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기회로 이번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우주의 속삭임』을 읽어보게 되었다. 어린이문학상 대상 중 하나인 『긴긴밤』을 학생들과 함께 감명깊게 읽었던지라 더 반가웠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 대상 수상작은 다섯 편의  SF 동화로 구성되어 있었다. 호흡이 짧은 동화 다섯 편이 각각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반짝이는 별먼지」의 '나'는 할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할머니는 50년 전, 지구에 우주선이 오고 우주 호텔이 생긴다는 것을 예측함으로써 오로타 행성으로 가는 우주 항공권을 받게 된다. 우주 복권에 당첨된 할머니는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이 있지. 별먼지처럼."(29쪽)이라는 말과, "이 아이는 내가 지구에서 당첨된 최고의 복권이었네."(32쪽)라는 말을 남기고 긴 여행을 떠난다.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있고, 우주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잘 드러내 주는 결말이다.

이처럼 다섯 편의 작품들은 시종일관 '우주먼지'일 뿐인 우리가 어떻게 사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들어오지 마시오」에서의 우주는 주인공의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는 기제인 '무아무아족'으로 형상화된다. 증오와 폭력에 대한 억제, 그리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모두 우주적 존재를 통해 이야기한 점이 흥미로웠다. 작품의 말미에 그려진 푸른 하늘과 주인공과 고양이의 밝은 모습과는 달리, 「지나3.0」의 주제는 조금 무겁다. 태양의 폭발을 피해 우주선을 타고 탈출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오랜 시간 동안 엄마와 동생은 동면에 들어가고, 아버지와 지나는 항해를 계속한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나는 사이보그가 되고, 아빠는 컴퓨터에 자신의 정신을 결합하게 된다. 하지만 지나는 "나는 영원보다 지금을 함께 견뎌 줄 사람이 필요해요."(144쪽)라는 말로 자신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표현한다. 영원히 산다는 것, 그렇지만 그 삶이 의미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겠다. 「달로 가는 길」 역시 반전과 함께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의 삶을 보여 준다. 자식을 대체하기 위해 들인 대체 로봇과, 그 대체 로봇을 대체하기 위한 또다른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 작가는 로봇에게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로봇이 인간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같다면 우리는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타보타의 아이들」은 생명을 위해 희생하는 로봇의 이야기를 담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로봇이 사유하고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 행동의 결과가 이와 같을까? 묻게 된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과 함께 사는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주의 먼지일 뿐인 우리가 우주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다섯 편의 작품 모두는, 네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어떤 삶을 살지라도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조금은 뻔한 주제를 담고 있다. 우주를 유영하다가도 결국은 나와 내 옆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 작품과 작가의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우주먼지인 우리도 어쩌면 조금은 더 행복해지고, 우리에게도 행운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맞다. 우주먼지라고 자조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주의 일부분이니까. 2021년에 나사 인스타그램이 올려 준 게시물을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 Remember: you are made of star-stuff and nobody can take that away. 🙅‍♀️


https://www.instagram.com/p/CSH_dM-J_zi/?utm_source=ig_web_copy_lin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