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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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요리는 일반인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예술이다. 잘못된 손질은 치명적인 복어 독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게 만든다. 그래서 복어를 손질할 때는 전문가의 숙련된 기술이 필수적이다. 복어에게 불평해봤자, 그것은 복어의 잘못이 아니다.

인류가 복어를 섭취한 것은 오래전부터였는데, 선사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복어 뼈는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복어의 간, 난소, 알, 정소, 눈, 뇌, 근육, 창자, 피, 껍질에는 '테트로도톡신’이 포함되어 있어, 아직 해독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복어는 체내에서 테트로도톡신을 생성하지 않는다. 이 독소는 복어가 섭취하는 수중 생물을 통해 축적되는 것으로 보인다. 복어는 살아가면서 점차 독을 축적한다.

인간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술을 연마하고 실력을 쌓는 것처럼, 삶의 독도 쌓이기 마련이다. 세상에 대한 불만, 후회, 걱정이 쌓여 독기를 품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이 책에는 독을 품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두현, 재경, 강태, 정명진 선생, 장귀녀 사장 등이다.

이 책은 문경민 작가의 '나는 복어’로,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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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두현은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청산가리로 자살했고, 아버지는 감옥에 있다. 화물차 운전사였던 아버지는 허리를 다치고 주식 투자에 실패하여 몽골로 떠나 재기를 꿈꾸다가 문제가 생겨 감옥에 가게 되었다. 어머니의 자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두현은 '청산가리’라는 별명을 얻고 어려운 시기를 보낸다.

두현은 친구 준수를 따라 자연기계공고에 다니며, 실링 머신을 사용하여 정밀하게 금속을 가공하는 기술을 배운다. 그곳에서 재경을 만나고, 오빠 재석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귀금 코리아의 사장 장귀녀의 공장에서 일하던 재석이 사고를 당하고, 재경은 사장에게 책임을 묻지만 사장은 이를 무시한다. 두현은 사장을 돕다가 사장이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였음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사건과 가정 문제에 그녀가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출소일이 다가오고, 학교의 문제아 강태가 일으킨 사건으로 학교가 시끄러워지며,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두현은 장귀녀 사장으로부터 부모님의 진실을 듣고, 잊고 있던 것들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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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에서 인문계나 특목고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점이 인상적이다. 실링 머신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알려지지 않은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추구하며, 실링 머신처럼 밀리미터 단위로 삶을 쪼개고 생각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울러 청소년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어른들은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귀금 코리아의 사장 장귀녀는 일자리를 제공하고,빼먹지 않고 월급을 주며,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열심히 일했다. 기자 기두호는 취재한 내용을 기자 윤리에 맞게 기사로 작성했고, 정명진 선생님과 문태환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두현의 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도 그렇게 살았다.

그러나 장귀녀 사장은 자신만의 직업 윤리를 가지고 살았음에도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기두호 기자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인해 두현 가족은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 정명진 선생님의 제자 사랑은 강태의 배신으로 돌아왔고, 문태환 목사의 무료 급식소는 잦은 사고로 고통받았다.

이 책의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하는,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말은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합리화일 뿐이며,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일로만 여겨진다.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 숨통이 조여들 만큼 강한 말이었다.(108)



이 통렬한 말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불합리한 세상에 아이들도 맞춰살기를 바라는 뻔뻔함이 부끄럽고, 그에 맞서는 아이들의 당당함이 부러워진다. 결국 이 책은 세상에 맞서고, 세상이 감춘 독소와 찬찬히 쌓아올린 스스로의 독소를 해독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세상이 초래한 수많은 독소 때문에 생긴 죽음에 대해 추모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주제는 매우 혁신적이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피해와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 '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사고’, ‘콜센터 직원의 자살’ 등의 안타까운 사고를 예로 들며, 시스템과 제도, 그리고 세상이 초래한 수많은 죽음에 대해 추모한다.

완독한 후, 표지를 다시 한번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표지에 나타난 강인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는 주요 화자인 두현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강태와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강한 반항심을 표현하는 것에서, 이 책 속 인물 그 누구에게나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바로 그 해독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설정은 자극적일 수 있으나, 내용은 그렇지 않다. 대단한 사건이나 전개도, 숨겨진 진실이나 반전도 크게 없다. 단지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들과 그들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다.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장귀녀 회장과 조부모님, 외갓댁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분노와 반감이 아닌 사랑과 치유, 회복의 힘을 보여준다. 두현의 진정한 변화는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는 데서 시작하여, 그 지점에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간 청소년 문학의 깊이가 상당히 깊어졌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또한 앞으로 문경민 작가가 보여줄 세계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24년을 살아가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2024.04.13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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