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현읍의 고등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의 수영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기현의 웹소설 창작을 위해 영리, 진호가 함께하며 세 명의 학생이 ‘물 없는’ 수영장을 조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왜 수영장에 있어야 할 것이 없을까. 그리고 그곳에서 들려 오는 기이한 울음소리는 무엇일까.작가는 웹소설 형식을 조금씩 빌려 사건의 전개 양상을 독자들에게 알려 준다. 소설을 읽어 나가다 보면 물 없는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비밀이 점차 명확해진다. 구제역과 그로 인한 수많은 생명의 떼죽음. 누군가에게는 TV 속의 뉴스나 신문 기사로만 접했던, 나와는 그저 먼 이야기일 수 있었겠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이로 인한 비극을 함께하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영리는 아빠와 이별하고, 체육 선생님은 오빠를 잃었다. 시신도 찾지 못한 채로. 심지어 삼총사와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상구마저도 살처분 과정에서 복실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수많은 죽음이 조용히 파묻혀져 있는 목현리. 표지의 그림은 이제 다르게 느껴진다. 귀엽게만 보였던 키링 속 돼지는 어딘가에 파묻힌 복실이처럼 보이고,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은 어둡다. 하지만 올려다보는 하늘이 완전히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약간의 별이 조금씩 빛난다. 뉴스를 켜면 어른들이 하는 말 //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 ”기계가 작동하고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 ”사람이 거기 있는지 몰랐습니다.“ // ”이런 참사가 일어날 줄 정말 몰랐습니다.“ // 변명만 하는 티브이를 끈다 // 사과하는 어른 한 명 없다 (정다연, <사과> 전문)소설을 읽으며 위 시를 떠올렸다. 사과하는 어른 한 명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늦게나마 우리 사회의 비극을 돌아보고 바로잡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소설에 깊이 녹아 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한 움직임이 빛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와 위안이 되어 주지 않을까. 언제까지나 어두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목현리의 수영장에 맑은 물을 채울 주역인 미래 세대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