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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의 너에게 - 제10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45
김문경 외 지음 / 사계절 / 2024년 6월
평점 :
과학소설이라 하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만 같아 소설을 고를 때 쉽게 선택하진 않는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 보면 과학 이면의 것들을 좀더 생각하게 된다.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때 인간의 위치와 역할은 어때야 하나. 작품집 속 소설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공통적인 내용은 모두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대상 수상작인 「시간 속의 너에게」는 시공간을 초월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 폐 섬유화와 사이보그화 등등 많은 변화를 겪는 가상의 미래 사회에서 주인공은 은하와의 기억을 추억하며 영상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은하의 모습을 확인한다. 꼭 만나지 않아도, 시공간이 달라져도 서로를 기억하는 그대로의 마음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담아낸 소설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작가의 신작인 「영원이 손을 내밀 때」에서도 드러난다. 영혼과의 소통을 통해 은조의 소중함을 인식한 소년은 아이를 만들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은조의 영혼을 이식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은조가 그토록 원했던 '초콜릿을 먹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함이었다. 두 편의 소설은 모두,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아도 마음이 있다면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그 외의 우수상들도 흥미롭게 읽었다. 「영의 자리」는 안드로이드의 마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해 주었고, 「소년들, 소년들이」는 우주 너머의 존재들이 사투하는 현장을 상상하여 그려낸 점이 흥미로웠다. 「호르헤 행성의 음모」는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호르헤인의 음모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상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기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고사우루스병」을 그중에서도 감명깊게 읽었다. 등에 뿔이 자라는 주인공은 그것을 숨기기 위해 내내 뿔을 갈지만, 외계인이 지구에 등장하며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어려워지게 된다. 하지만 친구들의 "하지만 어쩌겠어? 이상한 친구가 생긴 거지 그냥."이라는 말은 자신이 그동안 숨기고 싶었던 약점을 더 이상 약점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주는 힘을 부여한다. 청소년들의 자기정체성 형성에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