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캐스 키드슨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캐스 키드슨판)
제인 오스틴 지음, 권민정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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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의 저서로 무려 스무살 적에 쓴 엘리너와 매리앤을 다시 손보고 펴낸 것이라고 한다.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이 달라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꼼꼼하게 각주가 달려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번역되어 있다.

 

침착하고 분별력있는 엘리너와 감성이 풍부한 매리앤 자매의 사랑과 연애, 결혼이야기이다. 중후반까지는 주로 인물 간 감정 묘사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다. 후반부에서는 각자의 선택과 결말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뒷심이 부족한 듯 보이는 것이 아쉽다.

 

새아버지의 사망으로 큰딸이 가장이 된 특수한 환경에서 엘리너가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첫째가 그러하듯이- 동생을 포함한 가족을 보호하고 지켜내는 것을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시선에서 둘째를 봤을 때 어떨까. 감성이 풍부하고 열정적이지만 고집스럽기도 하고 예의나 분별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할 것이다. 때때로 동생의 과격한 표현이나 지나친 열정에 깜짝 놀라기도 하겠지.

 

반대로 매리앤의 입장에서는 언니가 고리타분하고 가식적이며 때때로 감정이 무딘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그래서 평소에 표현하지 않던 언니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알고 놀라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스스럼없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매리앤은 열병을 앓으며 자기반성의 시간을 거친 뒤 조금 더 분별있게 행동하고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는 과연 이성과 감성 중 어느쪽에 더 가치를 두고 있을까 궁금했다. 후반부까지 제인 오스틴이 생각하는 좋은 방향은 엘리너처럼 침착함을 유지하는 예의바른 여성상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매리앤의 재치발랄함을 폄하하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에 윌러비가 완벽한 여성상이라고 회상하는 부분의 짧은 소견이 재밌게 느껴진다.

 

개개인에 대한 몰입도나 섬세한 묘사에서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윌러비가 이별을 고했던 옛 애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절망해 달려오는 모습에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루시 스틸 양이 이상적인 배우자를 얻기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치밀하게 계산적이다.

 

어른이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각종 미덕들 앞에서 나는 과연 제대로 된 어른인가, 하는 반성의 시간이 된 동시에, 당시의 사교성과 처세술을 엿보는 즐거움을 같이 느끼느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 두 번 읽는 것보다는 여러번 읽을수록 색다른 감상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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