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 최고의 쇼
마이크 레너드 지음, 노진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4월
절판


"우린 깃털이 될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나는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의 시선은 아직도 창밖을 향해 있었다. 고개를 위로 기울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랗고 하얀 뭉게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상엔 사람들이 많잖니. 게다가 요즘에는 덩치들도 크고. 그래서 아마 깃털이 될 것 같아."
어머니가 설명했다.
"우리 몸이 수많은 깃털로 이뤄질 거라는 말씀이세요? 아니면 한 사람이 깃털 하나로 변한다는 말씀이세요?"
내가 물었다.
"사람이 깃털 하나로 변한다고. 그것만이 모든 사람이 천국에 머물 수 있는 있는 길일 거야. 대부분의 사람이 천국으로 갈 테니까."
"거긴 넓어, 마지. 넓다고."
이제 아버지는 손을 머리 뒤에서 깍지꼈다. 그러고는 창밖의 구름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모든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거야."-108-109쪽

어느 일요일 오후, 발치에 팬레터 상자를 놓고 벽난로 앞에 앉아 있었다.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는 그 편지들을 자주 읽었다. 편지들은 나에 대한 감탄으로 가득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밑줄친 단어들이 흘러넘쳤다. 전에는 몰랐지만, 편지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눈에 띄는 패턴이 있었다. 매 편지의 매 문장마다 서너 개의 단어에 밑줄이 그어진 것이다. 어떤 단어에는 밑줄이 두 개나 그어져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단어에 밑줄을 그었다.
필적을 다시 살펴보았다. 편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모두 어느 아마추어가 어설프게 위조한 편지들이었다. 상자 속의 편지는 한 사람이 쓴 것이 분명했다.
바로 우리 어머니.-146쪽

편지를 보낸 사람들의 이름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프랜시스 스위니, 아그네스 도허티, 콘스탄스 설리번, 귀에 익은 이름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디서 들은 이름인지 기억이 났다. 장례식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어머니가 죽은 친구들에게 보냈던 추모 카드 뭉치를 뒤졌다. 스위니, 도허티, 설리번은 모두 거기 있었다. 나를 밀어주려는 어머니의 지나친 사랑 때문에 그분들은 자신도 모르게 앞잡이 노릇을 했던 것이다. 연극은 끝났다. 미국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를 사랑한 건 어머니였다.-146쪽

조시가 태어난 다음 날, 우리는 이웃 마을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 '프랭크 앤드 벳시스'에 모였다. 작고 아늑한 그곳은 우리 여행의 끝과 새로운 삶의 시작을 축하하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창가 자리에 앉은 나는 마을의 주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지구에서 평범한 가족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사소한 사건들을 모두 합하고, 한 사람의 삶을 다음 단계로 이어주는 선을 따라가다보면, 그 결과는 종종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야기의 주제가 다시 새로 태어난 조시에게 돌아갔을 때,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케리가 했던 말이 이를 가장 잘 표현한다.
"이렇게 작은 아이가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워요."-341-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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