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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다리 ㅣ 사계절 1318 문고 31
이옥수 지음 / 사계절 / 2024년 12월
평점 :
서초동 꽃마을 철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주인공 윤제의 시선을 따라가며 윤제가 마을 안에서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를 보여 준다. 서초동 꽃마을에서 윤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방황하고 성장한다. 윤제는 잘해 보려고 마음먹기는 하지만, 좀처럼 학교나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행의 길로 자주 빠지게 된다. 그때마다 윤제를 붙잡는 부모님과 형이 있지만 그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는 것도 잠시뿐, 주변의 위협이나 욱하는 마음은 윤제를 자꾸만 유혹한다.
멀리서 보면 윤제는 소년분류심사원까지 들어가게 된 비행청소년이다. 하지만 부모의 불화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좁고 열악한 비닐하우스에서의 삶, 그 삶을 극복하려 애써 보지만 좌절하는 사람들, 혹은 그러한 삶에 순응하는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윤제를 마냥 비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조명하는 것은 윤제의 비행뿐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윤제에게 작용하는 여러 어려움들, 도시 빈민의 삶이다. 환경이 개인의 일탈을 변명하는 장치가 되지는 못하나, 그 안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분명히 필요하다. 독자는 서술자가 주목하는 윤제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삶에 얽힌 여러 사건과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판사가 윤제에게 처분 변경을 적용하여 그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 역시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여전히 윤제는 불안하고 또 미숙하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좌절하거나 핑계를 대지만은 않는다. 그리고 윤제의 뒤에는 여전히 윤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의 전부라는 영진이 형의 말을 되새기며 윤제는 꽃마을을 떠나 새로운 터전으로 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혜미가 윤제와 태욱이에게 서로가 한쪽씩 맡아 푸른 사다리가 되라는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더이상 가만히 있지만은 말라는 것, 가야 할 길은 탈선의 길이 아니라 이를 잘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 길이라는 것. 그 길이 푸른 나무처럼 쑥쑥 자라서 그 사다리에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혜미까지. 도시 빈민의 삶을 그리는 소설이지만 마냥 우울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윤제는 태욱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약자를 돌아보고 도울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것이 서초동 꽃마을이 윤제에게 남겨 준 큰 교훈이며, 독자들에게 작가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