싶어. p.131,132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인간이 정신적으로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면 삶은 끔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p.190

 

나는 시적이지 못해. 언니가 나에게서 어떤 것을 읽고 그 안에서 시를 찾아낸다면 그것은 언니의 몫이지 내 몫은 아니야. p.210

 

당신은 정신이 무엇인지, 정신도 배고픔, 비 또는 더위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요. p.227

 

그리고 지금은 전혀 없는 것보다는 그것을 잃고 슬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나는 슬픔도 재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233

 

언니는 한 가지를 잊고 있어. 이 세상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p.267

 

나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해요. 그러나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당신은 삶을 비켜갔어요. 한번도 모험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신은 아무것도 얻지도 못했고 잃지도 않았어요.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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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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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여긴 더 있어봤자 할일도 없구나.
- 에스트라공 어딜 가도 마찬가지다.
- 블라디미르 이봐 고고, 그런 소리 하지 말아. 내일이면 다 잘될 거다.
- 에스트라공 어떻게?
- 블라디미르 아까 그 꼬마가 한 말 못 들었어?
- 에스트라공 못 들었다.
- 블라디미르 고도가 내일은 꼭 온다고 그랬지. (사이) 그래도 모르겠어?
- 에스트라공 그럼 여기서 기다려야겠다.
- 블라디미르 미쳤냐? 우선 잠자리를 찾아야지. (에스트라공의 팔을 잡는다) 이리 와. p.89


- 에스트라공 디디, 우린 늘 이렇게 뭔가를 찾아내는 거야. 그래서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구나. p.116


- 블라디미르 아직은 가지 마시오.
- 포조 (발을 멈추며) 난 가겠소.
- 블라디미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데서 가다가 넘어지면 어쩔려고?
- 포조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리고 나서 다시 떠나는 거요. p.149


- 에스트라공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p.158


#
어렵다. 대화가 도통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치만 한가지만은 알겠다.
우리 모두에겐 삶을 지속해나갈 고도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걸. 기다림도 나쁘지만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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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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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네는 지금 자네 친척들 중에 특별히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했네만,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따로 분류되는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정해진 인간은 없네. 평소에는 모두 선량한 사람들이지. 적어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라고. 그러던 것이 한순간에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지. 그러니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이네." p.90

 

그가 지향하는 곳은 나의 그곳보다 훨씬 높았으니까.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높은 곳만 바라보고 주위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어긋남'이지.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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