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바게트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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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실키/현암사)


차별과 혐오에 관한 책으로 강의를 할 때, 잊지 않고 반드시 말하는 것은 ‘차이’에 관해서다. 서로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오고, 그 오해가 차별을, 그리고 혐오까지 이어지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점점 심각해진다. 그래서 서로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실마리라는 점을 얘기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다르고 모두가 다 ‘차이’가 나기에, 서로 다른 우리에게는 약간의 차별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완벽히 똑같지 않은 이상 ‘차별’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그 차이를 인정하고, 작은 차별이라도 좁혀나가려 노력하며, 그 노력이 힘들다면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차이는 나쁘지 않지만 차별은 심각한 문제고, 혐오는 범죄가 된다. 하지만 그걸 모르거나 무심코 지나치고,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한다.


<김치바게트>는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실키’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 만화다. 본명이 ‘슬기’라고 밝힌 작가는, 프랑스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두세 장의 짧은 만화로 엮어 자신의 생각을 조근조근 전한다. 익살스럽지만 가볍지 않고, 비판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기에,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다. 부드러운 붓으로 그린 날카로운 비판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결코 느껴보지 못한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진 아시아인과 인종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교묘한지, 칭찬처럼 들리는 차별 표현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역시 아시아인이라 수학을 잘하네.”

“너희들 엄청 어려 보이잖아.”

“나는 너를 유색인종으로 보지 않아! 모든 생명은 소중해,”


이런 말을 대놓고 하면, 이것이 칭찬인지 편견인지, 내 편인지 적인지 구분하기가 모호해진다. 작가는 그런 차별을 ‘먼지 차별’이라고 말하는데, 직접적이지 않기에 항의하기도 쉽지 않은, 차별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과민반응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문제가 가볍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같은 입장에서 우리가 가진 편견과 차별이 그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나는 과연 동남아시아인들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까? 무슬림이라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와 오해를 풀어내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인사 방식과 동거문화, 임신 중지,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는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특히 성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에는 실소가 터진다.


특정 주제에 관한 작가의 입장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비거니즘’, ‘꼭지에게 자유를’ 등의 주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고, 작가의 주장과 의견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읽는 사람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혐오와 차별, 문화적 차이 말고, 우리 문화와 프랑스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풀어가는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김치를 대하는 한국인의 진지한 태도와 김치와 김장 문화가 받아들이지는 모습을 보면 어깨가 으쓱하고 뿌듯해진다.


특히 이 책에서 동거문화에 관해 얘기하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작품 속 주인공은 프랑스에서 남자 친구와 동거하는데, 한국이라면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동거 경험이 이별사유가 되기도 한다고 밝힌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동거인은 전세대출 혜택이 거의 없고 위급 상황 시 보호자가 되기 어려우며, 사별했을 때 남은 연인은 아무런 자격이 없다. 그에 반해 생활동반자법이 있는 프랑스의 상황은 복지 혜택이 훨씬 더 넓어보였고, 이는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여겨졌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여성 해방에 관한 내용이 꽤 있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 차이를 좁혀가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 차별과 편견이라는 담을 무너뜨리려는 자세가 매우 구체적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작품이다. 게다가 딱딱한 글이 아니라 만화로 풀어내기에 더 쉽고 공감되는 부분은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시간 안에 다 읽을 만한 책이다. 하지만 재독, 삼독은 해야 작품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은연중에 가진 우리의 편견과 차별, 혐오에 대해서 이해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본 서평은 현암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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