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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 테오의 13일
로렌차 젠틸레 지음, 천지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8살 아이가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 엥?? 8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도대체 왜 자살을 계획한다는 말인가?
이런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샀다. 광고에 낚인 건가?
주인공은 8살 테오, 아빠, 엄마, 고등학생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와 엄마는 다툰다. 아주 사소한(엄마가 계란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매번 그렇게 부모님은 다툰다. 아빠는 그걸 전투라 표현한다. 테오는 8살 생일 선물로 받은 나폴레옹 책을 받게 되고 나폴레옹이 모든 전투에서 승리하였다는 말에 나폴레옹을 만나 전투 승리 비결을 알기를 원한다. 그래야 아빠와 엄마가 더이상 전투를 벌이지 않도록 막고 행복하게 되는 것이 테오의 바람이다.
나폴레옹을 만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주변 친구들, 어른들에게 묻게 되는데, 나폴레옹은 이미 죽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그를 만나려면 자신도 죽어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테오가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게 되는 13일간의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딸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테오의 시선에서 본 어른들의 행동들, 테오의 질문에 대한 어른들의 답변들은 어떻게 보면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아이들을 무시하는 둣한 행동과 말들이다. "넌 아직 어려서 잘 몰라. 이해하지 못 할거야. 너도 크면 이해할거야." 이런 식의 말들 때로는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을 전제로 거짓말하는 것, 무성의한 대답 등. 나도 테오의 부모와 같이 내 딸들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많았다. 때론 아이들이 말을 하려 할때 바쁘다는 핑계로 "잠깐만 조금만 기다려. 아빠 이것만 하고." 아이들이 이야기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들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육아서를 통해 많이 접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애들 말에 귀를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엔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해야지.
이 책에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지옥과 천국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지옥은 자동차들이 길게 서있는 고속도로야." " 정말이야 우리 아빠가 그러셨어. 길이 막혀서 차가 서 있을 때 그게 바로 지옥이라고."
"지옥에 가려고 땅을 팔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지옥은 절벽 밑에 있어서 하느님이 아래로 살짝 밀어 떨어뜨리면 되니까."
"천국은 구름 위에 있을거야" " 난 비행기 여러 번 타봤는데 천국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어!"
천국에 가려면 성베드로가 가지고 있는 명단에 올라야 한다는 말에
"정말이야. 디스코텍처럼.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거기도 명단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고 했어."
어른들에게 주워 들은 지옥과 천국에 대한 지식은 어린아이들만이 상상할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들이다.
결국 테오는 나폴레옹을 만나게 된다. 마치 파랑새 처럼..
순수함을 많이 잊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잔잔한 동화이다. 테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잊어 버렸던 동심을 다시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난 광고에 낚이지 않았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