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다빈치 코드....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와 내용이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매우 즐거운 지적 유희를 누릴 수 있는 책이었다.
일요일부터 시작한 다빈치 코드로의 여행은 결국 무박 이일로 오늘 아침까지 이어졌다. 여섯 시.. 비온 뒤라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는 것을 보며 2권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참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원래 좋은 것보다는 나빴던 게 더 기억에 남듯, 나 역시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작가의 글쓰기 습관에 관한 것이다.
글의 진행을 보며 작가의 습관이라 짐작한 것인데, 작가는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빈번하게 과거 회상 장면으로 붓끝을 돌리는 경향이 잦았다.
처음 한두 번은 긴장을 완화시켜주려는 시도인가 싶었지만, 이런 진행 방법이 잦아지자 글 읽는 게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손가락에 깁스를 해서 잘 먹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할까? 감질나기보다는 작가의 강제에 의해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짜증났다. 단지 몇 줄의 부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내용들마저도 장황하게 과거 사건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을까?
어떤 언론의 리뷰에서 다빈치 코드와 에코의 차이를 상업성에 두는 글을 보았다. 다빈치 코드는 철저하게 영화화를 염두에 둔 글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반복되는 전작에서 벌였던 모험과 로맨스에 대한 랭던의 회상은 처음 궁금하다가도 나중에는 불필요와 상술의 일환으로 보여져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이슈가 될 수 있는 주제여서 그런지 다른 리뷰들을 보면 다빈치 코드가 말하려는 내용과 주제 등에 대한 것만 나왔지만, 나는 독자로써 단순히 내용을 비판하거나 주제에 대한 내 생각만이 아니라 읽는 이의 불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급박한 진행을 고의로 끊어 과거로 카메라를 돌린 후 다시 급박한 장면으로 돌아왔을 때, 긴장감은 없었다. 작가는 계속 글을 쓸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아마 이러한 글쓰기 습관에 대해 언젠가는 지적을 받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로 날 불편하게 한 것은 탈자와 번역자의 단어 선택이다.
탈자는 서너 개를 보았는데, 이를 테면 세계라는 단어를 단지 계라고만 표현한 것과 같은 실수이다.
편집진이 교정을 볼 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여서 안타까웠다.
번역자의 단어 선택은, 솔직히 번역자의 정확한 의중을 모르겠는데, 새로운 단어를 만들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상식의 부족에 의해 그런 것인지 좀 애매한 부분이다.
주로 성당 기사단에 관한 내용이다.
성전기사단은 템플 기사단이다. 국내의 백과사전 등에도 템플기사단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백과사전에까지 표기된 단어를 굳이 낯설은 성전 기사단이라고 해야 했을까? 또한 숱하게 번역된 책들에 의하면 성전 기사단이라는 단어보다는 성당기사단이라는 단어가 지배적이다.
혹 성당 기사단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도 적어도 백과사전 등에 나와 있는 템플기사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옳아 보인다.
왜 굳이 낯설은 단어를 만들어 표현했는지 의아스럽다.

그리고 경선과 자오선의 혼용이 그랬다. 경선은 자오선의 다른 말인데, 단어를 왜 통일해서 쓰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단어를 통일해서 썼다면 글을 읽는데 좀 더 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굳이 경선과 자오선으로 같은 말을 나눠서 쓸 필요가 있었을까?
무박 이일의 즐거운 여행에서 이러한 몇 가지 점을 제외하면 난 충분히 이만원 가량의 여행비를 넘치는 즐거운 여행을 만끽했다. 굳이 말하자면 최고급 열차 여행을 하는 도중 겪었던 자잘한 불편 정도이다.
좋은 글이었고, 매우 호기심이 가는 주제였다.
단지 위에 언급한 부분이 한두 번 지나가는 내용이 아니라 빈번하게 나오는 내용이어서 날 불편하게 했을 뿐이다.
특히 번역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훌륭하게 작업을 다 해놓고 마지막 눈동자를 명확하게 그리지 못한 것 같아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많은 내용, 내가 모르는 상식도 있었고, 또 번역자의 해박함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단지 이 몇 가지가 날 안타깝게 했을 뿐이다.
그러나 다빈치코드는 무박 이일의 여행길에 오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번역자의 노고도 이런 가치를 더 빛나게 하는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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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phany 2004-07-0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에 대해서 하나더.. '말일' 대신 '마지막 날', '최후의 날'.. 등이 더 좋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순산 말일이 뭐지.. 했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