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세트 - 전9권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이와 흡사하며, 동일 저자의 책에 리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많은 고민을 했다. 리뷰의 제목이 독보다 더 위험한 편협함이었는데, 혹 저자의 의도나 책에 대해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좋은 책이 매도당한 것은 아닌지 싶어 고민을 했고, 다시 이원복씨의 책을 읽어보았다.

하지만 내 비판은 매도가 아니라 정확한 판단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인, 미국역사라는 제목으로 나온 부분은 물론이고 거의 전권에 걸쳐 너무도 위험한 편협한 시각이 돋보이고 있었다. 적어도 한 나라의 역사나 문화 사회에 대해서 기술하려면 적어도 정확한 사실 관계를 기록하는 게 옳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책의 대상이 아이들이라면 말이다.

이원복씨의 책이 청소년추천도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기가 막힐 따름이다. 미국편만 해도 몇 개의 오류가 있는지 모르겠다. 통킹만 사건을 비롯해 잭슨 대통령에 대한 것들 등등 이미 잘못된 것으로, 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역사적 진실까지 틀리게 기술되어 있는 것이다. 의도적인지 의도적이 아닌지 저자의 진실한 속내는 알 수 없다.

일본편에서는 동경대 마피아라고 불리며 학벌주의가 판을 치는 일본의 관료주의를 찬양한 것에 그치지 않고 정경유착을 정경관의 밀착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어이 없는 시각을 드러내 보인다.

물론 이씨가 경기고 출신에 서울대를 나와 독일 유학을 한 건 알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관료 사회도 서울대 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로 학벌주의가 큰 폐해를 끼치고 있다. 이게 옳다는 건가? 정경유착이 옳은 방향이라는 건가? 과연 이씨가 모르고 이런 식의 기술을 했을까?

하나 언론을 탄압하는 걸 묘사하며 조중동을 비판하는 시민사회 사회단체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장면, 노사모를 빗대어 노예제를 사수하는 모임이라고 억지로 꿰어맞추는 장면을 보았을 때, 저자가 역사를 틀리게 기술한 건 몰라서가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서라고 보여진다.

대학교수가 맞나? 정말 대학교수가 맞나? 아이들에게, 청소년에게 읽힐 책을 이런 식으로 의도적으로 왜곡해도 되는 것인가?

이원복씨의 책 전편에 흐르는 기조는 정말 놀랍게도 백인우월주의에 서구적 사고에 물들어 있다. 그네들이 본 시각에서 비서구권의 문화와 역사를 기술했으니, 어떻게 제대로 된 역사와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외국인들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오해할 때,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고 억울해하나? 왜 우리가 그들이 우리에게 범한 잘못을 다시 다른 이들에게 범해야 하나? 하물며 미국의 역사조차 왜곡되어 있는데, 이슬람권이나 동남아 문화, 역사는 말해 무엇할까? 하다못해 이슬람권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라도 가서 인터뷰나 한 번 했을까?

예전에 어떤 유학생이 올린 글이 떠오른다. 미국 유학 초기 그 유학생은 동양사 과목을 수강했는데, 그 과목의 교수는 미국인(백인)으로 일본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교수라고 했다. 당연히 임나일본부설은 역사적 사실이고, 독도는 다께시마며 한일합방은 일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낙후되고 후진된 조선을 위한 것으로 산업 발전은 물론, 문화적인 발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유학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시각인지도 모른다. 그 학생이 이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짧은 영어 실력으로 제대로 반박조차 못하고, 오히려 조롱감이 되었다고 한다. 그 학생의 입장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화가 치밀고 슬픔을 느꼈겠는가?

도대체 이원복씨의 책과 그 교수의 시각의 차이를 모르겠다. 왜 우리가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 똑같이 상처를 줘야 하는가?  왜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잘못되고 경도된, 또 편협한 시각으로 가득 찬 책을 읽게 해야 하고, 이런 책들이 어떻게 청소년 추천 도서가 된단 말인가?

이 책은 내가 보았을 때, 재활용품 이상의 가치는 없다. 아니 읽힌다면 오히려 독보다 더 위험하니 재활용품보다 더 못한 책이다.

어릴 때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이원복씨의 책이 이런 식의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참 어처구니 없고 허망했다. 지난 대선 전 이회창 후보가 장대높이 뛰기로 상고의 벽을 넘는 식의 만평을 서울대 동창회보에 올려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들었던 이 씨..... 먼나라 이웃나라는 역시 그런 사람이 쓰고, 또 그린 책 다웠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혹여 내 아이가 이 책을 밖에서라도 읽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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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랄이어흥 2005-06-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 잘하시네요. 동감입니다.

보보 2006-02-0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읽고 난!!더 궁금해지네^^
어떤책인지......호기심 증폭으로 다 읽어봐야긋다^^
말씀 진짜 잘하시네요^^ 읽어보구나서^^동감하죠^^

leoontine 2010-07-2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참 잘쓰시는것 같네요..
이책 구매하려고 했는데 망설여지네요...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세계사 책을 찾고있는데 참 어렵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