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모든 곳에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공룡들을 둘러보았지만, 곧 뼛속까지 사무치는 피로를 못 견디고 양치류 사이의 지면에 주저앉았다. 곁에 쓰러져 있는 불쌍한 오리주둥이 공룡은 죽음이 임박한 듯 낮고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공룡 뒤통수에 달린 복잡한 볏이 박살 난 것은 중력이 밀려왔을때 머리를 바위에 강타했기 때문이리라. 공룡이 마지막 숨을 내쉬면서 박살 난 공명관을 통해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띄엄띄엄 흘러나왔다. 공룡은 지성이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한 시대가 종말을 맞이했다.
나는 공룡의 우툴두툴한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