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최인호 작가의 선답 에세이이다.

비록 5년전에 출간이 된 책이지만 최근 힐링(Healing)이 대세인 요즘 세태에 조용히 읽고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 보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책은 시종일관 느리게 조용히 아련하게 삶을 되짚어 보게 만든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있는 곳이 산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산속 사찰을 다녀온 듯 느낌이 생생하다. 책 속에 삽입된 다양한 사찰 풍경 사진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찰 풍경 묘사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우매함으로 인해 여러 선답들 중에 더 마음이 가고 감동이 된 내용이 셋 있다. 좀더 나이가 들면 더 많은 것들이 깨우쳐 지리라 생각이 든다. 맨 처음 나오는 40년 만에 우연히 목욕탕에서 만난 동창생 이야기를 읽고 나서 많은 공감을 했다. 눈이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남녀 관계에서는 눈이 멀어지면 마음까지도 멀어지지만 친구간의 우정은 그렇지 않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그저 친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뿌듯해 지는 친구가 있다. 40년이 지났지만 알아보는 그런 친구가 있다. 이 소절을 읽고 떠오르는 친구하나가 생각이 났다. 생각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이다. 이 녀석이라면 40년 뒤에라도 알아볼 수 있으리라.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건 육체의 헐벗음이 아니라 영혼이 메말라 가는 일이다.' 최근에 육신이 장염으로 인해 2~3일을 고생했었다. 육신이 아플때는 약도 복용 하고 정성스레 죽을 끓여 먹는다. 그리고 낫기를 위해 하루 이틀을 회사를 가지 않고 쉬면서 몸을 조심하도록 한다. 하지만 영혼의 아픔은 왜그리도 무심한지 모르겠다.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도 영혼의 피폐해짐에 무관심하다. 겉만 번지르한 요즘 사람들, 소위 쿨(Cool)~ 하다는 사람들,,, 과연 그들의 영혼도 마찬가지로 번지르하고 쿨할지?

인간은 죽음을 안 좋은 것으로 치부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죽음을 받아드릴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 차를 운전해서 출퇴근할 때 가끔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치게 된다. 어느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출근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갑작스런 공포감이 밀려온다. 바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이기에 우리 식구 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내가 없다면 애들은 어떻게 될까? 애 엄마는? 이런 생각이 들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이 떨리기도 한다. 나의 부재를 생각하는 것, 이게 바로 죽음의 공포이다. 얼마 전 유시민씨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도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자. 왜냐하면 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 미리 죽음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만을 남겨 놓았다.

 

일상과 욕망과 해탈이라는 주제로 여러 선답들을 기록한 이 책은 나에게 하나의 아련한 추억과 두가지 질문을 던져 주었다. 이에 대한 답은 내가 살아가면서 찾아야 할 것이다. 책좋사 카페의 회원 분의 책 나눔으로 읽기된 책이다. 이런 방식의 만남은 특별하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나에게 온 책은 다시 내 손을 거쳐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고 나니 선답이 나오는 것일까. ^^

   나는 이 책을 앞으로 살아갈날이 많은 청년들 보다는 살아온 날이 많으신 선배님들에게 조용히 선물로 하고 싶다. 조금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한번은 되짚어 보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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