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1년에 유행했던 1Q84를 시작으로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로 이어졌다가 이번에 세계의 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로 네번째 만남을 이어오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왠지 판타지풍의 느낌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책의 표지 뒤에 나오는 지도역시 그런 느낌의 연장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판타지 소설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기대되었었다.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이 의뢰인을 만나러 가는 장면 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의 직업은 계산사이다. 생소한 직업이지만 정보에 대한 암호화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좀더 이해가 빠르겠다. 하지만 암호화하는 작업이 아주 생소하다. 암호라는 것이 일반인에게 생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주인공이 처한 환경은 정보전이 치열하다. 정보를 지키고자 하는 계산사와 정보를 빼앗아 이익을 얻으려는 기호사라는 집단간의 서로 우위를 차지하려는 다툼이 치열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보의 암호화에 대한 회기적인 방법이 어느 과학자에 의해 연구개발되었고 그 방법을 주인공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는 또 다른 세계가 소설 속에 존재한다. 그곳은 마치 완전함만이 존재하는 도시이다. 그 도시에 한 남자가 들어오게 되며 생활하게 된다. 이 남자는 도시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이전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도시 특별한 곳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만이 살 수가 있고 그림자 역시 그 도시엔 가져갈 수없다.
첫번째 세계는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이며 두번째 세계는 '세계의 끝'이다. 이렇게 두 세계가 서로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런 방식의 이야기풀이는 무라카미의 여러 소설에서 발견된다. 처음엔 두 이야기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으며 서로 평행선을 달린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그러다 이야기가 진행 될 수록 두 이야기는 점점 가까워지다 어느 한 곳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때는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으며 그게 바로 무라카미의 힘이다.
무라카미의 소설에는 또 다른 예술작품을 하나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1Q84의 클래식음악 야나첵의 '신포니에타'가 그러했고 상실의 시대의 '노르웨이 숲', 해변의 카프카는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가 그렇다. 하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언급된다. 음악, 책, 영화의 많은 작품들이 소설 속에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결정적으로  두 세계를 이어주는 음악은 '대니보이' 였다. 나로서는 생소한 작품들이 많았기에 제대로 이해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설에 나온 이런 작품들이 의미하는 바를 이후에 찾아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무라카미의 소설은 항상 철학적이며 몽환적 느낌도 든다. 이 소설에는 이중적 세계에서의 각자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는 것 같다.  마음을 점점 잃어가는 세계 끝의 남자는 결국에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의 주인공의 마음이자 의식이다. 그의 의식이 이런 세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내가 만든 무의식 세상에서의 '나'가 실제의 나인지 아니면 현실세계에서의 나란 존재가 실제 '나'인지 무라카미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과연 나는 마지막 세계 끝의 "남자"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선택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 사람을 정의해 주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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